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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가을풍경

by 한국의산천 2011. 10. 25.

[바람의 노래] 그대  

 

조금 이른 퇴근길에 석양 노을에 비끼는 가을 풍경을 만났다.

아마도 작은 수목원 같았다 

아름다운 단풍에 이끌려 잠시 차를 세우고 나도 모르게 그리로 발길이 움직였다. 

 

휴대폰으로 몇컷 담아 보았습니다.

정녕 아름다운 가을이여!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님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지친 듯 피곤한 듯 달려온 그대는 거울에 비추어진 내 모습 같았오

바람부는 비탈에서 마주친 그대는 평온한 휴식을 줄것만 같았지

 

 

그대   - 이연실 김영균 

 

지친 듯 피곤한 듯 달려온 그대는 거울에 비추어진 내 모습 같았오 바람부는 비탈에서 마주친 그대는 평온한 휴식을 줄것만 같았지
그대 그대 그대가 아니면 땅도 하늘도 의미를 잃어 잃어 아 아 이젠 더 멀고 험한길을 둘이서 가겠네
한 세월 분주함도 서글픈 소외도 그대를 생각하며 다 잊고 말았오 작정도 없는 길을 헤매던 기억도 그대가 있으니 다 잊어지겠지
그대 그대 그대가 아니면 산도 바다도 의미를 잃어 잃어 아 아 이젠 꿈 같은 고운길을 둘이서 가겠네 

그대 그대 그대가 아니면  산도 바다도 의미를 잃어 잃어 아 아 이젠 꿈 같은 고운길을 둘이서 가겠네 ... !

 

 

              - 신경림


길을 가다가
눈발치는 산길을 가다가
눈 속에 맺힌 새빨간 열매를 본다
잃어버린 옛 얘기를 듣는다
어릴 적 멀리 날아가버린
노래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갈대 서걱이는
빈 가지에 앉아 우는 하얀 새를 본다
헤어진 옛 친구를 본다
친구와 함께
잊혀진 꿈을 찾는다

길을 가다가
산길을 가다가
산길 강길 들길을 가다가
내 손에 가득 들린 빨간 열매를 본다
내 가슴 속에서 퍼덕이는 하얀 새
그 날개 소리를 듣는다
그것들과 어울어진 내
노래 소리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  정유찬

가을엔
너른 들판을 가로 질러
노을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
노랗게 밀려 오기도 하고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붉어진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고독 같은 설렘이 번지겠지

 

아, 가을이여!
낙엽이 쏟아지고 철새가 떠나며
슬픈 허전함이 가득한 계절일지라도
네게서 묻어오는 느낌은
온통 아름다운 것들뿐이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성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가을이 깊으면 낙엽이 지기마련...

떨어지는 나뭇잎은 가을 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落葉不怨秋風)했다. 왜냐면 소리없이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려 대지를 포근하게 덮어주는 따스한 겨울이 오기에...

 

그해 겨울은 따듯했네

지난해 겨울 딸아이와 제부도 드라이브하며

 

 

 

가을이 지나면 하얀 겨울이 온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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