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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포구기행](9) 안산 선감도 선착장 

by 한국의산천 2020. 1. 24.

[포구기행](9) 안산 선감도 선착장 

입력 : 2009.06.26 04:00

 

죽은 바다서 캐내는 새로운 희망 ‘갯벌 체험장’

 


인간의 개발로 막혀버린 바다는 찢겨진 배를 남긴 채 멀리 뒤로 물러났다. 갯벌에 홀로 서 있는 배는 외로움에 떨면서도 인간들의 개발지상주의에 맞서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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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와 방아머리(경기도 안산시 대부동)를 잇는 시화방조제 길은 자로 잰 듯 11.2㎞의 반듯한 일직선을 그린다. 양 옆으로 듬성듬성 갓길에 세워진 차량에선 바다와 바다 위 사람들을 카메라 앵글에 담으려는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국토 확장과 해안선 단축, 관광휴양단지 조성으로 설명된 콘크리트 덩어리는 소득 및 고용증대라는 성과를 남기고 인간의 욕심을 그대로 닮아 바다를 잘라 그 위를 지킨다.

시화방조제 끝자락에 다다르면 화려한 식당들이 눈에 들어온다. 줄지어진 색색의 간판들 위로 바지락과 각종 해산물의 이미지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주말 수도권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는 곳임을 자랑하듯 식당들의 인사는 우렁차고 활기차다.


개발 지상주의에 막혀버린 바다
선감도(仙甘島)에 가려면 2차선을 타고 20여 분을 더 내달려야 한다. 코 끝을 찌르는 분뇨냄새와 함께 한적함이 느껴지는 곳에 바로 선감도가 있다. 대부도를 찾는 이들이 잠시 스쳐가는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시화방조제를 통해 들어갈 수 있고 화성쪽에서 탄도를 경유해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마을 위 언덕을 감싸는 도로에 차량은 많지만 이름도 생소한 만큼 이곳을 찾는 이는 거의 없다.
 


어촌체험마을은 어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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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도는 신선이 내려와 맑은 물로 목욕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고려 때 배를 만든 곳이라 하여 선감사·선감도라고 불렸다는 설도 있다. 면적 3.72㎢의 작은 땅은 평평한 서쪽을 중심으로 취락이 분포돼 농업과 어업을 겸하는 작은 군락을 이룬다.


선감도 선착장은 방조제가 세워지기 전만 해도 50여 척의 배들이 길게 늘어설 만큼 규모 있는 포구를 형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갯벌이 바닥을 차고 올라와 더이상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마른 뻘 위엔 녹슨 배 한 척이 기대어 누워 있고 갈매기들은 그칠 줄 모르는 울음으로 한적한 바다를 방문한 낯선 이방객을 반긴다. 어민 김정근씨(51)는 “30여년 전만 해도 한 배 가득 고기를 실었다”며 “물이 흐름이 바뀌자 더이상 바다도 숨을 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나둘씩 배들이 사라지기 시작해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온 어민들은 이제 모두 인근 탄도항으로 빠져 더이상 옛날의 선감도선착장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쇠락한 포구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선감도 역시 화려한 전성시대가 있었다. 앞 바다 아래로 자리한 깊은 고랑들은 고등어는 물론 참치까지 불러들일 만큼 다양한 어종을 이뤄냈고 목선을 이끈 선장들에겐 늘 함박웃음을 줄 만큼 풍족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에 따른 바다의 노여움으로 어민들은 결국 길을 돌아 탄도항을 찾으며 겨우 생계를 잇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씨를 비롯한 선감도 출신 뱃사람들 대부분이 자동차로 인근 탄도항을 찾아 뱃일에 나서고 있고 몇몇 작은 배들만 남아 바다 아래 바지락을 캐고 있다. .
 


조개잡이 체험모습. 사진제공 | 선감어촌체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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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로 빠져나간 선감도 어민들은 꽃게, 소라, 우럭, 놀래미, 쭈꾸미 등을 계절별로 낚아내며 식당 등에 물고기를 대면서 근근이 먹고 산다. 선감도 300여 가구 가운데 90여 가구가 어민들이지만 실제 배를 타는 사람은 10명이 채 안 되는 것도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어업만으로 생계가 어려운 선감도 어민들은 대다수 농업을 병행하며 생계를 꾸린다. 바닷바람과 강한 햇빛을 이용해 당도 높은 포도를 길러내고 빈 주머니를 채우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외지인의 발길이 드물기 때문인지 아니면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힘겨운 삶의 방식이 비슷해서인지 이곳 주민들은 남다른 화합과 결속력을 자랑한다. 13년 전에 시집와 뒤늦게 선감도 주민이 된 장경실씨 (43)는 “외지 사람이 없고 항상 조용한 마을이라 선감도 주민들은 어촌계를 중심으로 단합이 잘 되고 있다”며 “먹고살기 위한 노력도 개인이 하기보단 마을이 나서서 해결하고 대안을 찾아 나갈 정도”라고 말했다.


갯벌위 3.5㎞ 시멘트 포장길
개발에 짓눌린 바다가 저 멀리 밀려나면서 쓸모없는 뻘을 배설했지만 선감도 주민들은 이곳을 다시 살려 삶의 수단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넓디넓은 갯벌 위로 3.5㎞에 다다르는 시멘트 포장길을 만들고 관광객들을 위한 갯벌체험장을 꾸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의 노력이 인정받아 지난해엔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로부터 ‘2008년 최우수 어촌체험마을’까지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주민들은 현재 갯벌체험을 비롯해, 갯벌썰매타기, 물고기자기, 승마, 바이크, 서바이벌, 풍물 만들기, 천연비누만들기, 물놀이, 포도 따기, 고구마 캐기 등으로 관광객들을 맞는다.
 


갯벌에 이어 붙은 시멘트길은 주민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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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도의 뱃이야기는 이제 추억에 묻혀 옛이야기가 됐지만 다양한 어촌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이제 이곳 주민들은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지금처럼 어업이 힘들수록 어민들 스스로 먹고살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는 게 해답일지도 모를 일이다. 선감도 어촌계장 신상철씨(45)는 “어민들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바다를 보호하고 바다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곳은 이곳 선감도만한 곳이 없을 것”이라며 “수익도 나누며 죽어가는 바다를 살려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만큼 바다를 잃어버린 많은 어민들에게 새로의 희망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쓸모없는 ‘물렁 뻘’이 선감도 바다바닥을 메워 버려 주민들이 수억 원을 들여 바다바닥에 모래를 깔고 바지락을 길러내고 있다”며 “바다를 떠날 수 없는 인생이기에 다시 바다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조용한 마을 선감도 뒤로 새겨진 슬픈 역사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일제 강점기 말기인 1942년 15세 남짓한 청소년들이 ‘선감학원’이란 수용소에서 갇혀 지내며 학대와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현장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지금 선감학원 자리엔 경기도립기술학교가 들어서 있고 이곳에 있던 다른 건물들은 거의 없어졌으며, 뒤편으로 관사와 식당 등만 옛 기억을 남긴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는 주민들이 이 건물들을 개조해 창고나 교회나 가정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선감도가 가진 이야기야 수두룩하지만 의외로 마을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촌계장 신씨의 아버지 신덕수씨(82)가 6·25 전쟁 직전에 선감도에 터를 잡을 당시만 해도 마을 전체 6가구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곳이 촌락으로서 제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한 건 100년이 채 안 됐을 것으로 신씨는 추정한다. 비록 가구수는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지만 선감도의 옛이야기들은 서서히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가고 있었다.

주민 자율운영 ‘어촌 체험마을’ 한해 관광객 7만명
푸른 바다와 야트막한 산들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선감마을은 이제 ‘선감어촌체험마을’로 더 유명하다. 가족, 친구, 학교 단위로 해양생태체험 학습장을 즐길 수 있도록 주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손님을 맞는다.


주위엔 염전이 있는 것은 물론 해양·항공·산악 등 각종 레저스포츠도 즐길 수 있도록 수련원을 만들어 놓았다. 2003년부터 어민들 스스로 자유관리 공동체를 형성해 바다를 보호 관리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됐으며 2005년 7월부터 본격적인 체험마을을 보여주면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과거 해양수산부로부터 사업인증을 받으면서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받아 더 알찬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 처음 2년 동안은 주민들이 무보수로 운영하면서 시험기간을 거쳤지만 이후 점차 사람이 늘면서 마을의 중요한 수입원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조개잡이, 그물로 물고기 잡기, 바다어선낚시, 야외 물놀이, 포도밭 견학, 바지락 가공공장견학 등 바다체험을 비롯해 서바이벌, 해변바이크, 승마체험 등 이색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있다. 1박2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체험센터 내에 민박, 식당, 샤워장 등의 시설도 잘 갖춰놓고 있어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체험관광을 즐길 수 있다.


조개잡이 대인 8000원·소인 6000원 등 각 프로그램마다 가격을 달리하고 있으며 패키지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체험학습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엔 주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국토해양부의 ‘2008 최우수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감도는 어촌체험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2008년 한 해 동안 7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했다. 문의 (032)886-6133 또는 010-7152-6133


◇ 찾아가는 방법


시내버스의 경우 안산역 전철 맞은편 인천공항버스터미널에서 123번 버스를 탄 뒤 시화방조제와 방아머리 등을 지나 선감마을에서 내린다. 수원출발 시외버스의 경우 수원역 애경백화점 정류장에서 990, 400, 400-1번를 타고 사강(송산)중 ‘사강의원’ 앞에서 내린 뒤 대부도행 717번을 갈아타면 된다. 금정출발 시외버스는 금정역 육교건너 농협 앞 버스정류장에서 330번을 타고 사강(송산)중 ‘사강의원’ 앞에서 내린 뒤 역시 대부도행 717번을 탄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영동고속도로의 경우 월곶IC에서 빠져나와 시화방조제, 대부도를 거쳐 선감도, 탄도 방향으로 가면 된다. 서해안고속도로의 경우 비봉IC에서 빠져나와 남양, 구봉터널, 탄도, 불도 등을 거쳐 선감마을에서 내린다.

  
<글·사진 김지환기자>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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