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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금강따라 떠나는 오지마을 여행

by 한국의산천 2010. 5. 25.

[자료 모음] 금강따라 떠나는 오지마을 휴식 여행 [출처: chosun.com]

錦江 따라 떠나는 오지마을 휴식 여행옥천 글·김우성 기자 /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정리 -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 대청호 호반을 향해 가늘게 뻗어나간 절벽을 부소담악(赴召潭岳)이라 한다. 호수 위로 솟은 산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함께 만든 풍경이다.  

※ 부소담악 상세히 보기 클릭 >>> http://blog.daum.net/koreasan/15604459

 

충북 옥천에서 30시간
부소담악ㆍ정지용 생가 이곳이 차마 잊힐 리야
5월이 되면 전국이 들썩거립니다. 대부분 관광 명소가 인파로 북적이죠. 완연한 봄 날씨 속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 드뭅니다. 충북 옥천군은 그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입니다. 대전광역시 바로 옆에 있어 멀지 않은데도, 북적임과는 거리가 멉니다.

옥천의 고요는 읍내를 넓게 휘감으며 도는 금강에서 비롯됩니다. 금강을 따라나선 길은 때론 비포장으로 차의 속도를 늦추고, 그 느림의 속도로 만나는 오지 마을이나 노란 야생화는 빛으로 환합니다. 뿐인가요. 금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만든 다양한 별미를 강변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해서 맛과 절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금강 드라이브 코스를 그려보았습니다. 한 도시를 도는 여정이지만 넉넉하게 1박2일 정도를 일정으로 잡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금강의 봄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안남면 둔주봉에 오르면 한반도의 형상을 볼 수 있다. 유명한 영월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과 달리 이곳 한반도 지형은 좌우가 바뀌었다. 완연한 봄 날씨, 한반도가 푸르다


12:00 마주조림

옥천의 금강을 따르는 길은 길다. 강을 따라 굽이치는 길이 옥천 읍내를 넓게 돌아가기도 하려니와 일부 포장되지 않은 길이 거친 탓이다. 그렇다고 봄날 금강이 보여주는 절경을 놓칠 수는 없는 법. 길을 나서기 전에 배부터 든든히 채우는 것이 우선이다.

해서 옥천의 금강 기행은 동이면 '토박이 식당(043-732-3786)'에서 시작한다. 옥천의 별미 '마주조림'을 내놓는다. 옥천에서 시작된 이 요리의 재료는 당연히, 마주다. 다른 지방에선 모래무지라 부르는 민물고기다. 금강에서 잡은 마주를 부추와 참나물, 미나리 등 여러 나물을 푸짐하게 넣고 30~40분간 졸인다. 그 맛이 맵지 않고 깊어, 옥천 사람들이 술안주로도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다.

 

마주가 매운탕이 아니라 조림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쏘가리의 성격이 불 같다지만 마주에 비하면 양반이다. 토박이 식당 주인 윤종숙씨가 말했다. "쏘가리는 몸에 상처만 안 나면 잡혀도 금방 죽지 않는데, 마주는 잡히기만 해도 금방 죽어버린다"고. 해서 마주는 잡자마자 급랭해 보관하고, 급랭으로 얼어붙은 맛을 끄집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졸인다.

 

마주는 봄에 제일 많이 잡힌다. 평소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산란기를 맞아 모래 밖으로 많이 올라온다. 그러나 한창 많이 잡힐 때에 비해 지금은 수확량이 3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갈수록 귀해지는 마주조림으로 배를 채웠으면, 이제 금강을 따라 달릴 차례다.

 

 

▲ 왼쪽부터)금강변 합금리에서 지수리구간에 활짝 핀 유채와 서양갓. / 녹음이 피어난 금강 수면. / 얼핏 갯벌을 연상케 하는 금강에서의 민물 고기잡이 풍경. 14:00 노랑의 향연

 

동이면에서 시작한 길은 금강유원지와 원당교를 지나 합금리로 이어진다. 도로 위에서 고개 숙인 라일락이 진한 향으로 떠돌고, 민들레 씨는 햇빛을 받아내며 흩날린다. 그 향과 빛의 배경으로 신록의 산세가 끝없이 이어진다. 내륙 한복판에 자리잡은 옥천의 산세는 위압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아기자기한 것도 아닌데, 인간이 볼 수 있는 시야각의 한계에 간신히 걸쳐 있다. 시야를 가득 채우며 흐르는 산세는 지향성 없이 제멋대로 굽이치고, 때론 지평선과 평행하게 흐른다. 그 제멋대로의 광경에 눈은 지루할 틈이 없다.

 

신록의 풍경은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는 합금리에서 뒤로 물러나고, 산세에 취해 줄곧 위를 향했던 눈은 비로소 낮아져 강을 바라본다. 합금리~지수리 구간은 빨리 달릴 수 없는 길이다. 흙길은 비 때문에 파인 구덩이로 울퉁불퉁하다. 다른 데선 단점이 될 이 길의 특성이 여기선 미덕이다. 금강을 따라 노란 야생화의 향연이 펼쳐지는 까닭이다. 유채꽃, 서양갓, 재쑥 등의 노랑이 대오를 맞춰 바람에 일제히 찰랑댄다. 선명해 멀리서도 확연한 숲의 신록과 달리, 작은 야생화가 펼쳐내는 노랑은 색의 환영 같아 발걸음이 자연스레 그 안쪽으로 향한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다시 차에 올라 향한 곳은 둔주봉. 강원 영월 선암마을과 함께 강이 굽이쳐 산을 품은 모습이 한반도 지도와 비슷해 이름을 알린 곳이다. 선암마을 풍경이 한반도 지형 그대로인 데 반해, 이곳 한반도 지형은 좌우가 바뀌었다. 해발 384m로 높지 않은 데다 경사가 완만해 산책을 즐기며 가벼이 오를 수 있다. 둔주봉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겉으론 한반도를 닮았으되, 속으론 옥천의 성격을 닮았다. 옥천에서 산은 많으나 높지 않고 강은 넓으나 깊지 않다. 그 중용의 자연을 닮아 금강을 낀 옥천의 마을들은 넉넉하면서도 소박하다. 둔주봉에서 바라보는 마을과 보리밭, 산과 강의 모습이 그와 같다.

 

18:00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하루의 마지막 여정은 금강의 지류인 보청천을 낀 청산면이다. 귀여운 이름의 음식,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를 30년 이상 만들어온 식당 '선광집(043-732-8404)'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으론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도리뱅뱅이'는 피라미를 바싹 튀긴 음식이다. 튀긴 피라미에 매콤한 양념 고추장을 골고루 발라 지져 프라이팬에 둥글게 내온다. 그 모양에서 '도리뱅뱅이'란 이름이 유래했다. 막내딸이자 어머니의 손맛을 잇는 이미경씨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강가로 놀러 갈 때마다 피라미를 잡아 해주셨던 음식"이라 했다. 토속음식이지만 그 양념 맛이 달콤하고 강해 어른보다는 아이들 입맛에 더 맞다.

 

이 같은 도리뱅뱅이가 '간식'의 성격이 강하다면 생선국수는 선광집의 '주식'이다. 금강 상류에서 잡히는 자연산 민물고기로 육수를 내는데, 비리지 않다. 오히려 구수하다. 이씨가 전하는 비법은 간단하다. 생선 가시가 흐물거릴 때까지 끓여내는 것. 계속 가해지는 열로 생선 가시가 끝내 구수한 맛을 내놓고 장렬히 바스러진다. 그 결과 생선국수의 국물은 추어탕보다 진하면서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깊다.

 

저녁에 찾는다면 서두르거나 미리 연락해보는 편이 낫다. 그날 만든 육수가 떨어지면 장사도 끝이다. 이씨는 "대개 주말엔 5~6시면 동나고 평일엔 7시~7시 반쯤에 국수가 다 떨어진다"고 했다. 손님이 몰리면 더 빨리 떨어질 수도 있다.

 

09:00 오지마을 막지리

전날 청산면으로 잠시 '외도'했던 여정은 둔주봉으로 돌아와 다시 금강을 따른다. 안내면을 지나 가산사 가는 길에 왼편을 보면 거친 흙길의 임도가 나 있다. 옥천군의 오지마을, 막지리를 가는 길이다.

 

오지라니, 꼭 변방을 찾아나서는 느낌이지만 이 마을은 직선거리로 봤을 때 옥천군청에서 그리 멀지 않다. 다만 그 앞을 대청댐 완공으로 불어난 금강이 막고 있어 숲 속으로 에둘러 가야 한다. 산 따라 높고 낮아지며 30분쯤 이어지는 임도는 분명 지도상으론 옥천군의 중심을 향하되, 기분으론 다른 세상을 향한다. 그 끝에 가파른 산세가 갑자기 완만해지며 금강과 만나는 곳, 막지리가 있다.

 

막지리는 1980년 완공된 대청댐으로 수몰된 마을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마을이다. 한때 120가구까지 살았으나 마을과 농토가 수몰된 뒤 지금은 10여 가구로 줄었다. 옥수수와 고추 따위를 심은 밭이 계단식으로 단정하고 검은 천막을 둘러쓴 인삼밭이 넓다. 여름을 앞두고 물 빠진 강변엔 이제 막 싹을 돋운 풀들로 푸르다. 밭이거나 민가이거나 강변이거나, 어디를 가도 고요해 꼭 시간이 멈춘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 인상은 외지인에게 한정된 것, 바깥세상과 다를 리 없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담근 이곳 주민들은 배를 타고 대처로 나가 생필품을 사온다. 육로로 가면 많이 돌아가는 탓에 아직도 배를 운송수단으로 삼고 있다. 6·25전쟁 당시 할아버지 따라 이곳에 자리 잡고 60년을 보낸 인천 출신의 이수길(69)씨 역시 이날 배를 타고 옥천읍에 다녀왔다. 이씨는 "식료품상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트럭을 끌고 왔다 간다"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땐 오늘처럼 밖으로 나갔다 온다"고 했다.

 

 11:00 올갱이 국

 

막지리에서 다시 돌아 나와 502번 국도를 타고 가산사를 향하는 길에 가산식당(043-732-6535)이 있다. 이번에 맛볼 음식은 '올갱이(다슬기) 국'. 물 깊고 물살 센 바위틈에 무리 지어 지내다 밤이면 바위 위로 기어올라오는 민물고동이다. 해서 다슬기를 전문으로 잡는 이들은 주로 밤에 활동한다.

 

뚝배기에 내온 올갱이 국은 푸르스름한 올갱이와 부추로 싱그럽다. 동의보감이 올갱이에 대해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했듯, 올갱이 국은 뜨거우면서도 시원해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국도 국이지만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칠곡주다. 뚱딴지(돼지감자), 현미, 차좁쌀 등 곡식으로 만든 발효주다. 약초의 향을 풍기면서 소주 못지않은 도수를 가진 이 칠곡주에 반해 옥천 주민은 물론, 대전, 충주 사람들도 여기까지 와서 사간다고 했다. 3개월간 묵혔다 비로소 식당에 내오는 칠곡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빨개지고 걸쭉해진다. 주인 정광순씨의 말에 따르면 "깐작깐작해진다". 맑은 국과 '깐작깐작'한 술은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데, 섣불리 그 유혹에 넘어갔다간 차를 몰지 못할 지경에 이를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14:00 부소담악

가산사를 지나면 502번 지방도는 포장도로에서 비포장으로 바뀐다. 보은군 회남면을 거쳐 571번 지방도로 넘어가는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차로 '등산'을 하는 듯한 기분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보다 높이 오르고 격하게 굽이쳐, 강원도 산길을 닮았다.

이 길 위에서 만나는 은운리(隱雲里)란 마을의 이름은 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름도 숨을 만큼 깊숙한 곳을 지나, 이 도로에서는 다른 차량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그 길은 외롭지 않고 다만 고요해, 홀로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증약초교 대정분교를 지나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하천 100선'으로도 부족해 '가장 아름다운 6대 하천' 중 하나로 꼽힌 곳, 부소담악(赴召潭岳)이 있다. 조선시대 문신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한 선경이다. 추소리에 들어선 마을 중 한 곳의 이름이 부소무니다. 이 마을의 앞산이 굽이치는 강의 허리 쪽으로 길게 뻗었는데, 이 산이 바로 부소담악이다.

앞산이라지만, 부소담악은 산보다 산맥의 형상을 띠고 있다. 40~90m를 오가는 높이의 절벽이 병풍처럼 700m가량 이어지고, 그 위로 소나무가 줄지어 섰다. 해서 부소담악의 다른 이름은 병풍바위다.

 

 16:00 정지용 생가

 

가산사에서 부소담악에 이르는 길은 금강을 따라 시작한 여정의 절정이다. 산은 있는 힘껏 위로 차오르고, 강은 오랜 시간만이 이뤄낼 수 있는 각도로 급하게 굽이친다. 산과 강의 절정에서 마을들이 쉼표처럼 자리 잡아 길의 강약을 조절하니, 그럴 때마다 잠시 차에서 내려 정자 위에 올라서는 것도 좋겠다.

 

부소담악에서 절정을 이룬 길은 정지용 생가에서 마감한다. 시인 정지용의 고향이 바로 옥천군이다. 초가집에 걸린 동판은 "생가는 1974년에 허물어지고 새집이 들어섰다"고 기록하고 있다. 생가 뒤론 그의 생애와 문학을 기념한 '정지용 문학관'이 들어섰고, 시 '향수'의 첫 문장처럼 생가 앞으론 실개천이 흐른다.

 

본래, 이곳은 옥천의 중심지였으나 옥천역이 생긴 이후로 쇠락해 지금은 '구읍'이라 불린다. 경제적으로 밀려났으되 그만큼 '향수'에 어울리는 공간으로 남았다. 이 생가와 마을의 고요함은, 금강을 따라 흐르며 마주쳤던 산과 강의 고요와 조응한다. 해서 문학관에서 '향수'의 구절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란 구절을 읽을 때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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