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날 아침
사는 게 팍팍하다. 고단하고 외롭다. 춥다. 하지만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때론 미치도록 가슴 시리고, 때론 울고 싶으니까 사람 아닌가?
딸 아이가 대학에 합격하고 대학 입학까지는 시간이 있기에 약속대로 운전 학원에 등록시켜주었습니다
학원비 거금(?)을 내고 수속을 마친 후 잠시 드라이브를 하고 눈길을 걸었습니다.
- 아빠는 니 오빠보다 니가 더 좋다 왜 그런줄 아니?
- 너는 나중에 시집가면 남의 식구가 되잖아 그래서...
- 너 나중에 시집가서 아빠가 느그집 놀러 갔을 때 ... 식사할 때 아빠가 말 안해도 소주 한병 미리 밥상에 올려 놓아라...
- 니 신랑인 사위 앞에서 아빠가 술 한잔 달라고 하기는 좀 그렇잖아 알았지???
- 술한 잔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니 엄마가 운전하던 아니면 네가 데려다 줄거지?
▲ 헉? 제 뒷모습도 찍혔군요 이룬....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천진난만하게 걸어가는 딸아이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예전 아버지가 되돌아서서 걸어가실 때 그 청년 시절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고 뒷모습에서는 괜시리 연약함이 느껴진 적이 있었다.
언제나 말씀은 없으셔도 꾸준한 아버지의 자식사랑...
지금의 딸 아이를 보며 내 뒷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딸 아이 눈에 내 뒷모습은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힘차게 보여야 할텐데....
고욤나무 아버지
- 손은교-
앞논에 황새가 앉았을 때
말없이 흐느끼시는 아버지를 보았어요
고욤나무 가지에 석양이 자락자락 앉을때까지
들썩이는 쓸쓸한 어깨를 보았어요
어린 나를 안으며 들꽃같은 딸아, 내 딸아
꽃바람에 날리는 갈래머리 다슴다슴 쓰다듬으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아, 내 딸아 하시던 아버지
때로는 힘들기도 하여요 견디는게요
어떤 날은 슬프기도 하여요 산다는게요
그럴 때면 아버지
고욤나무 아래서 눈물 쓰윽 훔치며
우리 딸 왜 우냐 토닥이던 그때 그 손이
소리없이 마음을 토닥토닥 만져줍니다.
설야(雪夜)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그 위에 고이 서리다.
▲ 농원 앞에 자리한 포장마차 굴뚝에서는 따듯한 연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저는 이곳에서 국물이 시원한 잔치 국수 먹고 싶었지만 오랫만에 같이 나온 딸 아이를 생각하여 가까운 가든에 가서 둘이서 맛있게 정식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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