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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가을 전어 만나러 가는 길

by 한국의산천 2013. 9. 14.

가을 전어 만나러 가는 길

소래에는 전어가 풍년이고  바닷가에는 해당화가 가득 피었네

 

▲ 해당화를 보면 노래 이미자선생님의 섬마을 선생님이 떠오른다 ⓒ 2013 한국의산천

 

 

  “그 흔하디흔한 물고기의 이름이 하필 전어(錢魚)라니/ 손바닥만한 게 바다 속에서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어쩌면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아 보이기도 했겠다” 김신용의 시 ‘전어’의 한 토막이다. 횟집 수족관마다 은빛 나는 가을 전어가 그득해지는 계절이다.

 

  전어가 가을철 ‘국민생선’이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1980년대만 해도 전어는 산지인 3남(호남·영남·충청)에서 주로 먹었다. 1990년대 들어 운송·보존기술의 발달로 전국 어디서나 전어 굽는 냄새가 진동하게 됐다. 이제는 9월이면 온 국민이 전어를 꼭 맛봐야 한다는 강박증까지 생겼다는 게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의 촌평이다.

 

  전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 실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1827년)에서 서울의 양반, 서민 할 것 없이 소금에 절인 전어를 ‘돈(錢) 귀한 줄 모르고 먹는 생선’이라고 기록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1814년)에서 모양새가 화살촉을 닮았다 하여 전어(箭魚)라고 썼다. 지역에 따라 새갈치, 엿사리, 전어사리 등으로 불리며 동해에선 어설키라고 한다.

 

  봄철 도다리라면 가을에는 단연 전어다. 한자로 ‘가을 물고기’라는 뜻의 추어(鰍魚·미꾸라지)도 가을 전어에는 어림없다. 청어과의 난류성 어종인 전어는 봄에 북상해 7~8월 산란을 마친 뒤 9~10월이 한창 기름기가 오르고 살이 붙을 때다. 11월 중순 이후엔 뼈가 억세진다. 따라서 추석 전후 보름이 전어맛이 가장 좋은 시기다.

실제로 가을 전어는 기름기가 봄철의 3~4배에 달해 고소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속담에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고 했다.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지만, 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문 걸어잠그고 먹는다는 얌통맞은 속담도 있다. 제철이 지나면 쓸모없다는 뜻으로 ‘물 넘은 전어’라고 비유한다.


  전어는 길이가 15㎝ 이상 돼야 제맛이 난다. 뼈째 먹으면 같은 양의 우유보다 칼슘을 배 이상 섭취하는 셈이라고 한다. 살이 올라 20㎝ 이상인 전어는 ‘떡전어’라고 부르는데, 이때는 굽거나 뼈를 바르고 회를 떠 먹는다. 밤톨처럼 생겨 밤젓이라고 부르는 전어 창자는 젓갈로도 별미다. 머리끝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다.

 

  전어철을 맞아 보성, 섬진강, 삼천포항, 보령, 서천, 부산 등지에서 ‘전어 축제’가 한창이거나 곧 열린다. 올해 풍어여서 가격도 많이 내렸는데, 일본 방사능 우려 탓에 내해에서 잡은 전어까지 근거없이 외면당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적조에 이어 방사능까지 어민들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말엔 전어구이와 회를 안주 삼아 소주 한잔 해야겠다. [오형규 논설위원]

 

 

 

 

 

 

 

 

▲ 왼쪽부터 한국의산천 / L·A 조님 / 이글님 ⓒ 2013 한국의산천

 

 

 

 

 

 

 

 

 

 

 

 

 

 

 

 

▲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지어진 소금창고 ⓒ 2012 한국의산천

소금창고는 가까이도, 멀지도 않은 일정하게 적당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우리 인간 사이에도 필요한, 가까이도 아니고 멀지도 않은 적당한 간격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것은 바로 그것 거리와 적당한 간격이다.

 

서로의 가슴을 주라

허나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삶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는것을

 

참나무 싸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그늘속에서는 자랄수 없는것을 .....

 

                - 예언자 - 중에서

 

 

 

 

 

 

 

 

 

 

 


  식도락가들은 계절마다 선호하는 생선이 있다. 아니 꼭 특정인들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까지 어느 계절하면 떠오르는 생선 종류가 있는 게 우리나라만의 먹거리 풍요로움이다. 그래서 매월 찾는 생선의 종류도 다양하다.

 

1월엔 추자도에서 잡히는 삼치회를 으뜸으로 친다. 겨울철 찌개로 먹을 법도 한데 회로 먹는다. 깊은 맛 때문이다. 2월은 대구의 계절이다. 그것도 고춧가루나 장을 풀지 않고 무와 미나리를 넣고 맑은 국으로 끓이면 시원함 그 자체다.

 

3월로 들어서면 산천에 쑥이 나기 시작한다. 신선한 쑥을 뜯어 살이 통통히 오른 도다리와 함께 국을 끓이는 것이 전라도 바닷가의 별미로, 그 이름 도다리쑥국이다. 4월에는 방어가 고소하고 담백하므로 입맛을 당기게 한다.

 

5월로 넘어가면서 홍어가 우리 곁으로 다가선다. 홍어의 예찬론은 수없이 많다. 그 유명세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칠레산이니 하며 수입품이 늘어난 요즘도 가격 안 따지고 흑산도산 만을 고집하는 마니아들도 꽤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6월이면 덩달아 입맛도 떨어진다. 그 입맛을 살려주는 게 병어다. 뼈째 잘게 썬 도톰한 살을 된장에 찍어 마늘과 함께 깻잎에 싸서 먹으면 고소함으로 입맛을 되살릴 수 있다. 무와 감자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졸인 병어찜 또한 여름철 밥도둑이라 할 만큼 별미다. 삼복 7∼8월이 되면 든든한 보양식의 대명사 민어가 우릴 반긴다. 지금은 귀하고 비싼 가격 때문에 고급스런 생선으로 변했지만 과거 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말복을 지내고 9월로 가면 민어와 임무교대(?)를 하는 국민 생선이 전어다. 일단 굽는 냄새부터 입맛을 당긴다고 해서 그를 빗댄 속담도 많다. ‘집 나간 며느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가을이면 고소한 맛이 깊어져 깨 서 말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전어. 주로 회나 구이로도 먹지만 젓갈을 담그기도 한다. 어린 새끼로 담근 젓은 엽삭젓 또는 뒈미젓이라고 하며, 내장으로 담근 것은 아젓 또는 전어속젓이라고 한다. 모래주머니 모양의 위만을 모아 담근 젓은 밤젓 또는 돔배젓이라 부른다.

이런 전어가 예년보다 열흘 이상 빠르게 왔다. 높은 기온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동네 어귀마다 전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값싸고 맛있는 전어는 언제나 인기다.

▲ 싱싱하고 물좋은 활어가 생생한 인천 소래포구 ⓒ 2013 한국의산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2>전어

 

 

전어
                        ― 김신용(1945∼)

 

참, 동전 짤랑이는 것 같기도 했겠다
한때, 짚불 속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구워지던 것
비늘째 소금 뿌려 연탄불 위에서도 익어가던 것
그 흔하디흔한 물고기의 이름이 하필이면 전어(錢魚)라니―
손바닥만 한 게 바다 속에서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어쩌면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아 보이기도 했겠다
통소금 뿌려 숯불 위에서 구워질 때,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구수한 냄새가 풍겨질 때, 우스갯소리로 스스로 위로하는
그런 수상한 맛도 나지만, 그래, 이름은 언제나 상형(象形)의 의미를 띠고 있어
살이 얇고 잔가시가 많아 시장에서도 푸대접 받았지만
뼈째로 썰어 고추장에 비벼 그릇째 먹기도 했지만
불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냄새는, 헛헛한 속을 달래주던
장바닥에 나앉아 먹는 국밥 한 그릇의, 그런 감칠맛이어서
손바닥만 한 것이, 그물 가득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그래, 빈 호주머니 속을 가득 채워주는 묵직한 동전 같기도 했겠다
흔히 ‘떼돈을 번다’라는 말이, 강원도 아오라지쯤 되는 곳에서
아름드리 뗏목 엮어 번 돈의 의미를, 어원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바다 속에서, 가을 벌판의 억새처럼 흔들리는 저것들을
참, 동전 반짝이는 모습처럼 비쳐 보이기도 했겠다

 

錢魚,

 

언제나 마른 나뭇잎 한 장 같던 마음속에
물고기 뼈처럼 돋아나던 것

 

 

   내 세대 시인들이 밤이면 인사동쯤 술집에서 홍상수 영화 속에서 볼 법한 장면을 연출하던 1988년, 김신용 시집 ‘버려진 사람들’이 출간됐다. 지게꾼, 걸인, 행려병자, 사창가 여인들 등 소위 ‘밑바닥’ 사람들의 삶이 생생히 그려진 ‘버려진 사람들’은 시인이 ‘그곳’ 일원이었다는 것, ‘그곳 사람’에 대한 통념을 깨도록 그가 쓴 시들이 ‘문학의 아우라’로 영롱하다는 것으로 우리 ‘제도권’ 시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시인의 기억을 따라, 전어가 정말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았는지, 횟집 수족관을 들여다봐야지. 깻잎에 쌈장을 바르고 그 위에 전어 한 점과 마늘 한 점, 풋고추 한 점을 올려 입에 쏙 넣으면, 맛있다는 말 외에 뭘 더 덧붙일지 모를 전어회. 전어는 서민들과 친한 생선이다. 가을바람 속 시장통 포장마차에서 전어회 한 접시와 소금 솔솔 뿌려 구운 전어구이 한 접시 앞에 놓고 친구와 소주 한잔하면 어떠리. 가을이 깊어갈수록 전어 맛도 깊어간단다. [황인숙 시인]

 

 

가을 전어 
                             -  정일근

시인이여,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전어나 듬뿍 썰어달라 하자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로 썰어달라 하자
바다는 떼지어 헤엄치는 전어들로 하여 푸른 은빛으로 빛나고
그 바다를 그냥 떠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거리는 은빛 전어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을 어찌하지 못해 속살 불그스레 익어
제 몸 속 가득 서 말의 깨를 담고 찾아올 것이니
조선 콩 된장에 푹 찍어 가을 바다를 즐기자

제철을 아는 것들만이 아름다운 맛이 되고 약이 되는니
가을 햇살에 뭍에서는 대추가 달게 익어 약이 되고
바다에서는 전어가 고소하게 익어 맛이 된다
 
사람의 몸속에서도 가을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법이니  
그 빈자리에 가을 전어의 탄력있는 속살을 채우자
 
맑은 소주 몇 잔으로 우리의 저녁은 도도해질 수 있으니
밤이 깊어지면 연탄 피워 석쇠 발갛게 달구어 전어를 굽고 
생소금 뿌리며 구수한 가을 바다를 통째로 굽자
한반도 남쪽 바다에 앉아 우리나라 가을 전어 굽는 내음을
아시아로 유라시아 대륙으로 즐겁게 피워 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