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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음악

박인환 ‘얼굴’…다른 사람이 썼다

by 한국의산천 2009. 2. 22.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많은 이들의 입에 회자되는 현대시의 지은이를 모른다?

너도 나도 시인.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시인이 철철 넘쳐나는 시인 공화국에서 어찌 이런 일이.

 

" 박인환 ‘얼굴’…다른 사람이 썼다 "

박인환의 ‘얼굴’이라는 시가 60∼70년대 통기타 가수인 박인희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인희가 박인환의 시를 많이 노래하고 낭송하다 보니 ‘얼굴’도 당연히 박인환의 시를 낭송한 것으로 와전된 것 같다고... 
시인 김현순씨“박인희 작품”주장… 충북 시단 관심 불러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 남이 되기싫은 까닭이다 //기(旗)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 지금 / 물빛 몸매를 감은 /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 무얼하나 ...(중략)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 등과 더불어 대중에게 애송시로 널리 알려진 박인환의 ‘얼굴’이라는 시가 60∼70년대 통기타 가수인 박인희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시 낭송 카페(청주시 북문로)인 ‘연어가 돌아올 때’에서 열린내륙문학 세미나에서 시인 김현순씨는 “이 작품은 박인환의 작품이 아니라 박인희의 작품”이라고 강력히 주장, 충북시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시인은 “1987년 청맥 출판사에서 발행된 ‘우리 둘이는’이라는 박인희 산문집 22p와 1989년 같은 출판사에서 발행된 ‘소망의 강가로’라는 박인희 자작시집 133p에 ‘얼굴’이 분명히 실려 있다.

반면 박인희가 낭송한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는 실려 있지 않다. 두 시는 박인희의 시가 아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시인은 “남의 시라면 자신의 시집에 자작낭송시라는 타이틀을 걸어 실을 이유가 없다. 박인희는 당연히 자신의 시라서 실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박인희가 박인환의 시를 많이 노래하고 낭송하다 보니 ‘얼굴’도 당연히 박인환의 시를 낭송한 것으로 와전된 것 같다며 하루 빨리 박인희의 시로 바로 잡혀야 한다는 게 김 시인의 주장이다.

그러나 2005년 문학사상사에서 출판된 ‘한국대표시인101인선집-박인환 편’등 ‘얼굴’이 박인환의 작품으로 소개돼 있는 책도 시중에 여러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임승빈 청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학계에는 일반적으로 박인환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하지만 1949년 김수영, 김경린 등과 공동으로 낸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라는 시집과 1955년 ‘박인환 선시집’, 1976년 유족들이 발간한 ‘목마와 숙녀’시집을 살펴보았지만 ‘얼굴’은 실려 있지 않았다”며 “박인환의 시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박인희 시집보다 이른 시기에 발행된 시집을 찾아야 한다. 더 많은 자료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 ‘얼굴’의 주인이 명확히 밝혀졌으면 한다”며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고 덧붙혔다.

1956년 31세로 요절한 박인환과 미국 LA에 거주하고 있으나 자세한 근황은 알려진 바 없는 박인희는 이에 대해 말이 없다.

두 사람 중 어느 누가 ‘얼굴’을 지었는지 명확한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충북일보 임장규 기자 

 

 

 

얼굴 

 

 - 박인희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뭘 하나. ..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하다.  - 노자 도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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