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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트레킹정보] 괴산 산막이옛길 영산가람길 금강하구 구불길

by 한국의산천 2012. 11. 21.

나무 나무마다 단풍으로 가득했던 그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찬바람이 불고 노오란 은행잎이 거리에 이리저리 나뒹군다. 세월 참 빠르게 지나간다

지나는 길마다 낙엽은 쌓여있고 그길마다 추억이 어리네

나뭇잎이 져버린 앙상한 가지 뒤편으로는 차가운 바람속에 초겨울 하늘이 파랗기만하다

 

▲ "잘가라 그대" 손흔드는 갈대처럼 나도 따라 손을 흔든다."우리 언제 다시 만날까?" ⓒ 2012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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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will I see you again - song by THREE DEGREES

이 음악은 이들의 최대 히트곡으로, 영국 팝 싱글 차트 1위, 미국 빌보드차트 싱글 2위(1974년)에 랭크되며 명실상부한 톱가수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으며 이후 동경가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국내에서도 7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라디오 전파를 타고 있는 음악으로 흑인 여성 트리오가 부른곡이다.

내가 고딩때 카펜터즈의 노래와 더불어 많이 들었던 곳이다.  

 

When will I See you again

When will we share precious moments (언제 그 때처럼 행복한 순간을 함께 나누게 되나요?)


사랑의 기억만 가지고 가라

못다 이룬 사랑이 있다면...

 

 

강 따라 걷기 트레킹, 이 길을 걸어요

1.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2. 맛과 역사의 향 진하게 밴 엄마 품을 걷다. 영산강 영산가람길
3. 아, 눈부셔라… 해질녘 철새의 군무와 금빛 갈대. 금강 하구 구불길

 

1. [트레킹, 이 길을 걸어요]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괴산=최홍렬 기자)


탁 트인 괴산호, 병풍 같은 단풍터널… 가을동화 속으로

태백에서 뻗어나온 소백산맥 줄기가 중부지방을 향해 내달리는 괴산(槐山). 험한 산이 사방을 가로막아 어디를 가나 싱그러운 바람과 맑은 물, 푸른 숲 지천이다. 산막이옛길은 옛날 한 사람 겨우 다닐만한 산길을 되살려 산과 계곡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게 만든 트레킹 코스다.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됐던 10리길(약 4㎞)로, 흔적처럼 남아있는 옛길에 나무 데크를 놓고 정비해 그대로 복원했다.

 

  산막이옛길은 괴산호를 끼고 있어 숲과 물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1957년 괴산댐이 준공되자 깎아지르던 암벽과 산비탈이 물에 잠기고 몇몇 봉우리는 호수 중간의 섬으로 변해 절경을 만들었다. 원래는 가파른 산길이지만, 험한 지역에 나무 데크(918m)를 설치하고 돌길 300여m를 황토로 포장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쉽게 걸을 수 있는 가족단위 나들이길로 제격이다. 탁 트인 괴산호가 눈앞에 펼쳐지고, 산길로 접어들면 한창 물들기 시작한 단풍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다. 지난 2009년 일반에 공개된 후 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 길은 다음 달 출발지 인근 편의시설 조성 공사를 마치고 정식 개장한다.

 

괴산호를 끼고 만든 산막이옛길. 흔적처럼 남아있던 산길을 복원했다. 산을 뒤덮은 소나무 뒤로 괴산호가 보인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괴산호와 어울린 단풍

산막이옛길은 워낙 산간 오지에 들어선 길이라 특이한 모습의 나무와 바위들이 이정표 역할을 한다. 출발은 고인돌 쉼터. 어른 키보다 큰 고인돌 모양의 바위들과 돌무지 주위에 뽕나무, 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옛날 서당에서 여름철 무더위 때 야외 학습장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연리지(連理枝)는 뿌리가 다른 나무의 가지가 한 나무처럼 합쳐진 나무를 말하는데, 사랑하는 사람끼리 이 나무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길이 오르막이 되는가 싶더니 1만여평 동산에 40여년 된 소나무들이 군락지를 이룬 소나무 동산이 반겨준다. 괴산호를 바라보며 솔향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산림욕장이다. 소나무 동산에는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 모습을 하고 있는 있는 '정사목'을 볼 수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나무를 보면서 남녀가 기원하면 옥동자를 잉태한다고 한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앉은뱅이 약수는 앉은뱅이가 지나가다 물을 마시고 난 후 효험을 보고 걸어서 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괴산을 상징하는 산(山)자 모양을 한 괴산바위도 구경할 수 있다. 인적 없는 산길에서 호랑이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산길 중간에는 비록 모형이긴 하지만, 커다란 호랑이가 동굴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절벽 아래 입구를 낸 동굴은 밑은 흙, 위는 바위로 되어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1968년까지 호랑이 또는 표범으로 보이는 동물이 실제로 드나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산책로 곳곳에는 괴산호와 주위 산들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남매바위 위에 만든 정자 망세루(忘世樓)는 좌우로 펼쳐진 호수와 소나무숲에 빠져 세상 의 모든 시름을 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괴음정은 호수 쪽으로 튀어나온 느티나무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고, 고공 전망대는 깎아지른 40m 절벽 위에 만들어 마치 호수 위 공중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람선 타고 호수여행

데크로 만든 산책로 중 가장 높은 40계단을 올라가면 아래로는 호수가 내려다보이고, 위로는 커다란 바위가 위세를 자랑하는 전망이 펼쳐진다. 산책로 중 가장 높은 지점으로, 이제는 산막이 마을까지 내리막길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다래덩굴이 많은데, 길 중간에 다래덩굴 터널을 만들어놓았다.

왕복 2시간 정도의 산막이옛길에 성이 차지 않았다면 산책로에 연계된 등산로에 도전해보자.

 

산책로가 끝나는 산막이 마을에 도착하면 괴산호를 운행하는 관광유람선 선착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도 되고, 옛 돛배 모양의 유람선을 타고 출발점 인근 차돌바위 선착장까지 호수 여행을 즐겨도 된다.

 

 

산책로: 4㎞, 왕복 2시간 소요

고인돌 쉼터→소나무동산→노루샘→연화담→망세루→호랑이굴→매바위→앉은뱅이약수→얼음바람골→호수전망대→괴산바위→괴음정→고공전망대→마흔고개→다래숲동굴→진달래동산→가재연못→산딸기길→산막이마을

 

■연계 등산로

1코스: 노루샘 출발→등잔봉→한반도전망대→천장봉→산막이마을 하산(4.4㎞, 3시간 소요)

2코스: 노루샘 출발→등잔봉→한반도전망대→천장봉→진달래동산 하산(2.9㎞, 2시간 소요)

■유람선: 차돌바위 선착장↔산막이마을 선착장(3㎞)

 

[여행수첩]

증평IC→괴산(20분)→칠성소재지(10분)→괴산댐(5분) / 괴산IC·연풍IC→칠성소재지(20분)→괴산댐(5분)

내비게이션 주소: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546-1(산막이옛길 주차장)

(지역번호 043) 쏘가리·빠가사리·메기·모래무지 등 생선을 재료로 한 민물매운탕이 일품이다. 괴강매운탕(832-2974),우리매운탕(834-0005), 괴산매운탕(832-2838) 등이 유명하다. 맑은 물에 사는 올갱이와 된장, 부추, 아욱 등을 넣은 올갱이국은 맛이 칼칼하고 숙취, 신경통, 간기능 장애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괴산읍소재지에 기사식당(833-5794), 멍석집(832-3636), 주차장식당(832-2673) 등. 괴산군청 문화관광과 (830-3454)

 

 
2. 맛과 역사의 향 진하게 밴 엄마 품을 걷다 영산강 _ 영산가람길 나주=글·사진 윤문기 한국의길과문화 사무처장

 

 

영산강 _ 영산가람길 [걷기 코스]

 

영산포공용버스터미널→홍어의 거리→구로즈미 가옥→영산포등대→영산교→완사천→나주역→최석기 가옥→옛 나주역사→동점문→나주시외버스터미널→금호사→남고문→곰탕의 거리→금성관→나주목문화관→목사내아→서성문→나주향교→한수제→금성산 금영정 전망대→나주시외버스터미널(12㎞, 5시간 내외 소요)

※영산포등대~금성관 코스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영산강은 호남 제일의 곡창지대인 나주평야를 낳아 기른 엄마의 강이다.

영산강은 나주에 삶의 터전을 내어주며 많은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낳았다. 호남 제일의 음식이라는 삭힌 홍어의 집산지가 이곳이며, 가을이 제철인 장어집도 강가에 즐비하게 서 있다.

 

▲ 금성산 금영정 전망대에서 나주를 관통하는 영산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일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래된 거리를 걸으며 복잡한 심사를 정돈하고, 호남을 호령했던 나주시의 역사 문화를 만끽하는 유적지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어서 볼 수 있는 걷기 길이 영산가람길이다.

 

◇홍어의 거리

영산가람길은 영산포공용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한다. 찾아갈 곳은 나주의 3대 음식 거리 중 하나인 '홍어의 거리'. 홍어 전문식당과 도매점 수십 곳이 운집하여 거리 입구부터 삭힌 홍어 향에 코끝이 알싸하다. 이 길은 막걸리와 수육을 곁들인 삼합 생각에 침을 삼키게 만들기도 하고, 비위가 약한 사람은 코끝을 감싸 쥐게도 한다.

 

내륙 깊숙한 곳에 홍어의 거리가 생기게 된 건 영산강 덕분이다. 고려 공민왕 때 흑산도 주민들을 영산포로 이주시키면서 홍어가 이곳으로 유입됐다고 한다. 그 후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를 이곳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홍어가 삭았고, 그것이 삭힌 홍어의 시발점이 됐다는 얘기다.

 

 

◀ 나주곰탕. 나주목문화권 거 리에 있는‘곰탕의 거리’에서 맛볼 수 있다.

 

영산포에서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짧고 굵게 만날 수 있는 길은 홍어의 거리에서 시작한다. 복진슈퍼마켓과 삼화상회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낮은 언덕과 함께 오래된 기억의 저편에서 아련한 달동네 풍광이 열린다. 오래된 일본식 가옥이 곳곳에 빈집으로 남은 이 거리는 맘 편히 쉬어가는 공간이다. 언덕 마루에서 왔던 길을 돌아보면 동네 너머로 호수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영산강이 한 번 더 여행자의 마음을 위무한다.

 

  이 길 끝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나주에서 가장 많은 농토를 소유했던 일본인 지주 구로즈미 이타로 가옥을 볼 수 있다. 1930년대 중반 지어진 이 건물은 당시 일본에서 기와를 비롯한 모든 자재를 가져왔다. 구로즈미 가옥은 나주시가 구입해 복원한 후 내년에 일반인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 거리를 지나 왼쪽으로 유턴하듯 돌아 옆 골목을 통해 다시 홍어의 거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내륙에 자리하고 있는 영산포등대로 간다. 이곳이 포구(浦口)였다는 것을 유일하게 증명하는 이 등대는 영산강을 거슬러 오르고 내려가던 선박들을 위해 등대 역할과 함께 수위를 재는 기능을 수행했다.

 

 

◇고려·조선시대 역사 향기

 

영산포등대를 봤으면 영산교를 건너 농경문화의 꽃을 이뤘던 나주시내로 간다. 영산강 덕분에 나주는 고려시대에 전국에서 여덟 곳밖에 없었던 '목(牧)'이 설치되어 호남의 군사, 경제, 문화를 이끌었다. 그때의 역사는 지금도 나주시내 '목문화권 거리'에 고스란히 모여 남아 여행자의 발길을 잡는다.

 

  영산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나주역과 최석기 가옥, 옛 나주역, 나주읍성의 남문이었던 남고문(南顧門)을 거쳐 '나주목문화권'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이 황량한 편이므로 '곰탕의 거리'가 있는 금성관까지 택시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금성관(錦城館)은 나주목의 객사 건물로, 고려와 조선시대 때 중앙에서 내려온 귀빈이나 외국 사신이 방문했을 때 묵으며 연회를 열기도 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는 내부를 고쳐 청사로 쓰였다. 이후로 나주곰탕으로 유명한 '곰탕의 거리'를 걸어 나주목문화관에서 나주의 역사를 한눈에 담는다. 그리고 나주 목사가 살림집을 차렸던 '목사내아'와 나주읍성의 서문인 서성문(西成門)을 지난다. 곧이어 만나는 나주향교는 그 규모에서 옛 나주의 위상을 되짚어 볼 수 있을 정도로 당당하다.

 

  이제는 영산강과 나주의 지정학적 관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금성산 금영정 전망대에 올라볼 차례다. 향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수저수지 제방 끝에서 오르는 길이 시작된다. 소나무가 많은 금성산길을 허위허위 30분 정도 오르면 2층으로 만들어진 금영정 전망대 정자다. 정자에서 보이는 영산강은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그 흐름을 이어가며 광활한 논과 밭을 적신다. 저 흐름이 없었다면 나주평야, 영산포구, 나주시라고 불리는 공간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 나주시내 금성관.

 

고려ㆍ조 선시대 때 귀빈 숙소였다. 전망대에서 나주를 굽어보던 눈을 감고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고려시대 나주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번화했을 것이다. 장사치들이 나주장터에서 흥정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관아에서는 나주목사의 호통과 이방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담장을 넘는다. 영산포구에서는 장정들이 뱃전에 쌀을 그득 실어내는 모습과 흑산도에서 도착한 홍어를 분주하게 나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산강에 기대어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나주는 오래된 서랍장을 열어 보는 듯한 애틋함과 외할머니가 떠나신 외갓집을 방문한 쓸쓸함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이유는 휘황찬란한 도시보다 곳곳이 공백으로 비어버린 허술한 흔적에서 더 큰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영산포공용터미널 332-2345, 나주버스터미널 333-3226, 나주역 332-7788.

나주에는 3대 음식거리가 있다. '홍어의 거리'는 영산포에 있고, '곰탕의 거리'는 나주목문화권 내에 자리한다. '장어의 거리'는 영산강이 하구둑으로 막히기 전까지 장어가 많이 잡혔던 구진포에 자연스레 거리를 형성했다. 미꾸라지를 먹고 자란 장어를 사용해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음식점 문의 나주읍성권관광안내소 331-6941

목사내아 한옥민박

332-6565(시청운영)

나주시청 문화체육관광과 (330-8714)

 

[나주 지역축제] 영산포구~앙암바위 뱃놀이

'영산강 강가의 가을축제'가 나주시 영산강 둔치 일원에서 27~31일 열린다. 고려시대의 제례문화인 팔관회를 재현하고, 남도굿거리 한마당 등이 펼쳐진다. 영산포구에서 앙암바위 4㎞를 왕복하는 황포돛배도 타고, 막걸리·식혜·도자기·연 등을 만들어 보는 기회도 있다. 영산강 둔치에서 등축제와 불꽃쇼도 열린다. (061)330-8805

 

 

3. 아, 눈부셔라… 해질녘 철새의 군무와 금빛 갈대. 금강 하구 구불길[군산=오현석 기자]

 

금강 하구 구불길


금강(錦江). 충북 옥천 동쪽 보청천, 충남 조치원 남부 미호천 등 크고 작은 20개의 지류가 만나 한 줄기 물을 이뤘다. 공주를 지나 부여를 한 바퀴 휘감은 물줄기는 논산에 이르러 다시 서남쪽으로 치닫는다.

 

  전북 군산에 펼쳐진 금강 하류는 밀려 들어온 바닷물이 내려가는 강물과 뒤섞인 탓에 맑은 맛은 없다. 흐리고 탁하다. 하지만 좌우로 강이 넓게 퍼져 있고 땅과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 그윽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을 채만식은 소설 '탁류'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大處·시가지)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 금강 주변엔 유난히 금빛 갈대숲이 많다. 갈대숲을 좋아하는 철새들은 이곳에 머물다 돌아가곤 한다. 뒤로 보이는 금강 갑문교 위로 장항선과 29번 국도가 지나간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갈대숲 우거진 철새도래지

지난 20일 걸은 '금강 하구 구불길(비단강길)'도 군산 시가지 쪽에서 시작했다. 군산역을 나와 잠시 주위를 돌아보고 한적한 시골길 방향으로 30분쯤 걷다 보면 비단(錦)처럼 펼쳐진 금강을 만나게 된다. 군산시외버스터미널로 온 경우엔 시내버스(82번)를 타고 '내흥초교 입구' 정거장에서 내려 길을 건너자. 김수영·박목월·헤르만 헤세 등 국내외 유명 시인 20여명의 시를 자연석에 새겨놓은 진포시비공원이 강길의 출발지다.

 

  길은 금강을 거슬러 올라 이어진다. 길 중간 중간 '구불길'이라 적힌 노란 리본이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갈림길에는 땅 위에 파란색으로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노란 리본과 파란 화살표,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5시간 30분짜리 코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진포시비공원에서 5분쯤 걸으면 각종 체육시설이 모인 금강체육공원이 나오고 그 오른편엔 채만식 문학관이 있다. 여기서 10분을 또 걸으면 금강호시민공원이다. 이곳엔 고려 말기 왜구를 무찌른 것을 기념하는 진포대첩비가 놓여 있다. 잘 닦인 길과 공원은 다소 조야한 인공(人工) 느낌이지만, 왼편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면 무성한 갈대를 만날 수 있다. 강과 갈대가 어우러져 가을 느낌이 난다.

 

  이번엔 시민공원에서 금강갑문교를 바라보자. 강가엔 백로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새가 모여 있다. 그만큼 자연이 살아있는 생태공간이다. 공원에 서서 한가로이 노니는 새들을 내려보고 있으면 바득바득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지하통로를 지나 금강호휴게소에 도착하면 강길이 끝난다. 금강호관광지(공사 중)까지 뻗어 있는 30분짜리 길은 차도를 따라 나 있어 다소 아쉽지만 이것저것 놓여 있는 시설물 덕에 나름 볼거리는 쏠쏠하다. 길 끝에 높이 솟아있는 금강철새조망대에서는 매년 11월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가 낙조 속으로 떠오르는 군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 금강 구불길 여행은 눈과 혀가 모두 즐겁다. 대표적 향토음식 꽃게장(왼쪽)이 입맛을 돋우고, 마을길에 그려진 벽화(오른쪽)는 여행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역사 살아있는 오성산 길

 

  철새조망대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인 길을 따라가면 성덕마을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소박한 시골길과 산길이 펼쳐진다. 마을 입구 펼쳐진 소나무 숲은 풍수지리상 산세가 허할 때 액을 막아줬다는 전통 비보림(裨補林)이다. 마을이 외부에 곧바로 노출되지 못하게 막아주는 기능도 있다. 마을 길엔 드문드문 공공미술 벽화가 그려져 있어 걷는 게 심심하진 않다.

 

  언덕길은 어느새 오성산을 오르는 산길로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등산길을 오르다 보면 무덤 다섯개가 놓여 있는 '오성인의 묘'를 만날 수 있다. 백제 말기 길을 묻던 당나라 장군 소정방에게 "너희가 우리를 치러 왔는데 어찌 길을 알려주겠느냐"며 호통친 다섯 노인을 기리는 곳이라 한다.

 

  오성산을 내려와 서포리로 발길을 돌리면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쌈밥으로 유명한 음식점 옹고집장집과 금강휴게실을 지나 1시간 정도 걸으면 길 건너 금강조류관찰소가 나타난다. 이곳부터 다시 금강을 따라 걷는다. 조류관찰소에서 북동쪽으로 길게 뻗은 뚝방길이 '금강 하구 구불길(비단강길)'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약 5.5㎞ 길이로 곧게 뻗은 이 뚝방길은 사진가들이 철새를 찍을 때 항상 들르는 곳이라 한다. 금강갑문교 부근 철새조망대는 위에서 내려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곳 뚝방길은 가까이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1월 중순 철새 시즌이 되면 프로·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모여들고, 이들을 겨냥한 포장마차도 들어선다.

 

  뚝방길은 비교적 깔끔하게 조성돼 있다. 풍광이 아름다워 꼭 철새를 만나지 못해도 좋다. 뚝방길 왼편의 금강은 물이 꽤 풍부하다. 덕분에 석양이 질 때면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오른편의 나지막한 언덕들은 높지 않지만 굽이치는 모양을 하고 있어 기이하다. 뚝방길 중간 중간 작은 쉼터도 마련돼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걷기에도 적당하다.

군산시청은 '구불 1길'의 종점을 공주산이라고 잡아놓고 있지만, 딱히 공주산이란 이정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포삼거리와 원나포마을을 지나 자전거도로로 쭉 올라가는 길이 나오면 공주산의 기슭이라고 한다.

 

<여·행·수·첩>

 

(지역번호 063)군산시내버스 443-3077, 군산시외버스 442-3747, 군산역 445-7782, 호출택시 1577-9425

군산에는 생선탕과 각종 활어회도 맛있지만, '밥도둑'이라 불리는 꽃게장이 특히 추천할 만하다. 파·마늘·생강과 한약재를 넣고 간장을 끓여 꽃게를 담그는 과정을 3번이나 반복해 맛이 깊고 뛰어나다. 계곡가든 453-0608, 궁전꽃게장 466-6677, 대가 453-6701, 유성가든 453-6670

군산관광안내소 453-4986 tour.gunsan.go.kr

 

<군산 지역축제>

탐조버스 타고 철새와 만나요

금강 하구는 국제적 보호종인 가창오리를 비롯, 큰고니·청둥오리 등 50여종 80여만 마리가 모이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전북 군산에서 다음달 16~20일 열리는 ‘제8회 군산세계철새축제’ 기간에는 탐조버스 운행 등 철새 관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063)453-7213~4, gsbird.co.kr

 

<걷기코스>

군산역→진포시비공원→금강체육공원→금강호시민공원→금강철새조망대(생태습지)→성덕마을(비보림)→오성산(기상청레이더)→오성인의묘→오성산등산로→옹고집장집→금강휴게실→금강조류관찰소→탐조회랑→원나포마을→공주산(18.7㎞, 5시간 30분 내외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