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로 정동진, 세종수목원·김포 항공박물관… 2020 새 여행지를 보라
익산·동해=박근희 기자 입력 2020.02.08 03:00
[아무튼, 주말]
우한 폐렴 끝나면 어디를 갈까
전북 익산 '국립익산박물관' 야외에 있는 미륵사지 석탑. 해 질 녘 풍광이 아름다워 일부러 시간 맞춰 방문하는 이들도 있다. / 박근희 기자
'새해 달라지는 것'은 최저임금이나 취득세만이 아니다. 외국어 학원이 바빠지고 사업자 등록으로 세무서도 붐빈다.
해넘이는 여행에도 기회이자 선물이다. 2020년 국내 여행도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손꼽아 기다린 박물관·수목원이 문을 열고, 멀게만 느껴지던 관광지가 교통망 개선으로 가까워진다.
기대하시라. 새롭게 추가될 '더 나은' 여행지와 달라질 여행 지도를.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외출이 망설여지는 요즘, 1년 여행 계획을 미리 세워보자.
2020년 '신상' 박물관·전시관
신년 벽두부터 관심이 쏠린 곳은 전북 익산 국립익산박물관이다. 국립부여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과 함께 백제 역사와 문화에 집중하는 세 번째 국립박물관이다.
지난달 10일 개관했다. 설 연휴 동안에만 관람객 10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삼국시대 불교 사원 중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백제 미륵사지 출토품 2만3000여 점을 비롯해 익산 일대 전북 서북부 유적에서 나온 유물 3만점을 소장하고 있다.
상설 전시실에서만 국보 1점과 보물 7점 등 30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개관 특별전인 '사리장엄―탑 속 또 하나의 세계'(~3월 29일)가 볼만하다. 사리를 봉안하는 장치 일체인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와 사리장엄에 관해 깊이 있게 전시했다. 국보 제123호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 국보 제327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장엄, 보물 제1925호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 등 우리나라의 왕실 발원 사리장엄 9점을 포함해 총 15점을 비교 관람할 수 있다.
보물 제1753호 미륵사지 금동 향로, 십자 무늬 청동 의기, 입점리 고분군 금동 관모도 놓치면 후회할 대표 유물이다.
유물마다 '한 줄 설명'을 달거나 전시 설명문 하단에 수수께끼 형식 '미션'이 있어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
지난달 10일 문 연 전북 익산의 '국립익산박물관'. / 국립익산박물관
박물관 야외에서는 미륵사지 석탑, 당간지주 등을 둘러본다. 일부러 느지막하게 오는 관람객도 있다.
해 질 녘 미륵사지 석탑과 어우러진 연못 터 풍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다만 박물관 시설은 '미완성'이다.
2021년엔 어린이박물관, 보존과학동, 강당 등 부속 시설을 갖춘 사회교육관도 문을 열 예정이다. 신민철(33)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개관 특별전인 사리장엄 전시에 이어 하반기에는 미륵사지 출토품을 심층 연구한 특별전 '녹유(綠釉·가제)'를 준비 중"이라며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녹색 유약을 입힌 서까래 기와(서까래의 부식을 막아주는 기와) 등 한국의 녹유 유물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까이 미륵산이 있고 차로 10~20분 거리에 서동공원, 익산 쌍릉, 왕궁리 유적전시관 등이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명절 당일과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 관람.
서울 공항동 국립항공박물관도 이르면 5월 말 정식 개관한다. 현재 내부 시설 정비가 한창이다.
전체 4층 규모의 건물 외관은 비행기의 터빈 엔진이 회전하는 모양새다. 박물관 주변 야외 공간엔 바람 방향을 알려주는 풍향등,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게 유도하는 '활공각 제공 시설' '방위각 제공 시설' '진입각 지시등'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총장 노백린과 6인의 항공 독립운동가' 조형물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베일에 감춰진 박물관 상설 전시실에는 우리나라 항공 역사를 보기 쉽게 전시한 항공역사관, 항공기 작동 원리와 항공기 속 숨은 과학 원리를 흥미롭게 풀어 놓은 항공산업관, 항공생활관 등이 들어선다.
우리나라 항공사의 주요 실물 항공기도 전시한다. 기내 훈련을 가상으로 해볼 수 있는 항공안전체험관과 특수영상관, 항공체험교실, 항공도서관 같은 시설도 있다. 개관 후 4층 카페와 전망대에선 김포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실컷 볼 수도 있다.
정식 개관 일자와 운영 시간, 관람 방법은 나중에 국립항공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오는 5월 개관하는 서울 공항동 '국립항공박물관' 야외에 먼저 전시된 '노백린과 6인의 항공독립운동가' 조형물.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비행기의 터빈 엔진이 회전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국립항공박물관' 외관.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연장 개통으로 빨라진 인기 여행지들
올해는 굵직한 철도 노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기차나 전철을 타고 편하게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동안 해돋이 명소인 강원도 정동진에 가려면 차로 3시간 이상,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5시간, 고속버스로도 3시간 30분쯤 걸렸다.
오는 3월 2일부터는 정동진 가는 길이 2시간 대로 줄어든다.
KTX동해역 연장 개통 후 강릉행 KTX 일부가 정동진역, 묵호역, 동해역까지 가기 때문이다.
'동해행 KTX'는 서울에서 진부까지 기존 강릉선 KTX 구간을 운행하다가 진부역 이후에는 영동선을 따라 정동진역, 묵호역을 지난다.
서울역에서 2시간 40분이면 종착역인 동해역에 닿을 수 있다. 동해행 KTX 하루 운행 횟수는 서울~동해 주중 8회, 주말엔 서울~동해 8회, 청량리~동해 6회다.
기존 정동진, 묵호, 동해 역사는 KTX 역사로 새로 단장했다.
소박한 역사의 정취는 사라졌지만, 한결 편리하고 깨끗해졌다. 비교적 조용하고 주변 즐길 거리가 적은 동해역보다는 관광지가 가까이 있는 정동진역, 묵호역을 찾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비경을 간직한 정동진의 해안단구 탐방로 '정동심곡바다부채길'(천연기념물 제437호)이나 동해 서핑 명소인 금진해변도 동해역 KTX 연장 개통으로 올여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금진해변은 정동진역에선 차로 10분 거리다.
KTX 역사로 새로 단장한 강원도 동해역. / 박근희 기자
동해행 KTX가 연장 개통되면 가기 수월해지는 정동진역 부근의 '모래시계 공원'. / 박근희 기자
이 밖에 묵호항, 묵호 논골담길과 천곡동굴, 추암 촛대바위 등 동해와 삼척 주요 관광지도 반나절이나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강릉역까지 운행하는 KTX는 동해행 운행 횟수만큼 줄어든다. 코레일 측은 하루 20회 셔틀 열차 운행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승차권은 2월 10일(예정)부터 한국철도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코레일 톡', 전국 역 창구에서 판매한다.
운임은 서울~동해 일반실 기준 3만1300원. 발 빠르게 관련 관광 상품도 등장했다.
정동진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코레일관광개발의 '동해안 완전 정복 기차 여행(당일)'은 3월 7일부터 28일까지 주말 4회에 걸쳐 동해행 KTX를 타고 가 정동진·동해·삼척의 주요 관광지와 5일장을 둘러보는 당일 여행 상품이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전에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야 해 이동 시간이 길었지만 동해행 KTX 개통으로 동해 당일 여행 상품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 파주의 대표적 여행지인 임진각 관광지까지는 보통 차를 이용했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매주 수~일요일 주 10회, 하루 몇 차례밖에 운행하지 않는 용인~도라산 간 DMZ 트레인을 이용하거나 문산역에서 마을버스(058번)로 갈아타야 했다. 서울에서 문산역까지만 운행하는 경의중앙선은 3월 중 문산~임진강 단선 전철화 사업 완료 후 가는 길이 나아진다.
단선 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면 경의중앙선 일부 열차가 평일 왕복 2회, 토·일요일 및 공휴일 왕복 4회 임진강역까지 운행한다. 임진강 남쪽인 임진각에서 출발해 강을 가로질러 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그리브스를 연결하는 임진각 곤돌라도 3월이면 만날 수 있다. 곤돌라 26대가 850m 구간을 오간다(유료). 현재 안전 점검을 받고 있다.
전남 담양에서 목포까지 흐르는 영산강 비경도 3월부터는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나주 영산포구에서 무안 몽탄포구에 이르는 34㎞ 구간인 나주~무안 간 영산강 강변도로 개통 소식이다. 영산강 8경 중 식영정 앞 곡강, 석관정의 저녁노을과 나주 평야, 죽산보 등을 드라이브하다 만날 수 있다. 석관정은 개통하는 강변도로에서 100m 거리에 있다. 1공구 감리를 맡은 주승로(61) 단장은 "이번에 개통하는 영산강 강변도로를 타면 영산강의 한반도 지형을 조망할 수 있는 '느러지전망관람대'로 가기도 수월해진다"고 했다.
전남 나주-무안을 잇는 영산강 강변도로도 3월 개통된다. 사진은 나주 '느러지전망관람대'에서 본 한반도지형 마을. / 나주시청
한라산 탐방 예약, 세종수목원 개장
이달 1일부터 한라산 탐방 예약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한라산 성판악 코스(9.6㎞, 4시간 30분)나 관음사 코스(8.7㎞, 5시간)로 백록담에 올라가려면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각각 하루 최다 탐방 인원은 성판악 코스 1000명, 관음사 코스 500명이다.
탐방 예약자에게 발송하는 스마트폰 QR 코드 확인 후 코스로 입장할 수 있다. 탐방 예약제 실시 후 해당 코스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홍경아(49)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운영과 공원운영팀장은 "미처 예약하지 못한 탐방객들이 다른 코스로 분산되며 성판악, 관음사 코스는 한결 여유로워졌다"며 "정상에서 등정 인증서에 도장을 받으려고 줄을 많이 서는데 인원을 제한하니 혼잡이 줄었다"고 했다.
즉흥적으로 찾는 관광객은 줄고 등반 준비를 꼼꼼히 한 이가 대부분이다 보니 평소 주말 하루 평균 7~8명 발생하던 산악 응급 환자도 거의 없어졌다.
경쟁이 치열했던 2월에 비해 3월 탐방 예약은 우한 폐렴 유행 등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다. 탐방 예약은 전월 1일부터 한라산탐방객관리시스템에서 받는다. 취소분은 현장 선착순 입장 몫으로 돌아간다. 성판악 코스는 주차 공간(최다 78대)이 좁아 연계 버스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리목·영실·돈내코 코스로는 탐방 예약 없이 한라산 정상 남벽 분기점까지만 탐방이 가능하다.
올가을에는 세종특별자치시 연기면 국립세종수목원 개장 소식이 있다. 축구장 100면에 해당하는 65㏊ 면적에 건축 면적만 2.2㏊인 도심 국립수목원이다.
지난 5일 현재 공정률 94%로 5월 준공 완료 후 시범 운영을 거쳐 10월 중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커뮤니티참여활동지구, 정원 전시·관람지구, 식물교육·체험지구 등 크게 세 지구로 구성된다.
커뮤니티참여활동지구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진행될 곳으로 생활정원, 축제마당, 어린이정원, 후계목정원 등으로 꾸민다.
생활정원에선 시민이 직접 재배한 식물로 정원에서 정원사와 요리, 시식 체험을 하게 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랜드마크는 '사계절전시온실'. 세 꽃잎 모양 유리 온실에선 파파야 같은 열대식물과 바오밥나무 등이 관람객들과 만난다.
양서류와 수생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양서류관찰원과 청류지원(약 2.4km) 부근에는 벌써 환경 전문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인터넷 블로그엔 국립세종수목원 현장 진행 상황을 알리는 후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대감의 반영이다.
오는 10월 개장하는 세종특별자치시 '국립세종수목원' 2월 5일 진행 상황. / 산림청수목원조성사업단
한눈에 보는 '새해 달라지는 여행지'
고양꽃전시관, 플라워&북카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
올해 '핫플레이스'로 기대되는 곳
올해 '핫플레이스'로 기대를 모으는 곳도 있다.
부산 '망미단길'로 불리는 망미동 수영고가교 하부 1㎞ 구간에 들어서는 비콘그라운드는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조성되는 복합 생활 문화 공간이다.
6구간으로 나뉜 컨테이너형 공간 50개는 전시관, 상업·공공 서비스 시설,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채워진다.
현재 공정률은 94%. 2월 말 완공해도 임대업자 선정 및 설비, 인테리어 등을 거쳐 8월에 문 열 예정이다. 부산 3호선 망미역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망미역 역세권 핫플레이스로 기대를 모은다.
화훼 복합문화공간 '플라워&북카페'로 변신하는 고양시 '고양꽃전시관'. / 고양국제꽃박람회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 있던 '고양꽃전시관'은 다음 달 '화훼 복합 문화 공간'인 플라워&북카페로 다시 태어난다.
총 4357㎡ 규모로 고양꽃전시관 3전시관과 (구)신한류 홍보관을 용도 변경했다. 1층 건물은 꽃이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 휴식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꽃 관련 강좌를 수강할 수 있는 플라워 아카데미, 카페와 함께 꽃을 살 수 있는 상점,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에서 기증받은 9m 높이 초대형 북트리가 공간을 채운다. 재개관 후 고양시에 사는 지역 작가 초청 북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제주 호텔가에도 지각변동 이 예상된다. 제주국제공항에서 3㎞ 떨어진 제주시 노형동에 그랜드 하얏트 호텔 제주가 상반기 중 개관한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중 아시아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 1600객실에 야외 수영장과 서양식·한식 스파 2곳, 키즈클럽 1곳, 식음료업장 14곳을 갖췄다. 고도제한 지역이지만 특별 허가를 받은 38층 전망 레스토랑에선 파노라마로 제주를 내려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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