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바캉스]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 외연도 [일간스포츠|박상언 기자]
올 여름 휴가에는 섬으로 떠나보자. 가는 길이 만만치 않지만 호젓한 바닷가를 걸으며 사색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때마침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 30’을 선정·발표, 섬여행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 섬은 빼어난 관광유적·경관 등 볼거리, 독특한 향토음식, 조개잡이·갯벌체험과 같은 체험거리 등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다.
이중 충남에서 가장 서쪽에 자리한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는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특징이다. 자그마한 섬이지만 어른 주먹보다 큰 몽돌로 채워진 해수욕장이 있는가 하면 수백년 된 동백나무·후박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가 만들어내는 우거진 숲은 천연기념물로 당당히 자태를 뽐내고 있다. 외연도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추자도·홍도·청산도와 함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섬으로 떠나는 여행은 특별하다. 세상과 단절하거나 새 세상을 꿈꾸거나. 상황에 따라 해석이 분분하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풍자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란 싯구는 이같은 섬여행의 의미를 분명히 설명해준다. 그래서인지 섬여행은 재미있다. 잠시나마 세상과 단절하는 아쉬움과 재회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 탓인지도 모른다.
실제 외연도로 향할 때만 해도 머리에는 섬여행의 중의적 의미가 가득했다. 그런데 막상 섬을 떠나 육지로 돌아오는 순간에는 단절과 희망이란 단어가 부질없어 보였다. 대신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결론만이 맴돌았다.
외연도는 보령시에 속해 있는 70여 개의 섬 가운데 가장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대천항에서 약 53㎞나 떨어져 있다. 바람이 잔잔한 날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할 만큼 서해의 고도인 데다 하얀 해무가 섬 전체를 감쌀 때가 많아 안개섬(외연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대천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호도·녹도를 지나 외연도에 닿는데 약 약 2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전에는 1시간 40분이면 충분했으나 경제속도에 맞추다 보니 소요시간이 길어졌다. 게다가 하루 두 편씩 운항하던 것도 한 편으로 줄였다. 모두 경유 가격 인상 때문이다.
항구를 떠난 지 두 시간여 만에 수면 위로 줄 이어 서 있는 일단의 섬들이 마중한다. 사람이 사는 외연도를 중심으로 1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몰려있는 외연열도이다.
140가구 550여 명이 살고 있는 외연도는 면적이 0.53㎢(약 16만평)에 불과하다. 걸어서 섬을 돌아보는 데 한 나절이면 충분하다. 외연도 항구에 접어들면 왼쪽으로 망재산(171m), 오른쪽으로 봉화산(279m)이 사열하듯 서 있다. 외연열도 최고봉인 봉화산에 오르면 주변 외연열도는 물론, 멀리 대천항까지 보인다.
부두에서 외연초등학교를 지나면 한아름으로도 모자랄 만큼 굵은 팽나무가 가로막고, 그 뒤로 정갈하게 다듬어진 계단이 나타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외연도 상록수림으로 향하는 입구다. 정확히 언제 누가 심었는지 알려지지 않은 상록수림에는 수백년 된 동백나무·후박나무·팽나무 등이 짙은 숲을 이루고 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임에도 안으로 들어서니 어둑어둑하다.
수림 정상쪽에 작은 사당이 눈에 띈다. 중국 제나라가 망할 때 한나라에 항복하지 않고 수하들을 데리고 외연도에 정착한 전횡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다. 전횡은 당시 한나라 사신이 항복을 권하자 단신으로 중국에 건너가 자결, 섬 주민과 수하들을 지켰다고 한다. 섬에서는 그를 수호신으로 받들면서 이곳에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사당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으니 신비한 나무 두 그루가 눈에 띈다. 분명 줄기는 두 개인데 하나의 나뭇가지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랑의 나무'로 불리는 연리지인데, 똬리를 틀듯 줄기부터 뒤틀려 자란 여느 연리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마을 이장 송경일(52) 씨는 “이 나무 앞에 서면 사이가 나빠진 커플도 금새 예전으로 돌아간다. 일부러 연리지를 보기 위해 오는 커플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상록수림을 갈 때 반드시 모기약을 바르고 가야 한다. 악명(?) 높은 섬모기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탓이다. 상록수림을 돌아보는데 20여 분이면 충분한데, 그 사이 어마어마한 모기의 습격을 이겨낼 자신 있으면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
외연도에는 모래사장으로 된 해수욕장은 없다. 대신 어른 주먹만한 몽돌이 빼곡히 깔린 바닷가는 품고 있다. 상록수림을 지나 북쪽으로 50여m 가면 바닷가에 이른다. 작은명금·큰명금·돌삭금 등 듣기만 해도 정겨운 이름을 가진 해변으로 크고 작은 바위와 파란 잉크를 풀어놓은 듯 일렁이는 바다와 어우러져 정겨움을 더한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 외연도 최고봉인 봉화산이 왼쪽으로 불쏙 솟아있다. 잠깐 올라오라는 시늉을 하듯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신록이 눈부시다. 그런데 자신이 서지 않는다. 섭씨 30도를 훨씬 웃도는 한여름 무더위가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오고 가는 길 네 시간여, 섬의 속살을 만나는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 문득 손해봤다는 생각이 맴돈다. 그런데 곧바로 ‘조금만 더 머물고 싶다’라는 간절함이 고개를 내미는 것은 왜일까. 섬 여행은 이래서 좋은 것이다.
▶가는 길
대천항에서 매일 오전 10시, 주말과 여름 성수기(20~8월 20일)에는 오전 8시 10분, 오후 2시 등 2회 출발한다. 1만 5700원. 약 2시간 10분 소요. 외연도에는 여관 등이 없다. 대신 7가구가 운영하는 민박을 이용(5만원 내외·2인 기준)하면 된다. 송경일 이장(010-6435-1769)을 통하면 민박 소개가 쉽다.
보령=글·사진 박상언 기자 [s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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