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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산바다 6월 병어 고창 복분자 백합죽

by 한국의산천 2020. 6. 17.

[김준의 맛과 섬] [23] 칠산바다 6월 병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0.06.17 03:12

 

6월에 병어보다 맛이 좋은 생선이 있을까.

부드러운 식감, 고소한 맛,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병어를 두고 '버터피시'라 부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농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서해와 남해에 서식한다. 그중 '칠산바다'에서 잡은 당일바리 병어를 최고로 꼽는다.

칠산바다는 신안군 임자도 전장포에서 부안군 위도에 이르는 해역이다. 한때 조기 파시가 형성되었던 황금어장이다.

당일바리는 '그날 잡아서 온 생선'으로 냉동하지 않아 신선하고 물이 좋다는 의미이다.

 


[김준의 맛과 섬] [23] 칠산바다 6월 병어

칠산바다는 모래와 갯벌이 적절하게 섞여 젓새우나 작은 어류들이 서식하기 좋은 생태 환경이다. 이들이 병어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깊은 바다에 머물던 병어들이 산란을 위해 칠산바다로 모여드는 이유다.

 

어시장에 가보면, 병어 앞에 '임자병어' '지도병어' '신안병어'라는 팻말을 종종 볼 수 있다. 임자나 지도는 신안군에 속하며 칠산바다와 접해 있다. 그러니 모두 칠산바다에서 잡는 병어를 일컫는다.

 

이곳에서는 조류에 따라 그물을 흘려보내는 그물(유자망)이나 큰 닻으로 조류를 가로지르는 그물(닻자망)을 놓아 병어를 받쳐 잡는다. 다른 어법에 비해 병어가 스트레스와 상처를 적게 받아 상품으로 꼽는다.

 

병어를 회로 먹을 때는 초장보다 된장이 좋다. 신안이나

영광에서는 '병어는 된장빵'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6월이 제철인 햇감자나 햇양파를 바닥에 놓고 6월 병어를 올려 조리한 병어조림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병어 값이 크게 올랐다. 20여 년 전 1㎏에 2500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2만원에 이른다. 어획량은 크게 감소했지 만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우리 병어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중국 병어 수입상이 직접 산지까지 와서 중매인에게 구입을 부탁하고 있다. 지역에서나 먹던 값싸고 맛있는 병어는 옛말이다. 조금이라도 '착한' 병어를 원하시면 물때에 맞춰 산지 어시장까지 직접 찾아 나서야 할 형편이다.

그물에 병어가 많이 드는 보름이나 그믐 어기에 맞춰 어시장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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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어

담백하고 고소한 맛 으뜸

산란을 앞둔 6월에 잡히는 병어는 많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어 육질의 맛이 가장 좋다. 이때 어획되는 병어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회로 먹으면 씹을수록 쫄깃하며, 달짝지근한 감칠맛이 우러난다.

 

여름철 어물전 단골손님으로 꼽히는 병어는 지방이 적고 비타민과 단백질이 많이 함유돼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서민의 대표 생선으로 대접받고 있다.

 

더구나 전남 신안, 영광 등 남도지방에서는 예로부터 병어찜을 제사장에 올리는 귀한 생선으로 여기고 있다. 병어는 흰살 생선으로 붉은살 생선에 비해 수분이 적어 국물 요리보다는 회나 구이, 찜, 조림 등에 적합하다.


[김준의 바다인문학] 병어

오뉴월 밥상 국민생선…회·찜·탕·구이 주문쇄도

병어는 덕대와 함께 경골어류로 병어목 병어과에 속하는 두 종의 바닷물고기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낫 모양이며 꼬리지느러미는 두가닥으로 갈라져 있다. 몸은 은백색이며 비늘은 아주 작고 반짝인다.


전남 바닷가 토박이에게는 이 계절 병어(병치)를 축으로 한 백반 한 상만큼 일상의 고단함을 단번에 날려주는 밥상도 없을 것이다.


◆병어 이야기

봄꽃도 지고 시간은 흘러 여름으로 가는 길목, 오뉴월이 기다리고 있다. 진짜 기다리는 것은 따로 있다. 이 계절에 병어(兵魚)만큼 맛있는 생선이 있을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하지만 조선시대 때만 해도 병어보다는 민어(民魚)·조기(石首魚)·밴댕이(蘇魚)·낙지(絡締)·준치(眞魚) 등이 환영을 받았다.

 

광주 남광주시장에서 먹고, 여름 민어로 유명한 지도 5일장에서 먹고, 그리고 목포 항동시장에서 또 먹었다. 회로 먹고, 찜으로 먹고, 탕으로 먹고, 구이로도 먹었다. 머리가 작고 살이 통통하니 '회수율'이 좋고 뼈마저 연하고 부드럽다. 맛이 아니라 가성비로 따져도 병어를 덮을 생선이 없다. 게다가 조리는 또 얼마나 간편한가. 교통이 편리해지고 여행과 맛이 보편화되면서 남도밥상에 곧잘 올랐던 병어는 '국민 생선'으로 등극했다.

 

몸에 비해 입이 작고 납작한 마름모꼴
5~8월 서남해 산란, 가을무렵 바다행
깊은 바다, 대형 기선저인망으로 잡아
잡는 즉시 냉동…연근해 어시장 유통

 

1년 삭힌 병치젓, 김치맛 내는데 일조
다산 정약용이 남긴 詩에도 맛 예찬
쌈 싸 먹으면 입안 가득 달콤·고소함


무깔고 양념한 조림·제사상 오르는 찜
뼈째 썰어 막된장에 찍어먹는 회 일품
신안 송도어판장 물 좋은 은빛 한가득

 

 
병어회
◆병어가 좋은 이유

병어는 덕대와 함께 경골어류로 병어목 병어과에 속하는 두 종의 바닷물고기다. 높이가 높고 좌우로 납작한 마름모꼴이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낫 모양이며 꼬리지느러미는 두 가닥으로 갈라져 있다.

 

몸은 은백색이며 비늘은 아주 작고 반짝인다. 몸에 비해 입이 아주 작아 모래나 갯벌 등 저층에서 서식하는 작은 새우, 작은 갑각류, 갯지렁이 등을 좋아하며 작은 동물성 플랑크톤과 해파리 등도 먹고 자란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와 동지나해, 오사카 등 일본 남쪽 깊은 바다에 서식하지만 5~8월 내해나 하구로 들어와 산란을 하고 가을이면 바다로 돌아간다. 이때 그물을 이용해 어획한다.

 

조선시대에는 어전(魚箭)이나 중선망(中船網), 일제시대에는 유자망·안강망·정치망 등으로 잡았다. 요즘에도 어법은 큰 차이는 없지만 대부분 안강망과 대형 기선저인망 등 깊은 바다로 가서 많이 잡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병어는 멸치를 잡는 낭장망에 들어온 병어다.

 

연안으로 드는 작은 멸치를 먹기 위해 따라 들어와 그물에 걸린 운 나쁜 녀석들이다. 낭장망은 섬과 연안 등 한 시간 혹은 몇 십분 이내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에 설치하니 신선하고 냉장이나 냉동 전에 만날 수 있다.

 

병어는 부산에서 인천까지 연근해에서 잡히며 즉시 냉동해서 유통된다. 부산 자갈치시장, 여수 중앙동 선어시장, 목포 수산시장, 영광 법성포, 인천 소래포구 등 서해와 남해 어느 어시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포장마차에서부터 고급스런 일식집까지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보관도 쉽다. 값비싼 수족관도 필요 없고, 냉동과 냉장만 되는 시설만 갖추고 있으면 식당이건 가정이건 심지어 일터에서도 보관해 둘 수 있다.

 

◆김치를 담글 때 병치젓

필자의 아내는 월 1회 꼭 김치를 담는다. 몇 년째 반복하다 보니 그 맛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김치를 맛 본 이웃에서 하는 말이다. 김치를 담는 날 절반은 밖으로 나간다. 사 먹는 김치는 먹지 못하겠다고 하지만 맛있다는 칭찬에 더 담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그 양 또한 적지 않아서 아이들이 동원되고 급기야 필자도 참여한 적도 있다.

 

이번 김치가 제일 맛이 좋다고 했다. 그 비밀은 지난 여름 신안군 지도읍 송도포구에서 사 온 병치 탓이다. 물때가 좋아 그래도 가격이 나은 편이라는 믿을 만한 생선가게 안주인의 권유로 덜컥 30마리 한 상자를 구입했다.

 

집에 도착해 머리를 자르고 알과 내장을 꺼냈다. 부산물로 나온 머리와 내장과 알도 한 상자가 되었다. 버리기 아깝다며 아내가 굵은 소금을 뿌려 단지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1년 만에 그 젓갈을 꺼내서 끓여서 김치를 담근 것이다. 집안은 온통 젓갈 냄새로 진동했다.

 

위아래 층은 아내가 김치를 담글 때마다 뇌물(?)이 오가는 사이라 냄새가 나면 군침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도 음식을 나눌 정도로 친근해진 것도 김치의 영향이 크다. 여기서는 병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병치라 해야 더 맛이 난다.

 

◆손암은 병어를 기록하고, 다산은 맛을 보다

고려나 조선 시대 문헌에 병어를 축항어(縮項魚)·축경편 등으로 불렸다. 살펴보면 머리가 작아 목덜미가 없거나 움추린 모양이라 그리 불렀던 것 같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경기도와 전라도 연안의 몇몇 지방의 토산물로 병어가 기록되어 있다. '난호어목지( 蘭湖漁牧志)'에도 서남해, 특히 호서 도리해(桃里海)에서 많이 난다고 했다. '자산어보'에는 '편어(扁魚)' 속명은 병어(甁魚)'라 했다.

 

손암(정약전)이 병어를 요리 조리 저리 살피고 어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을 남겼다면, 동생 다산은 병어의 맛을 알았던 것 같다. 그가 남긴 시 '여름에 읍청루에서 목 정자 조영 등 제공을 모시고 술을 마시며'에서 '저 뱃길로 옛적에는 장요미라는 쌀을 바쳤는데 갯가 저자 오늘날 축항어(縮項魚)를 사 온다오'라며 병어를 예찬했다.

 

◆생선요리의 팔방미인


병어찌개

 


전남지역 기제사(忌祭祀)에는 조기와 함께 병어도 주요 제수로 오른다.
필자에게 병어는 절기 음식이다. 병어를 처음 만난 것은 광주시 남광주시장의 허름한 막걸리집이다. 거기는 여수, 고흥, 벌교, 순천 등에서 올라오는 생선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 집 이름도 '녹동집'이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지금도 가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들리는 곳이다. 주로 병어, 준치 등 선어를 재료로 회, 무침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안주인의 횟감을 고르는 눈썰미와 손맛에 반해 광주에서 술맛 좀 아는 사람들의 영원한 단골집이었다. 병어를 잡은 즉시 얼음으로 갈무리 해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따뜻한 밥에 얹고, 마늘과 고추 그리고 집된장을 상추와 깻잎에 가득 싸서 한 입 몰아넣고 씹으면 달고 고소함이 입 안 가득하다.

 

병어요리 중 가장 대중적인 요리는 뼈째 썰어 된장에 찍어 먹는 '병어회'다. 이때 초장보다는 된장이 좋다. 특별하게 준비할 필요도 없이 막된장이면 최고다. 병어는 지질이 많아 맛이 담백하다. 생선회 외에도 조림, 구이, 찜, 튀김, 매운탕 등이 있다.

 

병어조림은 냄비에 무를 깔고 물을 부어 간장, 다진 마늘, 생강, 청주, 설탕,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약간 풀어 끓인다. 무가 반쯤 익으면 소금에 절인 병어를 넣고 양념장을 끼얹어 끓인다. 그 후 대파 등을 넣고 국물을 끼얹어가며 조린다.

 

병어매운탕도 권할 만하다. 냄비에 물을 붓고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고 무를 넣고 끓인다. 무가 반쯤 익으면 손질한 병어를 넣고 마늘과 생강즙, 대파, 고추 등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병어찜은 제사상에도 오른다. 영광 바닷가가 고향인 장모님도, 지리산 산골이 고향인 어머니도 병어 철이 돌아오면 물 좋은 병어를 소금물에 갈무리를 해서 햇볕에 말려 잘 보관한 후 기일에 쪄서 내놓았다. 정월에 지내는 당산제나 갯제 혹은 풍어제에도 빠지지 않고 올리는 것이 병어다.

 

◆버스 손님은 사람보다 병어

병어는 부산에서 인천까지 연근해에서 잡히며 즉시 냉동해서 유통된다. 부산 자갈치시장, 여수 중앙동 선어시장, 목포 수산시장, 영광 법성포, 인천 소래포구 등 서해와 남해 어느 어시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막 잡아 올린 병어는 푸른색이 돌며 은빛으로 반짝인다. 신선도가 좋은 상태다. 그런 색이 어떤 색인지 궁금하거든 전남 신안군 지도읍 송도어판장에 가보시라. 오뉴월이면 어판장이 병어로 가득하다. 물 좋은 병어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신안·진도 등 서남해의 수많은 유인도와 무인도 사이 바다에서 건져온 병어들이 모이는 곳이다. 병어철에 지도에서 출발하는 버스에는 승객보다 병어 상자가 더 많이 실린다. 언젠가 평일에 버스를 탔다가 승객이 거의 없는 걸 보고 기사에게 '장사 되나요?' 라고 물어봤다. 기사 양반이 웃으며 눈짓을 했다. '화물칸에도 가득해요. 전부 운임을 받아요.' 병어가 담긴 택배 상자다.

 

병어는 보리가 익어가고 녹음이 짙어질 무렵 남도 사람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던 고마운 생선이었다. 싸고 쉽게 먹을 수 있어서 바쁜 철에 감자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푹 끓이면 반찬이 따로 없어도 훌륭한 식사가 되었다. 바쁜 철에 어려운 손님이 와도 술안주로도 뚝딱 가능했다. 그런데 사정이 바뀌었다. 예전처럼 많이 잡히지도 않는데 병어 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중국에서도 이곳 병어를 주문해서 가져간단다. 주말이면 송도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수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물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왜 지난번보다 비싸게 받느냐고 따질 일이 아니다. 낚시질하기 좋은 물때가 있고 그물질하기 좋은 물때가 있다. 병어는 그물로 잡는다. 조류가 세지 않는 조금보다 강한 사리에 잘 걸린다. 이런 날은 아무래도 값이 헐하지만 조금 철에는 비쌀 수밖에 없다.

 

제철 생선은 특히 물때가 중요하다. 과하게 찾다 보면 이 바다에서 병어도 귀한 생선이 될 수도 있다. 조기처럼 칠산바다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자원 보존과 증식대책이 절실해지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지극히 味적인 시장](32) 여름 초입 장어 대신 병어 이런 게 ‘살맛’

김진영 식품 MD 입력 : 2020.06.12 16:12 수정 : 2020.06.12 16:48

 

전북 고창 오일장

 

바다가 따듯해지면 병어에도 맛이 들기 시작한다. 병어찜은 얼큰한 국물과 고소한 병어살의 환상적인 조합을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
실한 풍천 장어와 산들바람 맞아
당도 높은 애플수박·블랙망고수박 유명하지만
6월 중순에나 나와 볼 수 없었다


5월이 끝나가는 무렵 덜 익어 파란빛 도는 복분자를 보러 전라북도 고창을 찾았다. 고창의 복분자는 유명하다. 어느 날 요강을 뒤집는 신화를 등에 업고 나타나 건강식품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붉은색으로 익는 산딸기와 달리 복분자는 파랗던 것이 붉게 물들고 검은빛을 띠면 다 익은 것이다. 복분자가 익을수록 요강 뒤집는 힘은 사라진다고 한다. 한방에서도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물드는 것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복분자의 복은 뒤집을 복(覆), 분은 동이 분(盆)이다. 동이는 그릇이나 사발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사발을 뒤집어 놓은 모양새를 보고 복분자라고 했다. 누군가가 사발을 요강으로 바꿨을 뿐이다.

 

복분자는 나무딸기의 일종으로 다량의 안토시아닌을 함유하고 있다. 딸기는 크게 덩굴딸기와 나무딸기로 나눈다. 덩굴딸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통통하고 달곰한 빨간 모양의 딸기다. 나무딸기는 블루베리, 라즈베리, 복분자 등이다.

 

익은 복분자의 알갱이는 순두부처럼 부드럽다. 손끝에 힘을 빼고 살짝 집어도 검게 물들 정도다. 복분자를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먹거나 그냥 먹는 까닭이다.

 

산딸기는 딸기처럼 달곰한 맛은 적지만 은은한 단맛에 특유의 향이 매력이다. 요강 뒤집는다는 것은 말 잘하는 이가 만들어낸 이야기. 그래도 복분자가 가진 에너지라면 충분히 생활에 활력을 줄 수 있다.

 


3과 8이 들어간 날에 열리는 고창 오일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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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 농장으로 가기 전 고창 읍내에 들러 장터 구경을 했다. 고창 오일장은 3과 8이 들어간 날에 열린다. 오일장은 고창 읍내를 가로지르는 고창천 위 신흥교부터 전통시장 입구까지 200m에 선다. 전통시장 안에서도 상설 가게 외에 오일장이 설 때만 문을 여는 가게까지 가세해 제법 흥정이 오가는 모습이다.

 

5월과 6월 사이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시점인지라 구경거리가 적었다. 고창은 풍천,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나는 장어 또한 유명하다. 고창을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인천강이 있어 제대로 된 풍천 장어를 만날 수 있는 고장이다.

 

고창을 대표하는 작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수박이다. 고창의 산은 높지가 않다. 예전에 산지를 개간해 콩 농사를 하려다 수박으로 바꿨다고 한다. 콩 대신 수박이었지만 아침저녁으로 산과 바다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 덕에 당도 높은 수박을 생산했다. 최근에는 익숙한 줄무늬 수박 대신 작은 애플수박이나 겉이 검고 속이 노란 블랙망고수박 등 다양한 수박을 생산하고 있다.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요령이 있다. 적당히 꼭지가 마른 것이 당도가 좋다. 꼭지가 없어도 상관없다. 수박은 수확하고 며칠 지나야 맛이 드는 후숙 과일이다. 수박의 수분 함량은 대략 94%. 수박을 보관하면서 수분이 증발하는 만큼 당도가 올라간다.

 

수박은 싱싱할수록 단맛이 떨어진다. 싱싱해서 좋은 것은 채소 정도일 뿐, 싱싱하다고 해서 꼭 맛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녹색빛의 고창의 대표 작물 복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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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6월 중순이면 복분자, 다양한 수박이 시장에 지천일 터인데 5월 말이어서 시장에서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완두콩과 열무가 지천이었다. 완두콩은 작년 가을 혹은 올 초봄에 씨 뿌려 재배한 것이다.

 

완두콩을 넝쿨째 가져온 아주머니 두 분의 손이 재빨랐다. 완두콩 까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구경하며 잠시 서 있으니 필자 옆으로 한두 사람이 붙는다. 이내 흘러가던 사람들 사이에서 멈춤이 생겼다.

누군가가 무엇을 보고 있으면 궁금함에 발길을 멈춘다. 사람이 모이면 흥정이 시작되고 돈과 물건이 몇 번 오가면 이내 사람들은 흩어진다.

 

한갓진 곳에서 시장을 바라보면 이런 모습을 종종 본다. 참견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시장 구경이 재미있다. 필자도 덩달아 완두콩 한 봉지 사 들고 시장을 떠났다.

 

‘한여름 민물장어’ 대신 먹은 매콤 병어찜으로 집 나간 입맛 찾고…
인천강·바다 만나는 곳서 캐온 백합으로 쑨 백합죽,
낮에 먹은 실패한 장어 메뉴 억울함 한방에 날려


고창 하면 선운사 주변의 식당가에서 장어를 먹어야겠지만 민물 장어도 나름의 제철이 있는 법, 수온이 적어도 28도 정도 되는 한여름이 돼야 제철이다.

 

장어 대신 선택한 것은 병어였다. 고창으로 향하면서 장어는 몰라도 병어는 먹어야지 생각했다. 따듯해지는 바다에서 맛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 병어. 고창의 위는 부안, 아래는 영광으로 맛있는 수산물이 나는 칠산 바다를 공유하고 있다. 병어회와 병어찜, 둘 중의 선택은 병어찜이었다.

 

햇살이 날카로워질수록 얼큰한 국물과 고소한 병어살의 조합은 극강이 된다. 사실 뼈째 먹는 회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더워지면 얼큰한 것만큼 떨어진 입맛 살리는 묘약은 없다.

 

시장통을 나와 시내를 지나 조용한 마을로 들어섰다. 점심시간 전에 가야 혼자 먹기 편하기에 조금 서둘렀다. 병어찜 작은 것을 주문하니 이내 상이 차려지고 오늘의 주인공 병어가 나왔다. 냄비 가득 담긴 병어 한 마리. 병어찜 주변으로 차려지는 반찬을 마다했다.

 

병어 크기로 봐서는 반찬까지 손이 안 갈 듯싶었다. 괜히 차렸다가 버리면 아까워서 가능하면 반찬은 김치 하나만 두려고 한다. 얼추 국물이 자작자작 끓었을 때 병어를 크게 떠서 국물에 적셨다가 먹었다.

 

생선찜이라는 게 오래 끓여도 국물이 속살까지 들어갈 수 없는 법. 국물과 함께 먹는 게 최선의, 최고의 방법이다. 한여름이 오기 전 병어 살맛은 땅콩을 갈아 넣은 듯 고소했다. 다은회관(063-564-3304)

 

지역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이 고스란히 담긴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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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의 5월은 보리가 익는 계절. 푸르던 보리 빛이 따스한 햇볕 아래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코로나19만 아니라면 보리축제에 이어 6월에 복분자와 수박 축제가 열렸겠지만 모든 곳이 다음으로 미뤄졌다.

잠깐 머물렀다 가는 봄처럼 관광객들도 잠시 보리밭에 머물다 떠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밭을 뒤로하고 상하면의 유기농 농원으로 향했다. 상하농원은 2016년 정식 개장한 곳으로 숙박과 음식,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다. 햄 공방이나 치즈 등 지역의 축산물을 활용하는 공방도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오늘은 햄과 치즈로 만든 피자를 먹으러 농원을 찾았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이 피자 한 판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지역 특산물을 꼭 거창하게 한 상 차려 놓고 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공고하기에 딱 맞는 메뉴이기도 했다. 다양한 피자 중에서 치즈와 햄 공방 소시지가 반반씩 있는 피자를 골랐다.

 

잘 숙성한 도로 구운 피자는 토핑이 없어도 그 자체로 맛이 있다. 치즈나 토핑이 있으면 맛이 몇 곱절 상승한다. 여기 피자가 딱 그런 피자였다. 도는 부드럽거니와 고소하기까기 했다. 치즈와 소시지의 짠맛이 고소함과 만나니 저절로 손이 갔다. 출장 다니며 찌개나 탕만 먹다가 처음으로 혼자 피자를 먹은 듯싶었다.

 

농원 입장료가 있지만 오후 5시 이후로는 무료라고 한다. 레스토랑은 주말 제외하고는 사정에 따라 문 닫는 시간이 달라진다고 한다. 방문하기 전 영업 문의는 필수다. 상하농원(1522-3698)

 


인천강이 바다와 만나는 고창산 백합으로 끓여낸 백합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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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농원을 나와 구시포 해변으로 길을 잡았다. 구시포에서 동호 해수욕장까지의 해안도로가 한적하고 위도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답다. 저녁 무렵, 고속도로 휴게소보다는 해수욕장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로 작정하고 주변을 보니 백합죽 전문점이 보였다. 식당 메뉴판을 보니 백합만 한다. 이런 곳은 다른 곳보다 실패할 확률이 낮다. 기온이 올라가면 서리 내릴 즈음을 기약해야 하는 것이 조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서 나는 백합은 더더욱 그렇다. 부안을 비롯해 김제는 예전에 백합의 주산지였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바다로 흘러들던 곳이었기에 양도 많고 품질도 좋았다. 새만금이 들어서면서 백합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반면에 고창은 인천강이 바다와 만나기에 여전히 맛 좋은 백합이 나고 있다. 들어가서 죽을 주문하려고 하니 2인분 이상. 낙담하지 않고 2인분은 포장이고 한 그릇만 먹고 가겠다고 했다.

 

며칠 전 수술하신 장모님도 드리고 나도 먹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 나온 백합죽은 예상대로였다. 전문점답게, 백합죽답게 시원하고 고소하게 잘 끓여냈다. 잘 익은 김치가 옆에서 거드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낮에 느낌대로 들어갔다가 실패한 장어 메뉴의 억울함이 한방에 풀렸다. 식사를 마치고 “가을에 다시 올게요” 하니 할머니께서 웃으며 답하셨다. “그려 이제 좀 심심해지지.” 해성식당(063-562-3652)


녹색빛 도는 복분자,
포도가 검게 익어가는 7월에 또 한 번 오기를 기약한다…
그때가 장어 먹기 딱 좋은 때이니


7월, 포도가 익을 무렵에 다시 고창에 갈 생각이다. 복분자 보러 간 농원 한편에 포도나무가 있었다. 포도나무 한 그루에 포도 4500송이가 열린다고 한다. 줄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991.7㎡(300평)이기에 가능한 수확량이다.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간 모습도 멋지거니와 포도의 맛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7월이면 장어 먹기 딱 좋은 때이기도 하다.

 

▶필자 김진영

[지극히 味적인 시장](32) 여름 초입 장어 대신 병어 이런 게 ‘살맛’.
제철 식재료를 찾아 매주 길 떠나다 보니 달린 거리가 60만㎞. 역마살 ‘만렙’의 24년차 식품 MD..

 

우리나라 계절별 최고수산물은? 도다리,병어,오징어,숭어 順
부산CBS 조선영 기자 

 


겨울철 최고 수산물에 꼽힌 숭어잡이 축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해양수산부와 어식백세, 수산정보 포털 수산통계를 참고해 계절별 최고 수산물을 선정했다.

 

제철음식은 특정한 시기나 계절에 맛과 영양이 높아지는 음식으로 각계절에 스스로 적응해 자라는 음식이기 때문에 영양소가 훨씬 풍부하고 그 계절에 부족한 영양을 채워주고 저절해준다.


육지와 마찬가지로 바다속 세상에도 계절이 존재하고,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계절에는 먹이가 풍부하거나 번식을 준비하는 산란기 전후인 경우가 많아 제철에 잡히는 고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유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제철수산물은 봄 6종,여름 5종,가을 5종,겨울 4종 등 모두 20종으로,이 가운데 2010년에 비해 2017년 어획량이 증가한 품종은 삼치, 멍게(우렁쉥이), 서대, 전복, 전어,고등어, 도루묵 등 7종에 불과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 같은 제철음식을 중심으로 계절별 최고수산물을 선정,14일 인포그래픽으로 발표했다.

 

먼저 봄에는 도다리가 최고 수산물로 꼽혔고,그 뒤를 이어 대게와 조기,바지락,삼치,멍게순으로 선정됐다.

도다리는 잃은 입맛을 찾아주는 봄의 진미로 일컬어지는데, '문치가자미'가 정식명칭이다. 양식이 거의 되지 않아 대부분 자연산이다.

 

여름에는 병어가 최고 수산물에 이름을 올렸고,성게와 서대,백함,전복이 제철음식의 우선순위에 올라왔다.

병어는 담백한고 고소한 맛이 일품으로,6월 산란을 앞둔 병어는 많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어 부드럽고 담백한 육질로 달짝지근하고 감칠맛이 우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가을에는 오징어가 1위를 차지했고,다음은 새우와 전어,고등어,쥐치가 그 뒤를 이었고,겨울에는 숭어와 꼬막,넙치,도루묵이 최고 음식으로 꼽혔다.

가을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어가 최고 계절음식으로 알려졌지만,실제로는 오징어와 새우가 전어를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전어를 체치고 1위에 오른 오징어는 국민대표식품이자 타우린의 보고이다.오징어류의 타우진 함유량은 기존 어퍠류보다 2~3배 많고,100g당 단백질 함유량이 18.1%로 쇠고기보다 3배나 많다.

 

숭어는 가격이 저렴하고 맛이 좋아 겨울을 최고 횟감으로 알려져 있는데,숭어는 100가지 물고기 중 가장 뛰어난 맛을 지녔다고 해서 '수어(秀漁)'라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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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산천

거친 호흡 몰아쉬며 바람 저편 굽이치는 산맥 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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