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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등산여행

김인숙 안녕 엘레나 동인문학상 수상

by 한국의산천 2010. 10. 5.

먼 훗날에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죽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정리 "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 

 

[2010 동인문학상] "短文만 고집 안 해" 적절한 호흡의 글맛 일품 -김태훈 기자 -

 

 

'안녕, 엘레나'로 2010 동인문학상 수상한 소설가 김인숙


"4년간 쓰고 묶은 소설집… 수상 소식에 한없는 충만감 포도주 한잔으로 自祝했죠"


'2010 동인문학상' 수상의 영광은 소설가 김인숙(47)씨에게 돌아갔다. 지난 2000년 동인문학상 개편 이후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역대 수상 작가들(이문구·김훈·성석제·김연수·김영하·권지예·이혜경·은희경·조경란·김경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김씨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다"는 말로 가을철 가장 큰 문학 잔치의 주인공이 된 기쁨을 표현했다.

 

김인숙씨는 만 스무살이던 1983년 등단한 이래 '386세대의 열정과 방황'을 다루는 작품을 다수 발표했다. 전작 '봉지'에서는 그 열정으로 부풀었던 봉지가 찢긴 채 살아가는 이들을 주목했다. 이어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집인 '안녕, 엘레나'에서는 온통 흠집투성이로 삶을 일관한 이들마저 용서하고 포용하는 세계를 흥미롭고도 다채로운 서사로 변주했다.

 

작가는 그 경지를 '세상에 구멍 없는 존재는 없다는 거, 그런 생각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수록작 '현기증')라는 문장에 담았다.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오른 지 두번 만의 수상이다. 보통 3~4수(修) 하고 수상하는 다른 작가들보다는 기다림이 적었던 편인데, 수상을 예상했나.

 

"동인문학상 수상자 결정이 보통 10월에 있어서 9월 마지막 화요일 밤의 전화벨 소리가 수상을 알리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새 장편 연재를 준비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머물다 돌아와 이틀 만에 기쁜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잠깐 멍해졌는데, 풀리지 않은 여독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수상 통보를 받고 즉시 "심사 현장(강원도 양양)으로 달려오겠다"고 했는데.

 

"순수하게 기쁜 마음에 그렇게 말했다. 소설을 쓴 작가로서 내 글을 가장 세밀하게 읽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에게 '감사한다'고 직접 말씀드리고 싶었다. 4년 동안 쓴 것을 묶은 소설집을 한꺼번에 평가받았다는 생각에 한없는 충만감을 느꼈다. 심사위원들이 한 분도 빠지지 않고 휴대전화를 건네 가며 축하 말씀을 해주신 것도 내게는 큰 감동이었다."

 

―전화를 받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석달간 외국에 머무느라 못 본 딸과 오랜만에 외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 됐어?'라고 딸이 묻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외출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누구보다 나 자신으로부터 축하받고 싶어 자축(自祝)의 포도주를 한잔했다."

 
▲ 2010년도 동인문학상의 주인공인 소설가 김인숙씨.“ 나 자신으로부터 축하받고 싶어 포도주 한잔으로 자축했다”며“상금을 받으면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상금은 어디에 쓸 생각인가.

 

"실제로 탄다고 생각했으면 구체적으로 고민했을 텐데…. 지금 생각에는 아마도 여행을 한 번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때처럼 소설 취재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그야말로 다 놓고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을까."

 

―이번 수상작에도 여행하듯 어디론가 떠나는 이들이 등장한다. '소설가 김인숙'이라고 하면, '386세대 대표' 심지어 '운동권 작가'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런 인식에 걸맞게 소설 내용도 이곳의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았었다. 그런데 이번 수상 작품집에서는 그런 현장들에서 이격(離隔)하거나, 현장에 있더라도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이해하거나 포용하는 내용의 서사가 두드러진다.

 

"지난번 수상작 후보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가까이 있을 때 볼 수 없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고, 더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인 듯하다."

 

―수상작 소설집에 실린 작품 가운데 딸을 원나라에 조공으로 바친 뒤 생이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고려 여인의 삶을 다룬 '조동옥, 파비안느'와 매국노 이완용이 애국지사 이재명에게 피습당한 사건을 소재로 쓴 '그날'은 그 거리두기를 공간뿐 아니라 시간으로까지 확장한 듯하다.

"그렇다. '조동옥, 파비안느'에서 조동옥은 이혼한 남편에게 딸을 맡기고 브라질로 이민 간 매정한 엄마로 비치지만, 그것은 실수로 미혼모가 된 딸이 낳은 아이와 함께 택한 이민이라는 점에서 생이별의 고통이었다. 그 고통의 깊이를 재기 위해 딸을 조공으로 바친 고려 여인을 등장시켰다. '그날' 역시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자'로 낙인찍힌 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가 그렇게 된 연유를 살펴보려 했다. 100년이라는 시간의 거리가 그것을 가능케 한다고 생각했다."

 

―심사위원들은 주제의 변화 외에도 '김인숙 소설의 문체'를 주목했다. 한 심사위원은 "세 번을 읽었다. 마지막 검토에서 주제보다는 문체를 유심히 살폈다. 읽는 이의 사고의 흐름까지 염두에 두고 적절한 호흡으로 끊는 문장의 맛이 일품"이라고 극찬했다.

"단순히 단문(短文)만을 고집하는 것이 좋은 문장은 아니라는 내 생각을 심사위원께서도 읽은 것 같아 더 기쁘다. 수록작 '그날'에 '말이 길어지면 허접한 법이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무조건 짧고 간결한 글을 쓰겠다는 뜻이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것의 핵심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담았다."

 

 

['2010 동인문학상' 최종후보 연쇄 인터뷰] [1] '안녕, 엘레나' 김인숙 -김태훈 기자- 


"흠으로 누더기 된 인생들, 껴안아주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열정'은 뜨거운 행동이 아니라 아득히 먼 곳에 대한 '깊은 마음' 같은 것…
그 동경을 품고 살아가는 모든 이를 위로하고 싶다


'2010 동인문학상' 후보가 소설가 김인숙·한강·정영문·박형서씨로 좁혀졌다. 10월 수상작 발표를 앞두고 최종심에 진출한 작가들을 연쇄 인터뷰한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단순한 용서에 머물지 않고 존재와 삶을 성찰하는 단계로 승화하는 경지까지 표현했다"는 심사위원회(유종호·김주영·김화영·오정희·이문열·정과리·신경숙)의 호평을 받은 소설집 '안녕, 엘레나'의 작가 김인숙(47)씨는 지금 인도네시아 발리에 머물고 있다. 휴대전화로 건너오는 목소리가 밝고 쾌활했다. "인터넷 서점에 소설을 연재 중인데 배경이 마침 열대의 섬입니다. 소설 쓰자면 구체적인 디테일이 필요해서 발리로 날아왔지요. 하하!"

 

―1990년대 중반 호주에서 1년 반 살았고,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3년 반을 지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외국에 자주, 오래 사는 것 같다.

"이번에는 석달이다. 이달 말 돌아간다. 겨우 3개월이니 '산다'기보다는 '머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여행자 같은 마음은 아니다. 집을 얻어 아침마다 마당을 쓸면서 지내니까. 나는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관광보다는 한곳에 머물면서 시간을 갖고 사람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좋다."

 

―작가로서 외국에 머무는 것이 '용서'라는 이번 소설집의 테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내게 익숙한 것들과 떨어져 있으면 평소 보이지 않던 내 속을 보게 된다. 그러면, 뭐랄까…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 비유하자면 실컷 싸우다가 잠시 숨을 돌리는 동안 '내가 왜 쟤하고 싸웠을까, 따지고 보면 쟤도 불쌍한 앤데' 하며 화해하고 싶어지는 기분 같은 것이다."

 

 

▲ 인도네시아 발리에 머물고 있는 김인숙씨가 집의 정원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작가 제공

―소설가 김인숙은 '386세대의 열정과 방황을 다루는 작가'라는 인상을 주어왔다. 그런데 전작 '봉지'의 주인공은 열정을 가득 품었던 봉지가 찢어진 여자였고, 이번 작품집 '안녕…'에는 더 나아가 흠으로 누더기가 된 타인을 따뜻하게 껴안아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무언가 지향점이 변한 듯하다.

 

"지금도 열정을 믿는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열정은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행동이 아니라 '깊은 마음' 같은 것이다. 그 깊은 마음을 동경하며 살지만, 그곳까지 이르는 시간과 거리는 멀고 아득하다. 내가 변했다면, 그건 갈수록 그 거리의 아득함을 더 많이 실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엇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단숨에 넘어갈 수 없다는 것, 게다가 그 사이에는 많은 상처와 고독이 묻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 그 먼 곳에 대한 동경을 품고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을 위로하고 싶어진 것이다."

 

―우리말의 '안녕'에는 영어로 '굿바이'와 '헬로'라는 상반된 뜻이 함께 담겨 있다. '안녕, 엘레나'는 어느쪽인가.

 

"소설이 '가족은 소중하다'라는 당연한 가치에 대해 말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그 의심할 수 없는 가치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가족의 가치를 긍정하게 되기까지 불화하거나 의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소설 아닐까 싶다. 이 작품에서 '안녕'은 작별이란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일망정 그것을 이겨내고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의 마음을 담은 단어다."

 

―하지만 소설 속 아버지들은 너무도 무책임하고, 바람둥이이며, 무능력하기까지 하다.

"내 소설의 아버지들은 무능하고 폭력적이고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들이 사랑하고 책임지는 방법을 모르거나 서툰 이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용서는 어떤 식으로든 실수하고 방법을 몰라 쩔쩔매는 우리 모두의 인생을 위로하는 것도 되니까."

 

―소설집에 실린 단편 '그날'은 매국노 이완용과 애국열사 이재명에 관한 이야기다. 작품 주인공은 이완용이던데 그를 택한 이유는?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자여서 택했다. 그는 '무엇'이라고 이름 붙여진 존재다. 그런데 나는 그 존재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그를 거기까지 가게 한 삶의 길을 보고 싶었다. '무엇은 무엇이다'라고 말해버린 후 두 번 다시 그것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든 게 무엇이 되거나 아무 것도 아닌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닌 게 우리의 삶 아니겠는가?"

 

 

김인숙은…

1963년 서울특별시 은평구 갈현동에서 태어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만 스무살이 되던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로 등단했으며, '소현' 등 12권의 장편과 '안녕, 엘레나' 등 7권의 소설집을 발표했다. 한국일보 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녀는 소설가로 살아온 27년을 어떻게 생각할까. "놀라운 세월입니다. 미련해서 등 뒤의 채찍을 생각하느라 다른 것은 해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진짜고 가짜고 간에 나는 소설가이지요."


41회 동인문학상에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


 소설가 김인숙(47·사진)씨의 작품집 '안녕, 엘레나'(창비)가 2010년 제4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유종호 김주영 김화영 오정희 이문열 정과리 신경숙)는 지난주 강원도 양양에서 가진 최종심에서 '안녕, 엘레나'를 올해의 수상작으로 뽑았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김인숙씨가 "불우한 운명에 사로잡힌 보통 사람들이자 우리의 숨은 자화상들인 이들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며 "김인숙의 물음을 쐰 독자는 가슴에 벌침처럼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그 구멍을 통해 행복했던 모든 것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숨이 막히지만, 작가는 그 비루함의 진창 속에서 숭고의 연꽃을 건져 올리고, 독자는 문득 매우 시원한 바람 하나를 맞는다"라고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동인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시상식은 11월 중 열릴 예정이다.

 

[2010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 과정] 한강의 소설은 열정적, 정영문·박형서는 한국문학 새 가능성 열어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2010년 동인문학상 심사독회는 2009년 8월 1일부터 2010년 7월 31일까지 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매달 진행됐다. 이를 통해 19편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1차 관문을 거쳐 수상 후보작에 합류했다. 심사위원회는 이들 후보작을 집중검토한 뒤 투표를 통해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정영문의 '바셀린 붓다', 박형서의 '새벽의 나나' 등 4편을 최종심에 올렸다.

 

▲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이문열 오정희 유종호 김화영 정과리 김주영씨.

심사위원 중 신경숙씨는 9월 초 해외연수를 떠나 최종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양양=김지환 객원기자 

 

심사위원회는 최종심 후보작 4편을 한 달간 다시 읽고 9월 28일 강원도 양양에 모여 수상작 결정에 들어갔다. 두 권의 소설집을 낸 뒤 처음 발표한 장편 '새벽의 나나'로 최종심에 오른 박형서에 대해 심사위원회는 "한국 문학에 일찍이 존재하지 않았던 양식의 작품이란 점에서 하나의 사건"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태국이라는 외국을 무대로 삼아 오로지 태국에 대해서만 썼는데도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더했다.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는 "죽음과 대결하는 투우사의 자세를 보여준 열정적 소설"이자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예술과 우주과학, 동서양의 신화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글쓰기와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영문씨의 '바셀린 붓다'는 이야기의 흐름을 해체한 그의 실험적 서사가 한국 소설의 낯설고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보적인 자기 세계를 가진 작가임이 분명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는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서 드러나던 억울함과 분노를 순화하거나 정화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 억지스럽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인을 용서하고 포용하는 방식은 주로 가족 간의 관계 속에서 그려지는데, 그 서사의 다채로움과 변주가 능수능란해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는 점, 더불어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함께 성숙하고 있다는 점에도 신뢰가 더해졌다.

 

개별평이 끝나고 바로 이어진 1차 투표에서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가 과반을 얻었다. 신경숙 위원은 월간 독회와 최종심 후보작 선정 독회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했으나 9월 초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나 수상작 선정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이로써 1년 동안 진행된 '2010 동인문학상' 심사독회는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마무리됐다. 수상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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