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첫번째 맞는 토요일
가을
그 마지막 사랑
도시의 일출도 아름답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달렸다
향 수
- 정 지 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참하 → 차마 / 그립어 → 그리워 / 안해 → 아내 / 석근 별 → 성긴 별
멋진 늦가을
- 박 서 혜 (1946 ~ )
여름 내내
무늬도 근사한 말법 집을 품고 있던
저 나무,
지금
살아온 날들의 빛깔로
단풍드는 중이다
저 많은 잎들도
추억따라
단풍드는 폼새가
다 다르다
빈 말법 집을 매단 채
깊은 가을 풍경이 된
저 나무
그 풍경 안에
멋진 늦가을 한 분도
계신다
박서혜 <시집 멋진 늦가을>
▲ 겨울로 접어드는 빈들을 바라보며
등을 걸다
- 박 서 혜
겨울 들판에 서서
살아온 날들의 그림자를
아주
가볍게 달고
한 생애의
쓸쓸하고도 찬연한 등을
석양에 걸어본다
그 마지막 사랑
- 박 서 혜 (1946~ )
잎 진
빈 가지에 매달려
서로
눈길 떼지 못하는
감 두 알
[시집 / 멋진 늦가을 ]
잘가라
잘가라
손 흔드는 억새
낙엽에 띄우는 엽서
- 고은영
잘 가라 그대
기쁨이 되었던 그대
사랑으로 머물던 지상에
행복했던 기억을 접고
찬란한 웃음을 떼어놓으며
암전으로 돌아서 가는구나
아, 고뇌의 흔적으로 비워 낸 넋들은
그 뜨겁던 청춘을 내려놓고
고통으로 멍든 붉은빛 눈물과
이별을 수놓는 노란빛 손수건을 흔들며
이제 떠나가는구나
저 먼 레테의 강
낙엽
- 이생진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그 때가 좋은 때다
그 때가 때묻지 않은 때다
낙엽은 울고 싶어하는 것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편지에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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