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정령치 라이딩 4
정령치에 올라
아픈 역사를 간직한 지리산
이데올로기는 반드시 적대되는 이데올로기를 낳기 마련이다. 악착같은 공산주의적 이데올로기는 이에 못지 않은 투철한 반공(反共)이데올로기를 낳으며 서로간에 총부리를 겨누며 쫓고 쫓기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은 무서운 것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이념과 반대되는 세력에 대해서는 폭력적이고 전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는 이땅에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뿜이다.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
철쭉꽃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부터 계절마다 을긋불긋한 복장의 등산객으로 온산이 붐비는 지리산
지리산 이 능선 저 계곡에서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를 참아가며 쫓고 쫓기는 전쟁. 과연 반백년전에 이산 구석 구석의 능선과 계곡에서 원치않은 전쟁에 운명처럼 차출되어 피를 흘리며 죽어간 젊은 나이 또래들의 빨치산을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49년 이래 5년여에 걸친 소백·지리지구 공비토벌전에서 교전회수 실로 10,717회 전몰 군경의 수 6,333 명, 빨치산측 사망자수 줄잡아 1만 수천명등 피아 2만 여명의 생명이 희생된 엄청난 사건이었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민족의 비극이다.
이데올로기, 이념이란 각자의 종교적 신념과 같은 것이다. 이데올로기에 대해 좋고 나쁘다를 평하는것은 종교적인 싸움과 다를바 없는것이다. 문제는 이데올로기를 실현코자 하는 행위가 얼마나 올바른길을 택하는냐에 따라 문제는 달라진다.
北이 버리고 南이 저주한 최후전선 빨치산 항전대. 지리산에 올라 지리산에서 스러져간 불쌍한 영혼 수많은 빨치산을 떠올렸습니다.
빨치산 (파르티잔)
러시아어 파르티잔(Partizan)에서 나온 말로 적의 배후에서 비정규전(게릴라전술)을 펼치며 통신,교통 시설을 파괴하거나 무기나 물자를 탈취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별동대 비정규군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6·25 전쟁 전후에 각지에서 활동했던 공산 게릴라를 이른다.
빨치산은 당시 토벌당국에 의해 남부군, 남부군단 또는 이현상부대 또는 나팔부대로 불리워지던 게릴라부대의 명칭이며 그 정식호칭는 독립제 4지대였다. 남한 최초의 조직적 좌익 게릴라 부대였으며 순수 유격부대였고 남한 빨치산의 전설적인 이현상이 총사령관으로 있었다.
고독한 혁명가, 외로운 파르티잔(빨치산)의 영웅 火山 이현상
민족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었던 휴머니스트이자 사회주의가 火山 이현상
이현상(1905-1953)은 한국 현대사의 격류를 건너 갈 때 반드시 딛고 가야 할 전설적인 민중혁명가이다. 그는 우리 현대사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해 왔지만 일제 치하 모진 고문과 회유 그리고 12년간의 옥살이에도 어느 한순간 변절하지 않았으며, 해방 후 더욱 가혹해진 탄압과 죽음의 위협 앞에서조차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민족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었던 진정한 휴머니스트이자 사회주의자였다. 외로운 투쟁 빨치산의 영웅 이현상.
사상적 대립에 의한 동족간의 싸움이 얼마나 무섭고 치열했으며 피아간에 수많은 상처를 남긴 세월을 보았다 . 그 때 남부군의 총사령관 이현상에 대해 알게되었으며 그의 성품에 대해 몹시 궁금해졌다. 말이없고 극좌적이기보다는 온화한 성품의 따듯한 가슴을 가지고 천부적인 대범함과 지도력, 이를 바쳐주는 두뇌와 인품이 없었다면 이후 수년간 수많은 난관속에서도 빨치산 사령관으로 존중받고 살아남는것은 불가능했으리라. 거칠고도 용감무쌍한 부대장들이 그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지리산에서 이현상 그를 다시 기려본다.
지리산
-김지하-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숲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한 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돌아오마던 덧없는 약속 남기고
가버린 것들이여
지금도 내 가슴에 울부짓는 것들이여
얼어붙은 겨울 밑
시냇물 흐름처럼 갔고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와
이렇게 나를 못살게 두드리는 소리여
옛 노래여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숲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아아 지금도 살아서 내 가슴에 굽이친다
지리산이여
지리산이여.
<타는 목마름으로, 창작과비평사, 1982>
1953년 7월 그 민족적 비극을 마무리하는 휴전협정문서에는 각 상대방 후방에 남겨진 물자와 장비의 철거, 심지어 전사자의 시체발굴과 반출에 관한 조문까지 있지만 그 무렵 남한의 험준한 산악에는 아직도 수백명의 인간들이 일체의 정보도 차단된채 절망적인 항전이 계속되며 쓰러져기고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北이 버리고 南이 저주한 최후전선 빨치산 항전대.
智異風雲當鴻動 지리산에 풍운일어 기러기떼 흩어지니
伏劍千里南走越 남쪽으로 천리길 검을 품고 달려왔네
一念何時非祖國 오직 한뜻 한시도 조국을 잊은적 없고
胞有萬甲心有血 가슴에는 철의 각오 마음속엔 끓는 피 있네 -火山 이현상 -
▲ 지리산 뱀사골 계곡옆에 자리한 식당에서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과 백숙으로 점심식사하기 ⓒ 2011 한국의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