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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꽃에서 詩를 줍다

by 한국의산천 2015. 4. 9.

꽃에서 詩를 줍다

 

▲ 아이들의 주먹만큼이나 커다란 개심사의 명물 "겹벚꽃"(왕벚꽃x) ⓒ 2015 한국의산천

개화시기 :개심사에 있는 겹벚꽃은 5월초에 절정을 이룹니다. (초파일 전후가 절정입니다)


화창한 봄날

 

            -  고 창 영 

 

어쩌면 저 꽃들이 다
눈물일지 모른다.

저 눈물이 다
꽃이게 하는

화창한 봄날이다.


- 고창영의 시집《힘든줄 모르고 가는 먼 길》中에서

 

▲ 피안의 세계로 건너가는 다리인가?  ⓒ 2015 한국의산천

상왕산 개심사 안양루 앞에 있는 작은 연못 저 다리를 건너면 피안의 세계로 가는 듯 ...

개심사가 자리한 상왕산은 코끼리를 뜻하며 코끼리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연못을 만들어 놓았다.

저 작은 통나무 다리를 조마조마하게 마음 졸이며 건너면 마음의 갈증이 풀어지며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 인천 강화 고려산 ⓒ 2015 한국의산천 

 

[박해현의 문학산책] 꽃에서 詩를 줍다

 

여섯살 이규보가 詩心을 얻고 老시인도 童心 품게 하는 꽃은
네루다에게 순수 영혼의 詩語… 朴木月에겐 희망을 속삭였다
눈길 가는 곳마다 느낌 넘치는 이 봄, 한껏 누려볼 일 아닌가 -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꽃은 웃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네(花笑聲未聽 鳥啼淚難看).'

 

  고려시대 시인 이규보가 여섯 살 때 썼다는 한시(漢詩)다. 꽃은 어린아이도 시인으로 만든다. 다 큰 시인들은 꽃 앞에서 어린아이로 돌아가 시를 줍는다. 시인들은 시를 쓴다고 하지 않고, '시가 내게로 왔다'고들 한다. 시는 꽃향내를 타고 시인의 가슴에 날아든다. 봄날에 시인은 꽃과 꽃 사이를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꿀벌이 된다.

 

  잔뜩 물오른 봄의 향내가 짙어지는 4월이다. 벚꽃과 목련이 세상을 밝히고 산수유와 개나리도 어깨동무하며 길을 치장한다. 이맘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가곡 '4월의 노래'다. 목련이 허공에서 화사한 등(燈)을 밝힐 때 귓가에서 하늘거리는 나비처럼 다가온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박목월(1915~1978) 시인이 노랫말을 지었다. 1953년 전쟁의 광풍이 휩쓸고 간 폐허에서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언어를 속삭이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한다.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둔다'는 노랫말이 들어간 까닭이 그러했다.

 

  박목월은 "여학교 교사로 재직할 때 여학생들이 잔디밭에 앉아 책을 읽는 자세가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며 "나무 그늘 아래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책을 읽거나 긴 사연의 편지를 쓰는 것은 스무살 전후의 소녀적인 낭만과 정서를 대표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여학생들의 애창곡이 됐다. 그 시절 그 노래를 부르던 소녀들이 가장 예뻤을 때였다. 하필이면 전후(戰後)의 폐허에서 인생의 봄을 맞았다. 그래도 소녀들은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가슴 설레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 모습을 상상하면 안쓰럽다. 봄날의 화창함이 오히려 짙디 짙은 설움의 물감처럼 가슴 한편을 물들인다.

 

  지난 주말 조선일보 Books팀이 정현종 시인에게 꽃나들이 갈 때 읽을 시 5편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정현종 시인은 "꽃을 보러 가는데 시가 따로 필요 있겠느냐"고 타박하면서도 서정주의 시 '백일홍 필 무렵'을 비롯해 5편을 골라줬다. 그 중에 정현종 시인이 번역한 파블로 네루다의 시 '봄'도 들어 있었다. 그 시를 던져줄 테니 읽어보곤 6살 어린이 이규보의 시와 비교해보시라.

 

  '새가 왔다/ 탄생하려고 빛을 가지고/ 그 모든 지저귐으로부터/ 물은 태어난다// 그리고 공기를 풀어놓는 물과 빛 사이에서/ 이제 봄이 새로 열리고/ 씨앗은 스스로 자라는 걸 안다/ 화관(花冠)에서 뿌리는 모양을 갖추고/ 마침내 꽃가루의 눈썹은 열린다// 이 모든 게 푸른 가지에 앉는/ 티 없는 한 마리 새에 의해 이루어진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시가 내게로 왔다'는 표현이 바로 네루다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네루다의 시는 새와 꽃이 날라다 준 것이다. 네루다가 이 시를 썼을 때의 나이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마음의 나이테는 여섯 살 어린이와 별 차이가 없었던 듯하다. 아이는 놀람을 통해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된다고 한다. 시인은 늘 보던 꽃을 새롭게 보면서 다르게 말하는 사람이다. 네루다는 새의 지저귐에서 물의 탄생을, 화관(花冠)에서 뿌리의 신생(新生)을 읽고 티 없는 한 마리 새처럼 순수한 영혼의 언어로 노래했다.

 

  봄철 꽃나들이 갈 때 시와 산문과 사진을 통째로 음미할 수 있는 책 한 권이 있다. 소설가 조용호가 오래 전에 펴낸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가 손에 잡힌다. 꽃의 문학 기행을 떠나는 길을 알려준다. 작가가 섬진강 매화, 구례 산수유, 유달산 개나리 등을 찾아가 맡은 꽃내음을 사진으로 찍고 산문으로 액자를 만든 기행문이 꽃구경 가는 길을 화사하게 포장한다.

 

  작가는 굳이 개나리 보러 유달산에 가선 개나리 노란색으로 망막을 적시며 시 한 편을 꺼내든다. 김사인의 시 '개나리'다. '한번은 보았던 듯도 해라/ 황홀하게 자지라드는/ 저 현기증과 아우성 소리/ 내 목숨 샛노란 병아리 떼 되어/ 순결한 입술로 짹짹거릴 때/ 그때쯤 한번은/ 우리 만났던 듯도 해라…'라고 읊어본다. 개나리에 얽힌 남다른 사연이 있을 성싶은 작가는 꽃비에 젖은 나비처럼 중얼거린다. "추억은 곤충채집하듯 어떤 기억을 뇌수에 꽂아둔 영원한 현재형의 시간이다. 그렇지만 어쩔거나, 개나리가 순결한 입술로 그때처럼 짹짹 거리며 아무리 위무해도 그리운 얼굴 보이지 않으니."

 

  꽃은 꽃의 형상을 한 창(窓)인 듯싶다. 꽃을 통해 사람은 꽃 너머 혹은 아득한 시간 저편을 보게 된다. 가뭇없이 사라져간 지난 봄의 꽃 향기처럼 잊혔다가 올봄에 되살아나는 순수의 순간이 돌연 꽃을 통해 이승에 그림자를 슬쩍 떨구나보다. 그래서 이성복 시인은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라고 노래했던가.

 

  봄이 절정(絶頂)을 향해 치달을 때 몸이 느끼지 않는다면 봄이 얼마나 서운할까. 어차피 갈 봄인데 섭섭지않게 놀아주다가 보내는 게 사람이 할 짓이다. 그 어떤 느낌이, 시선이 닿는 곳곳에서 넘실대는 봄날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왜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서정주의 시 '풀리는 한강(漢江)가에서'는 봄의 설움과 기쁨을 노래했다.

 

  해마다 혹독한 겨울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의 운명이 서럽지만, 매서운 추위가 가시고 훈훈한 햇볕이 드니 봄 물결은 마침내 생명의 기쁨을 싣고 오기에 반갑다.

강물은 봄마다 다시 풀려 힘껏 살아보라고 사람들의 등을 두들기는 것이다.

 

 시인들은 봄날 풍경 속으로 황홀한 언어를 투사해왔다. 종달새를 보곤 '반갑구나, 너 쾌활한 정령이여'라고 노래한 시인도 있고,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며 나른한 욕망을 풀어놓은 시인도 있다.

 

  어느 시인은 '봄이 온통 달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는 꽃잎은 삶의 덧없음을 잔인하게 일깨워준다. 4월의 한낮을 '창백한 학살'이라고 탄식한 시인, 봄의 환희와 절망을 '찬란한 슬픔'이라는 모순 어법으로 읊은 시인도 있다.

 

▲ 개심사의 봄 ⓒ 2015 한국의산천 

 


                    - 김광섭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을

 어떻게 알고

 새들은 먼 하늘에서 날아올까

 

 물에 꽃봉우리 진 것을

 어떻게 알고

 나비는 저승에서 펄펄 날아올까

 

 아가씨 창인 줄은

 또 어떻게 알고

 고양이는 울타리에서 저렇게 올까

 

 

 아직 도래하지 않은 더 좋은 날을 기다리며 길을 떠난다. 여행이란 무시로 빈집을 드나드는 바람처럼 그렇게 떠나는 것이다.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마음의 길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어 세상의 길과 맞닿게 해서 마음과 세상이 한줄로 이어지는 자리에서 삶의 길은 열린다

 

 

길처럼

           

                   -  박 목 월


머언 산 구비구비 돌아갔기로
山 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뵈일 듯 말 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낱 같다

 

▲ 작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에서 ⓒ 2015 한국의산천

해미읍성에서 출발하여 길고도 빡쎈 연암산~ 삼준산 ~ 가야산 ~ 일락산 임도를 마치고...

 

 상왕산 자락에 자리한 개심사는 신라진덕여왕5년(651년), 또는 백제 의자왕 14년(654년)에 혜감국사가 개원사(開元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1000년이 넘은 사찰인 셈이다. 고려 충정왕 2년(1350년) 중건하면서 이름을 개심사로 고쳤다 한다. 

  조선 성종실록에 성종 6년(1475년) 개심사가 화재로 불타 없어진 것을 성종 15년(1484년에)에 중창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따라서 지금의 고풍어린 건물들은 이때 재건축된 건물이다. 

 

  개심사에는 경허선사(1849-1912)가 1889년 이후 20여 년간 호서지방의 문수사,부석사(서산),수덕사, 정혜사, 천장사등을 돌며 선기어린 행동과 법문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다닐 때 머물기도 했던 곳이다. 대한 불교 조계종 제 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이다.

 

▲ 혈구산이 마주보이는 고려산 정상에서 ⓒ 2015 한국의산천

 미꾸지고개에서 출발하여 적석사를 지나서 능선을 타고 고려산에 오른 후 다시 내려서 고비고개를 지나서 혈구산에 올라 두산 잇기를 하던 때가 언제이던가... 

그 감동의 연원에서 떠나야 한다. 너에게 이르기 위하여.

 

 

'꽃은 웃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네(花笑聲未聽 鳥啼淚難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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