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나무 아래 숲내음… 겨울 산행은 보약이더라
[뜬 곳, 뜨는 곳] 걷기 좋은 名山
조홍복 기자 권광순 기자 정성원 기자 김석모 기자
입력 2021.01.15 03:00
새해 첫날 찾은 전남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 축령산. 20m 높이로 뻗은 수령(樹齡) 50~60년 아름드리 편백나무 사이로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은은한 향이 코 끝을 휘감았다. 식물이 뿜어내는 천연 항균 물질인 피톤치드로, 긴장을 풀어주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광주에서 온 박모(63)씨가 심호흡을 했다. “달크작작한 공기가 찬물로 카칼하게 세수한 것마냥 개안하요.” 축령산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국립 ‘치유의 숲’ 12곳 중 하나다.
숲 초입에서 만난 등산객은 딱 5명. 20여 분 산길을 오르자 주변에 인적이 끊겼다. 3시간여 나 홀로 산책을 마치자 코로나 사태로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전남 장성군 축령산은 말 그대로 ‘치유의 숲’이다. 오솔길을 따라 수령 50~60년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을 맡으면서 코로나 사태로 지친 몸과 마음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 /김영근 기자
축령산 숲 전체 면적은 1766㏊다. 이 중 상록수림이 1197㏊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다. 700만 그루가 있는 조림(造林) 편백 숲은 783㏊.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서 장성군이 전국에서 가장 공기 깨끗한 지역으로 조사된 것도 이곳 편백 숲과 무관치 않다. 박인택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 연구원은 “장성의 오존 농도는 9.0ppb로, 전국 평균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축령산의 알싸하고 맑은 공기는 ‘조림왕’이 남긴 자산이다. 독림가(篤林家) 춘원 임종국(1915~1987) 선생은 6·25전쟁으로 헐벗은 축령산 일대에 사재를 털어 20년 넘게 편백과 삼나무 230만 그루를 심었다. 극심한 가뭄이 닥치자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며 고사 직전 나무를 살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춘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축령산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국립장성숲체원은 임도(林道)를 중심으로 맨발숲길(0.5㎞), 숲내음숲길(2.2㎞), 물소리숲길(0.6㎞), 산소숲길(1.9㎞) 등 6가지 테마별 치유 숲길을 조성했다.
경기도 축령산은 가평군과 남양주시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산 대부분이 울창한 잣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다. 가평 잣향기푸른숲은 해발 450~600m에 있다. 경기 지역 산림 휴양지 중 피톤치드 농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탐방로와 축령 백림관, 잣 향기 목공방, 화전민 마을, 힐링 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다.
경북 오지 마을인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의 자작나무 숲은 ‘산림청이 추천하는 명품 숲’이다. 축구장 40개 면적에 인공 조림(造林)을 통해 자작나무 12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숲 입구에서 산기슭 계곡을 따라 조성된 2km 산책로는 1시간 코스로,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인근엔 금강소나무가 숲을 이룬 검마산자연휴양림과 국제밤하늘협회(IDA)가 별빛이 밝은 밤하늘을 갖고 있는 지역으로 선정한 아시아 최초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있다.
지난 1일 설국으로 변한 전남 장성군 축령산 일대 모습./김영근 기자
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숲길엔 수령 80년이 넘는 아름드리 전나무 1800여 그루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다. 1km 남짓 이어지는 숲길은 부안 내소사, 포천 광릉 국립수목원과 더불어 한국 3대 전나무 숲길로 꼽힌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전나무에 눈꽃이 피어 운치를 더한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소나무 단순림이다. 겨울에도 솔 내음이 가득하다. 3.5㎞ 산책길을 걸으며 수령 100년 안팎의 안면송림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안면송’(安眠松)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곧고 재질이 단단해 궁궐을 짓거나 선박과 재궁(梓宮·임금이나 왕세자의 관)을 만드는 데 쓸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동시 입장객을 1000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 1일 설국으로 변한 전남 장성군 축령산 일대 모습./김영근 기자
지난 1일 설국으로 변한 전남 장성군 축령산 일대 모습./김영근 기자
경남 합천군 오도산 북쪽 자락에 위치한 오도산 자연휴양림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발 700m 이상 고산 지대에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통일신라시대 승려 도선국사가 이곳 기운과 자태에 탄복해 머물며 도를 닦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오도산에서 미녀봉~눈썹바위~시리봉~숙성산으로 이어지는 9㎞ 오솔길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울창한 숲을 따라 합천호 등을 조망할 수 있어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 시오름 일대 ‘치유의 숲’은 천천히 걸으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제주의 문화와 역사도 느껴보는 복합 공간이다. 해발 320~760m 목장 터 174ha에 조성된 인공림 내부를 걷는다. 붉가시나무와 편백, 삼나무, 조록나무, 동백나무, 서어나무 등 난대·온대·한대림이 어우러져 있다.
서귀포 치유의 숲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코로나 특별 방역 기간인 오는 17일까지는 평일 90명, 주말 18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출처 ; Chosun.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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