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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포구기행](6) 강화 분오리

by 한국의산천 2020. 1. 24.

[포구기행](6) 강화 분오리

입력 : 2009.06.05 04:00

 

물이 빠지면 사방 십리 뻘밭 속살 드러내다

 


황혼 무렵 물이 들어온다. 뻘에 박혀 있던 어선 몇 척이 몸을 뒤척거린다. 태초부터 뻘밭과 짠물, 인간은 그런 식으로 서로 공존해 왔을 터이다. 강화 화도면 분오리돈대에 오르시라. 영겁의 시간 동안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켜온 2만여 평의 갯벌이 그대 품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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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과 하늘이 맞닿아 있었고 바다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지평선 너머 갯벌에는 붉은 낙조가 휘감고 있었다. 저녁 무렵 도착한 분오리 포구는 때마침 내린 비와 안개에 둘러싸여 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허탕을 쳤다는 실망감에 돌아서는데 비 탓에 배질을 못 나간 어부들이 바위 위에서 술잔을 기울이다가 낯선 이방인에게 손짓을 했다. 엉겁결에 술자리에 끼어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하다 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먹서먹했던 포구의 모습이 또다른 매력으로 성큼 다가왔다. 봄비가 가늘게 뿌리는 포구, 어부들, 초저녁 술 등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훌륭한 산수화였다.


강화군 화도면 분오리 포구는 물이 빠지면 사방 십리 갯벌이 펼쳐져 배가 정박하는 포구라고 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정겨운 포구였다. 초지대교를 넘어 동막해수욕장으로 가다 보면 분오리 돈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분오리 돈대는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세운 강화도 내 54개 돈대중 최남단에 자리잡고 있다.


동막리, 세계 4대 갯벌중 하나


짭조름한 갯내음을 맡으며 강화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썰물 때면 2만여 평의 거대한 뻘이 속살을 드러내는 이곳 동막리 갯벌은 세계 4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힌다. 게, 바지락, 쭈꾸미, 낙지, 조류 등 수많은 생물들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동막리 갯벌은 생태체험의 산교육장이기도 하다. 시원한 갯바람을 맞으며 확 트인 갯벌 풍경을 바라보니 일상의 피곤과 찌든때가 말끔히 씻겨 나갔다.

 


분오리 옆 동막해수욕장은 주말이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붐빈다.맛집들과 까페,모텔등 위락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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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오리 포구는 이정표가 없어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언덕 위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포구를 지나쳐 동막해수욕장에 이르게 된다. 다시 물어물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맑은 날을 골라 다시 찾은 분오리 포구의 풍경은 일반 포구와는 사뭇 달랐다. 물이 차면 배가 둥실둥실 춤을 추지만 물이 빠지면 그 넓은 갯벌에 낡고 앙상한 어선들만 점점이 박혀 외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분오리 포구에는 어선을 묶어두는 조그마한 선석이 2개 있다. 옛날 노젓는 배들을 묶어 두었던 곳은 흔적만 남았고 이보다 조금 큰 선석이 있을 뿐이다. 커다란 방파제나 방조제도 없다.


수천 년 동안 물이 들어왔다 나가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갯골뿐이다 . 이 갯골로 6시간 동안 물이 차고 6시간 물이 빠진다. 물이 빠지면 조개를 잡고, 물이 차면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는 것이 이곳 분오리 어민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다.


분오리는 조그마한 바닷가 포구지만 이곳에는 고기를 잡아 생계를 잇는 어선이 46척이나 된다. 분오리 어민들을 먹여 살리는 어종은 뻘을 먹는 숭어와 새우, 농어, 바지락, 쭈꾸미 등이다.


광어나 우럭 등 고급 어종은 없지만 분오리 사람들은 자신들이 딛고 서 있는 바다와 땅을 ‘복 받은 곳’이라며 마냥 행복해 한다.

갓잡은 싱싱한 생선은 포구 귀퉁이 어판장에 공급한다.

강화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인 동막해수욕장이 지척이라 다른 곳보다 판로가 좋은 편이다.


고기잡이 생계 잇는 어선 46척

 


어부 한 명이 갓 잡아올린 숭어와 농어등을 옮기고 있다. 펄떡거리는 활어들을 산 채로 수족관에 넣을려면 바삐 서둘러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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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오리에 8대째 살면서 농삿일과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신상범씨(60)는 5.69t의 ‘분오호’와 3.67t의 ‘분오 2호’ 등 어선 세 척을 갖고 있다. 신씨는 새우를 잡고 부인 박부순씨(56)는 곰장어와 조개를 잡는다. 부인 박씨도 남자들처럼 선장 면허를 갖고 직접 배를 몬다. 신씨 부부는 이곳에서 ‘부부 선장’으로 통한다. 부인이 고기를 잡으면 신씨가 포구로 나가 나르고, 남편이 배질을 하면 부인이 어판장에서 고기를 판다.


신씨 부부는 “분오리에는 큰 어선이 많지 않지만 그럭저럭 고기를 잡아 살아간다”면서 “어종도 풍부하고 물이 나가면 나가는 대로, 물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자연의 이치에 따라 부족한 것을 모르고 지낸다”고 말했다. .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IMF 외환위기 당시 귀향해 어부가 된 고승준씨(44)는 분오리 토박이다. 잠시 도시생활로 외도를 했지만 그 역시 고기잡는 것이 가장 좋다.


고씨는 고생 끝에 몇 년 전 4.96t ‘여진호’의 선장이 됐다. 배도 3척이나 된다. 선주는 부인 전경순씨(44)다. 전씨는 요즘은 여자가 경제권을 갖고 있어야 맘이 편하다며 활짝 웃었다.


주민들은 모두 낡은 옷차림에 그을고 주름진 얼굴이지만 마음만은 넉넉하다. 옛날 분오리는 강화와 인천을 나룻배로 연결했던 포구였다고 한다. 노를 저어 가려면 한나절도 넘었다.


분오리 포구 앞 각시바위 너머로 인천시 옹진군 신도와 시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물이 빠지면 갯벌을 걸어갈 수도 있다. 각종 개발로 퇴적물이 쌓이는 등 이곳도 다른 포구와 마찬가지로 개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남편 고승준씨가 선석에 배를 대면 던져진 밧줄을 붙들어매는 건 아내 전경순씨의 몫이다.동갑내기 부부는 후덕한 마음씨는 물론 얼굴마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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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오리 포구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새우와 밴댕이다. 새우는 수협에 위탁판매하고 충청도 광천으로 보낸다. 광천에는 새우를 젓으로 숙성시키는 토굴이 있어 강화 새우가 광천 새우로 변신해 팔리고 있는 것이다.


포구에서 만난 한 어민은 “요즘에는 수온이 올라가 제주도에서 잡히는 돔과 삼치, 아귀까지 잡힌다”며 “이상고온으로 어장이 변해 조만간 오징어도 올라올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갯벌 포구에 살고 있는 분오리 어민들은 가끔씩 배에 갇히기도 한다. 물때 시간을 못 맞추면 꼬박 배 위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렇지만 이를 늘상 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어민들에게는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가 몸에 배어 있다.


포구 주변에 있는 분오리 돈대 주변에는 큼직한 바위들이 곳곳에 솟아 있다. 방금 잡은 밴댕이 회 한 점에 매콤한 초장을 찍어 술 한 잔을 들이키기엔 더할 나위 없는 명당이다.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낙조는 분오리 소풍의 보너스라고 할 만하다. 바다와 갯벌을 가르고 분오리에 사는 사람들의 가슴까지 물들인 해가 갯벌 위에 떨어지자 구름은 보랏빛 분홍빛 옷을 입고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휴양지 동막해변 생태체험 산교육장으로 인기 
 

동막리 갯벌을 뒤로하고 붉은해가 저문다. 갈매기들도 무리지어 뒤를 쫒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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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강화도에서 여름 피서철이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동막해수욕장이다. 동막해변은 강화에서 유일하게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가족 단위의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밀물 때는 해수욕을 즐기고 썰물 때는 검은 개흙을 쓰고 기어가는 칠게와 가무락 등 갯벌에 사는 갖가지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가을철에는 망둥어 낚시도 가능하다. 특히 이곳에서는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국제공항도 볼 수 있다.


조선 숙종 때 강화 유수 윤이제가 병조판서 김석주의 명을 받아 군사 8000명이 축조했다는 분오리 돈대도 장관이다. 돈대란 적의 움직임을 살피거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해안지역 높은 곳에 설치한 군사시설이다. 분오리 돈대는 이 목적 외에도 강화 최남단에 위치해 한양으로 이어지는 강화 뱃길을 보호하고 감시하기도 했다. 분오리 돈대에 오르면 썰물 때 2만 평의 거대한 동막 갯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99년 인천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인천에서 강화도를 연결하는 초지대교를 넘어 길상면 방향으로 가다 전등사∼정수사를 지나면 분오리와 동막리에 갈 수 있다.

     
<글 박준철·사진 김순철기자>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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