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SPECIALㅣ스릴 만끽 '오지계곡 7선']
사람 홀리는 치명적 신비 지닌 골!
글 신준범 기자 입력 2019.07.08 12:02
덕골·용소골·중림골·마실골·문지골·버릿골·골포천
협곡서 즐기는 매력적인 피서
“우리나라에 오지가 어디 있어?”라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계곡 7곳을 뽑았다.
단순히 깨끗한 계곡이 아니다. 귀신에 씌운 것처럼 사람을 홀리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녔다.
스마트폰도 여기선 무용지물, 깊숙한 오지협곡의 아름다움만이 감각을 지배한다.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위험이 도사린다. 대부분 등산로가 없거나 있어도 희미하다.
국립공원 만 다닌 사람, 안내산악회 따라다닌 사람, 동네 뒷산 위주로 다닌 사람은 출입을 삼가야 할 정도다.
조난·추락·익사 사고 위험 높지만 휴대폰 전파가 닿지 않아, 혼자 가는 것은 무모할 정도로 위험하다.
1.덕골
어둡고 매혹적인 내연산의 비밀
경북 포항 내연산 내연골 반대편에 덕골이 있다. 정비된 길이나 등산로가 없는 은밀한 원시계곡이 덕골이다. 내연골이 정상 동쪽의 밝은 골짜기라면, 덕골은 정상 서쪽의 조금 어둡고 매혹적인 협곡이다. 5.5㎞의 짧지 않은 계곡이지만 재미난 소설처럼 강한 흡입력으로 도전에 나선 산꾼들을 빨아들인다.
덕골의 백미는 양쪽에서 물이 쏟아지는 쌍폭과 막장폭포, 이끼폭포다. 신선의 정원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작지만 섬세한 이끼계곡의 절경을 체험할 수 있다. 평소에는 수량이 적은 편이므로 비가 온 후 하루 이틀 뒤에 가야 좋다. 험한 협곡은 우회로가 있으므로 천천히 주변을 살피면 선답자의 발자국이 보인다. 능선에 오르면 헬기장이 있는 삼지봉 부근에 이른다.
능선부터는 산길이 잘 나 있어 다양한 코스로 하산할 수 있다. 덕골 들머리인 마두교(하옥산장)로 되돌아가려면 뒷터길로 내려서는 코스가 있다. 뒷골은 위험한 협곡이라 사면길인 뒷터길로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용소골
자연 파괴력 보여 주는 힘의 계곡
용소골은 응봉산(998.5m)이 낳은 계곡 중 장남이다. 워낙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거칠고 모험적인 계곡의 대명사다. 정상을 기준으로 북서쪽,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있으며, 상류까지 포함하면 10km에 이를 정도로 깊고 큰 계곡이다.
용소골은 특별히 어디가 최고라고 꼽기 어려울 정도로 계곡을 한 굽이 돌 때마다 절경이 계속 나타난다. 국립공원이 아닌 탓에 어디든 웃통을 벗고 물에 첨벙 뛰어들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엄청난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와 협곡이 많지만 친절한 데크등산로는 초반에 잠깐 있을 뿐, 쇠난간줄과 밧줄을 붙잡고 스릴 넘치는 벼랑을 가야 한다. 용소골은 오를수록 거대한 너덜과 물길을 가로지르는 곳이 많다. 산행 속도가 한없이 처지게 되므로 평소처럼 거리에 따른 시간 계산을 하면 위험하다.
용소골 들머리인 덕풍마을에서 상류의 제3용소까지 6~7시간 정도 걸리며, 3용소에서 온 길로 내려오더라도 하산에 4~5시간은 걸린다.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며 중간 탈출이 어려운 협곡이므로 비가 예상된다면 접근을 삼가야 한다.
3. 중림골
이 땅에 남은 마지막 오지
이곳에 들면 “진짜 오지구나”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땅의 마지막 오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깊은 산골짜기가 통고산 중림골이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왕피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들머리인 금강송면 햇네마을까지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울진 금강송면에서 구불구불한 콘크리트 산길을 따라 16km, 한 시간을 차로 들어가야 초입인 햇네마을 주차장(금강송면 한내길 317)에 닿는다.
무릎 이하로 수심이 낮은 왕피천을 횡단하면 중림골 입구다. 중림골은 통고산이 거느린 계곡 중 가장 길다. 산길이 거의 없으므로 개척산행이 기본이며 계곡을 끝까지 따라 오르면 능선의 937.7m봉에 닿는다. 거리에 비해 시간 소모가 커 당일에 오르기가 쉽지 않고, 길찾기에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
잘못 들기 쉬운 지계곡 입구가 널려 있고, 잘못 들어간 계곡도 때 묻지 않은 미모의 골짜기가 많아 홀린 듯 조난당하기 쉽다. 수심이 깊은 곳은 드물지만, 발을 담그지 않으면 지나기 까다로운 곳이 여럿 있어 처음부터 발 담그고 텀벙텀벙 걷는 것이 중림골을 즐기는 노하우다.
4. 마실골
작지만 청아하고 신비로운 골짜기
포항 하옥계곡은 여름 휴가철이면 주차할 곳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피서지다. 동대산(791.3m)에서 흘러내린 계류가 하옥계곡으로 합수한다. 동대산은 높이에 비해 수려한 계곡을 여럿 두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마실골과 경방골이다.
사람 때를 타지 않은 마실골은 초입은 좁지만 막상 들어가면 오묘한 형상의 바위절벽이 양 옆으로 솟구쳐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협곡 아래에는 깊고 푸른 소가 있어 순식간에 다른 세상에 온 것마냥 신비로운 착각이 들게 한다.
골 안에는 약간 너른 터가 있는데 ‘마실’ 이름이 유래한 곳으로, 한때 여러 집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간간이 돌담을 쌓은 집터와 옛길 흔적이 남아 있다. 마실골을 따라 오르면 동대산 정상 부근 능선에 이르게 된다. 하산은 북쪽의 경방골로 가거나, 지능선을 타고 다시 하옥계곡으로 돌아갈 수 있다. 분위기 좋은 명소인 호박소가 아름다운 경방계곡은 등산로가 잘 정비된 사람 발길 잦은 계곡이다. 마실골과 경방골을 잇는 산행은 6시간 정도 걸린다.
5. 문지골
은밀하고 깨끗한 미인
응봉산 문지골은 은밀한 자연미를 갖춘 아기자기한 계곡이다. 덕풍마을에서 용소골로 들어서는 초입 우측 지계곡이 문지골이다. 용소골만큼 압도적인 스케일은 아니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용소골보다 찾는 이가 훨씬 적어 은밀하고 깨끗한 맛이 있다. 정비된 산길은 없으며 계곡 따라 비탈 사면을 가는 곳이 대부분이다. 수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물에 발을 담그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
대표적인 폭포는 6곳이 있으며, 상류의 6폭포가 가장 볼 만하다. 덕풍마을에서 용인등(770m)을 타고 올라 낙동정맥 주능선 997.7m봉에서 하산길을 따라 내려서면 6폭포에 닿는다. 덕풍마을에서 용인등봉까지 개척산행에 가까워 1박 야영하여 원점회귀하거나 적당히 문지골만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6폭포 위에 돌밭 야영 터가 있으며 덕풍마을에서 5~6시간 걸린다.
6. 버릿골
아름다운 물의 블랙홀 유혹
아름다운 폭포와 물웅덩이가 있는 응봉산 버릿골은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계곡이다. 덕풍마을로 이어진 길의 버릿교에서 지계곡을 따라 들면 된다. 정비된 산길이 없는 모험적인 계곡이라 개척산행을 해야 한다. 길은 없지만 의외로 경사가 완만한 편이며 적당히 디딜 곳이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물이 불었을 때만 아니면 계곡에 발을 담그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백미는 1시간 30분을 오르면 만나는 버릿소, 공연장 같은 둥근 소와 이끼 낀 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는 더위를 날려버릴 피서지로 제격이다. 수심이 깊어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계곡 끝까지 타고 올라 능선에 이르는 데 4~5시간 정도 걸리며, 능선에도 뚜렷한 등산로는 없다. 863m봉에서 범바위봉을 지나 능선을 따라 원점회귀하는 방법이 있다. 어디로 하산하든 길찾기 어렵고 시간 소모가 커 버릿소까지만 갔다가 내려가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이다.
7. 골포천
낙동강 상류의 편안한 계곡
원시비경을 간직한 골짜기로 잔잔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골이 넓고 적당한 크기의 바위가 고르게 깔려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계곡 사면의 이끼 가득한 바위벽은 원시 모습 그대로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에서 발원한 낙동강 상류의 지류인 골포천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 골짜기다.
북쪽으로 오미산(1,071.1m)과 백병산(1,036m) 줄기가 둘러싸고 있고, 동쪽은 진조산(908.4m)에서 삿갓재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장벽처럼 막아서고 있다. 서쪽으로 터진 골짜기는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해발 1,000m가 넘는 험준한 산줄기를 깊게 파고든 계곡이 바로 골포천이다.
수심이 깊은 곳이 거의 없어 무난하게 계곡 트레킹을 즐길 수 있지만, 뱀이 많은 곳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골포천 트레킹은 전천동마을의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 호젓한 임도를 따라 1km 정도 걷다 보면 왼쪽에 넓은 공터와 외딴집이 보인다. 이 집 앞 정면으로 보이는 깊은 계곡이 골포천 상류다.
계곡을 따라 1시간 정도 오르면 다시 콘크리트 도로가 나온다. 도로를 따라 내려서면 들머리인 전곡리로 돌아가게 된다.[출처 월간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