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선녀바위 해변 [2020 · 1 · 24 .흐린 금요일]
영종도 예단포 ~ 삼목항~ 왕산해변~ 을왕리 해변 ~ 선녀바위 해변 드라이브
바다가 주는 말
- 정채봉
인간사 섬바위 같은 거야
빗금 없는 섬바위가 어디에 있겠니
우두커니 서서
아린 상처가 덧나지 않게
소금물에 씻으며 살 수밖에
바다는
- 용혜원
밀물로 몰려드는 사람들과
썰물로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
해변은 언제나
만남이 되고
사랑이 되고
이별이 되어 왔다.
똑같은 곳에서
누구는 감격하고
누구는 슬퍼하고
누구는 떠나는가?
감격처럼 다가와서는
절망으로 부서지는 파도
누군가 말하여 주지 않아도
바다는
언제나 거기 그대로 살아 있다.
겨울 바다
-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싶던 새들도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혼령(魂靈)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바위섬
- 홍 수 희
울고 싶다고
다 울겠는가
반쯤은 눈물을 감추어두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사는 것이
바다 위의 바위섬처럼
종종 외롭고도
그렇게 지친 일이지만
가끔은
네 어깨와 내 어깨를
가만히 대어보자
둘이다가도 하나가 되는
슬픔은 또한 따스하다
울고 싶다고
혼자 울겠는가
반쯤은 눈물을 감추어두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바닷가에서
- 정 호 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게 좋다.
바다
- 나 희 덕
바다를 저리도 뒤끓게 하는 것이 무어냐
파도를 깨뜨리는 뼈 부딪는 소리
채 마르지 않아 뚝뚝 흘리며
저 웃고 있는 푸른 살이 대체 무어냐
욕망의 물풀이 자라나는 기슭,
떠나온 이보다 쫓겨온 이가 많은 뱃전,
비틀거리며 발 디뎌온 생활,
그로부터 파도처럼 밀려온 사람들이여
그대들의 뼈가 부딪칠 때마다
물결, 불꽃의 물결 늘 움직여
왜 자꾸만 나를 살고 싶게 하는지
왜 이리도 목마르게 하는지
아는가, 뒤끓는 바닷속에 몸을 던진 사람들이여
물안개
- 류 시 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바닷가 찻집
- 김 승 봉
누구나 바다 하나씩 가지고 산다.
가까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귀머거리> 찻집에 앉아
옛사랑을 그리며
반쯤 식어버린 차를 마신다.
파도는 유리창 너머에서 뒤척거리고
주인은 카운터에 앉아
오래된 시집을 읽고 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찻집보다는 선술집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사내들이 와르르 몰려든다.
주인은 시집을 덮고,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확트인 유리창 곁에
그 사내들의 자리를 권하고
다시 시집을 펼쳐든다.
벽난로에는 장작이 타들어간다.
주인은 주문을 받지도 않고
사내들은 주문을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사내들은 떠나가고
주인만 홀로 빈 찻집에 남게 될 것이다.
온종일 수평선만 바라보다가
지쳐 귀머거리가 되어버린,
그 바닷가 찻집에 파도처럼 왔다가
훌쩍 떠나버린 사람들이
어디 그들 뿐이었겠는가.
주인은 마음으로 시집을 읽고
사내들은 말없이 빈 바다를 마신다.
가득했던 내 찻잔도 서서히 식어갈 때
옛사랑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잊혀져 가고
내 손에 전해져 오는 냉기와
콧속으로 파고드는 짭짤한 바다의 냄새,
내 마음 역시 그들과 함께
빈 바다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바닷가 빈 언덕에서 찻집을 하는
주인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될 것이다.
누구나 마음 속에
껴안을 수 없는 사랑 하나씩 안고 산다는 것을....
바다
- 조 병 화
사랑하는 사람아
그리운 사람아
먼 곳에 있는 사람아
바다가 우는 걸 본 일이 있는가
바다가 흐느끼는 걸 본 일이 있는가
바다가 혼자서 혼자서
스스로의 가슴을 깎아내리는
그 흐느끼는 울음 소리를 들은 일이 있는가
네게로 영 갈 수 없는
수많은 세월을
절망으로 깨지며 깨지며
혼자서 혼자서 사그라져 내리는
그 바다의 울음 소리를 들은 일이 있는가
겨울 바다
- 황 동 규
薄明(박명)의 구름장들이 빙빙 돌아간다
고통처럼 단순한 몇 포기 섬들이
갯벌에는 여인 서넛이
소주처럼 쓴 물결을 휘젓는 바람소리가
아 바람이, 하늘에선 박명의 구름장들이 빙빙 돌아간다.
웅크리고 박혀 있는 몇 포기 섬들
갯벌에는 여인 서넛이
허리 구부릴 때 그네들에게 잡혀주는 몇 마리 게새끼가
매어 달리는 이 풍경.
아 바람이
짧은 해안선을 미친 듯이 달리는
두 손바닥의 땀방울이.
그 저녁바다
- 이 정 하
아는지요?
석양이 훌쩍 뒷모습을 보이고
그대가 슬며시 손을 잡혀 왔을 때,
조그만 범선이라도 타고 끝없이 가고 싶었던
내 마음을.
당신이 있었기에 평범한 모든 것도
빛나 보였던 그 저녁바다
저물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
석양만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요?
발길을 돌려야 하는 우리 사랑이
우리가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와야 하는 그것이
내 가장 참담한 절망이었다는 것을.
저무는 해는 다시 떠오르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다시 그곳을 찾게 될 날이 있을까.
서로의 아픔을 딛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대로 영원히 영원히
당신의 가슴에 저무는 한 점 섬이고 싶었던
내 마음, 그 저녁바다를.
바다
- 김 기 린
바다여
얼마나
갖고 싶기에
가슴이 그리 넓은가
얼마나
하고 싶기에
할 말이 그리 많은가
얼마나
원통하기에
끝없이 그리 울먹이는가
얼마나
살고 싶기에
억만 년을 살고도 그리 젊은가.
섬에서 울다
- 원 재 훈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은 안다
섬이 왜 바다에 홀로 떠 있는 것인지
떠나간 사람을 기다려 본 사람은
백사장에 모래알이 왜 그리 부드러운지
스스럼없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인지를 안다
섬은 그리움의 모래알
거기에서 울어 본 사람은 바다가 우주의
작은 물방울이라는 것을 안다
진실로 우는 사람의
눈물 한 방울은 바다보다도 크다
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사람의
잡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서해의 작은 섬에서 울었다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는 섬의 마음을 보고 울었다
그 외로움이 바로
그대가 오고 있는 길이라는 걸
그대가 저기 파도로 밀려오고 있는 작은 길이라는 걸
알고 눈이 시리도록 울었다
밀려와 그대 이제 이 섬의 작은 바위가 되어라
떠나지 않는 섬이 되어라
하늘을 보면 하늘이 마음에 펼쳐지고
꽃을 보면 꽃이 내 안에서 피어난다.
바람을 안는 이 새가 되어 허공을 날고
구름은 품은 이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신다.
그간 어떻게 살아왔나 이제는 정상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오를만큼 오르는거야. 지쳐 더이상 오르지 못하겠다면 돌아서며 그곳이 자기가 선택한 종착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 삶 또한 그렇게 살아야해. 자신의 영혼이 잘 따라오나 뒤를 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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