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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품같은 겨울포구 당진여행

by 한국의산천 2018. 1. 26.

[friday] 엄마 품같은 겨울 포구… 꽁꽁 언 마음이 사르르

당진=박근희 기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입력 : 2018.01.26 04:00


[당진 여행] '內浦의 고장' 당진


송악읍 한진포구
수평선 끝에 걸린7300m 서해대교 감상… 서두르면 일출 볼수있어


태신목장 '나홀로 나무'
청보리밭에 우뚝 선 느티나무 한그루… 인생샷 명소로 떠올라


유서 깊은 성지 탐방
조경 아름다운 신리성지… 순교자 기념 미술관도
1929년 지어진 합덕성당… 雪景 아름답기로 유명


여행의 마무리
해질녘 삽교호 놀이공원… 바다 전망 데크의 낙조
대관람차·회전목마 야경… 영화 엔딩장면에도 나와


한낮에 맨살을 드러냈던 갯벌은 어스름하게 해가 지면 물이 차오른다.

물 위로 형형색색 대관람차 불빛이 서서히 회전한다. 아련한 추억이 빙빙 돈다.

당진 삽교호 관광지 바다공원의 바다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삽교호 관광지 야경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충청도에서는 내포(內浦)가 가장 좋다.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200리쯤에 가야산이 있다.

가야산 앞뒤에 있는 열 고을을 함께 내포(內浦)라 한다.

지세(地勢)가 한 모퉁이에 멀리 떨어져 있고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壬辰)과 병자(丙子) 두 차례 난리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다. 생선과 소금이 매우 흔하므로 부자가 많고 여러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 집이 많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지리서 '택리지'의 팔도총론에 나오는 '내포'에 대한 설명이다.


내포란 내륙 깊숙이 바다와 연결되는 물길을 통해 포구가 형성된 곳을 의미하는데

현재 행정구역상 충남 서산·당진시, 예산·홍성군, 태안군과 보령시, 아산시, 청양군 일부를 포함한다.

그중 서해 물길을 품은 당진은 포구가 많아 쓸쓸하고도 호젓하게 포구를 여행하기에 제격이다.

그뿐인가. 오래된 성당과 놀이공원, 폐교 미술관이 있어 최근 그림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명소로 떠올랐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스타급 여행지'는 아니지만 바싹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줄 풍경이 있는 그곳, 당진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어미처럼 서해 품은 포구

포구에 물이 들어와 머물렀다 간다. 늙은 어미처럼 포구는 잠시 바다를 품었다 다시 스르르 놓아준다.

품어주고 놓아주는 것에 익숙한 포구 앞에 서니 팍팍했던 마음도 느슨해진다.

내포의 고장 당진엔 이런 포구가 흔하다. 동해처럼 썩 운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밀물과 썰물이 약속된 포구는 시간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선사한다.


한진포구에선 멀리 서해대교가 보인다. / 당진시청


송악읍 한진포구는 당진의 대표적 포구 중 하나.

왜목마을 일출, 난지섬 해수욕장, 삽교호·석문·대호 방조제 등

제방 질주, 솔뫼성지, 도비도 해양 체험, 함상 공원, 아미 망루,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과 함께

당진 9경(景) 중 하나로 꼽히는 7.3㎞의 서해대교가 바다 끝에 수평선처럼 걸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른 아침 서두른다면 서해대교 위로 붉게 떠오르는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소설 '상록수'의 작가 심훈이 1934년 손수 설계하고 지은 집 필경사가 한진포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으니 간 김에 둘러보면 좋다.

생가에 해당하는 내부 관람은 제한돼 있지만 바로 옆 심훈기념관(041-360-6883)에선 '상록수' '직녀성' 등 집필 당시 작가가 쓰던 실제 책상이나 '상록수' 원고 사본 등을 두루 관람할 수 있다.

동절기에는 1월 1일, 설날 당일,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다.

한진포구 외에 빨간 등대가 있는 안섬포구, 노적봉이 있는 장고항포구 등 서해대교를 중심으로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포구 기행도 해볼 만하다.


‘나 홀로 나무’가 있는‘아그로랜드 태신목장’.


한겨울 목장에서 만나는 설경

약 99만1000㎡(30만평)의 너른 목장에서 소, 양, 말, 셔틀랜드포니, 당나귀 등을 만나고

먹이 주기 체험과 각종 만들기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아그로랜드 태신목장(041-356-3154)은

행정구역상 예산군에 있지만 당진시와 면해 있어 당진 여행 시 필수 코스처럼 들르는 곳이다.


'나 홀로 나무' 덕에 '인생 사진' 명소로 꼽힌다.

봄을 꿈꾸는 청보리밭 한가운데 앙상한 가지를 허공에 뻗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를 보기 위해 이곳으로 내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나 홀로 나무'와 마주하면 아이러니하게도 겨우내 옹색하게 굳어 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다.

맑은 날도 좋지만 눈이 소복이 쌓인 날엔 더욱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입장 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목장 풍경도 멋있지만 계절을 잊고 푸릇푸릇 머리를 내민 청보리밭 언덕,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내려다보는 풍경도 꽤 이국적이다.

다만 목장이다 보니 겨울에 눈이 녹거나 꽁꽁 얼었던 땅이 날이 풀리면 질퍽해져 걷기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장화나 부츠를 신고 가는 게 현명하다. 12~2월 동절기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소인 7000원.


‘아미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복도에 설치된 김혜성 작가의 ‘영혼의 꽃밭’을 감상하고 있다.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순성면 아미미술관(041-353-1555)도 카메라를 들고 일부러 찾는 사람이 많다.

폐교인 유동초등학교 건물을 작가 박기호, 설치미술가 구현숙 부부가 미술관으로 꾸며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담쟁이가 감싼 폐교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김혜성 작가의 설치 미술 작품 '영혼의 꽃밭'이 맞는다.


형형색색의 모빌 작품 영혼의 꽃밭이 설치된 복도는 아미미술관의 대표 포토존.

복도를 따라 난 격자창을 보며 삐거덕거리는 마룻바닥을 밟을 때마다 아련한 옛 추억들이 밀려오는 듯하다.

2월 7일까지 이강우 서울예술대 사진과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사진과 예술의 미래들'이,

3월 30일까지 박현두·임선희·백연수·정지웅 작가가 참여하는 '창조하는 자 공감하는 자'전이 기다린다.

연중무휴로 동절기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24개월 이상 청소년 3000원.


천주교 성지순례 코스인 ‘신리성지’.


선교사 흔적 따라가보고 놀이동산서 추억 여행

합덕읍 신리성지(041-363-1359)와 합덕성당(041-363-1061)은 우리나라 천주교 산실인 '버그내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유서 깊은 공간들.

그중 신리성지는 1866년 제5대 조선 교구장이었던 주교 다블뤼 안토니오가 거처했던 곳으로 천주교 선교사들의 비밀 출입처였다.

2016년 솔뫼성지와 신리성지, 합덕성당으로 이어지는 버그내순례길이 '아시아도시경관상'을 수상하며 천주교 신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곳 관계자는 "성인들의 경당이 있는 신리성지는 조경이 아름답고 순교자 기념 미술관이 있어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성지인 만큼 경건한 마음으로 다녀가길 바란다"고 했다.



합덕성당의 성전은 개방돼 있어 경건하게 미사를 보거나 관람할 수 있다.


신리성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합덕성당은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이후 충청 지역에 처음 들어선 성당이다.

1929년에 벽돌과 목재로 지어진 쌍탑 형태의 성당 건물은 국내 성당 중 보기 드문 건축 양식이다. 특히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당진 여행의 마무리는 삽교호 국민관광지와 친수공원에서 한다.

 


삽교호 관광지 바다 전망 데크는 밤이면 화려한 불을 밝힌다.




당진여행


 삽교호 관광지는 한겨울이라 썰렁하지만 어스름 해 질 녘 바다로 난 바다 전망 데크로 걸어가 바라보면 그 썰렁함마저도 꽤 운치 있게 느껴진다.

갯벌이 펼쳐져 있던 데크 아래론 밀물이 서서히 차오르고 서해바다 너머에선 노을이 붉게 물든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엔 삽교호 놀이공원(041-363-4589)의 놀이기구와 바다 전망 데크에 화려한 조명이 차례로 켜진다.

영화 '오늘의 연애' 엔딩 장면에 등장한 삽교호 놀이공원은 스냅 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바다 전망 데크에서 멈춘 듯 천천히 돌아가는 대관람차와 회전목마 불빛이 만들어내는 야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겨울 당진 여행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삽교호 놀이공원은 연중무휴이며 동절기에 해당하는 11~2월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주말은 10시)까지 운영한다.

놀이기구 탑승료는 성인 기준 회전목마 4000원부터 대관람차 6000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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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당진 한진포구에서






▲ 합덕성당


[종교ㆍ학술]추억의 성당 종소리… 합덕서 다시 울리다

당진=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 2018.01.26 03:03 | 수정 : 2018.01.26 06:18


당진 합덕성당 김성태 神父
미사·삼종기도 알리던 옛소리 복원… 12개 종으로 이뤄진 종탑 설치
"'소리의 신앙' 다시 느끼고파"


 
"어느 날 교회 어르신들이 '요즘은 종소리가 사라졌어' 그러시는 거예요. 저 어릴 적엔 성당서 삼종기도 종소리가 나면 세상이 멈춘 듯했지요.

어른들은 농사일 멈추고, 아이들은 놀다가 멈추고는 그 자리에 서서 기도를 올렸고요. 그 '소리의 신앙'을 복원하고 싶었습니다."

밀레의 명작 '만종(晩鐘)'이 떠오르는 풍경. 지난 24일 충남 당진 합덕성당 김성태(45) 신부가 설명하는 종소리의 영성은 그랬다.


충남 서해안 이른바 내포(內浦) 지역은 한국 천주교 신앙의 못자리다.

박해 때 무수한 순교자가 나왔고, 지금도 4~5대째 신앙을 대물림한 신자들이 수두룩하다.

그중에서도 당진 합덕성당은 입구에 '충청도 최초의 본당(성당)-1890년'이라는 문구를 내걸 만큼 충청 천주교의 모(母)성당이란 자부심이 강하다.

이 성당 출신 사제만 33명, 수도자는 80여 명에 이른다.

1929년 지은 성당은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을 짜맞춰 쌓아올린 아름다운 성당 건물(충남 기념물 제145호)로도 유명하다.

 

 

충남 당진의 아름다운 성당 합덕성당에 설치된 실물 종(鐘) 12개를 설명하는 김성태 신부. 

김 신부는 “제작 협의차 프랑스에 갔을 때 밀레의 ‘만종’ 그림을 보면서 합덕 들판에 종이 울리고 신자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종탑 뒤로 90년 역사의 ‘문화재 성당’이 보인다. /이태경 기자
 

 이 성당에 지난 연말 새 명물이 등장했다. 성당 마당에 종(鐘) 12개가 설치된 종탑이 들어섰다.

이 종은 매일 오전 6시, 정오, 오후 6시에 한 번씩 주일과 평일 미사 전에 울린다.

야트막한 언덕 위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드넓게 펼쳐진 주변 평야를 적신다.


"우린 종소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인식 못 하고 살고 있었다"는 김 신부의 말처럼 언젠가부터 교회와 성당의 종소리는 사라졌다.

'시끄럽다'는 민원도 있었고, 종과 건물이 낡은 탓도 있었다. 아날로그 종소리가 사라진 자리는 녹음돼 스피커로 나오는 종소리가 대체했다.


논산에서 자란 김 신부가 기억하는 종소리는 '공동체의 신호'였다.

소리만 듣고도 미사, 삼종기도 혹은 누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인지 다 구분했다.

김 신부는 '시간의 성전을 복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비슷한 건물이 많아도 성당은 성스러운 곳이듯 누구에게나 똑같은 24시간이지만 종소리 울리는 기도 시간은 성스러운 시간이라는 뜻이다.


김 신부가 '종 복원'에 나선 건 2014년까지 8년간 '신리 성지' 담당 신부로 있던 때부터다.

프랑스 출신 서봉세 신부에게 부탁해 프랑스에서 7대째 종을 만들어온 파카르(Paccard)사를 소개받아 3개의 종을 설치했다.

합덕성당으로 임지를 옮기고도 종 복원 작업은 계속됐다. 성당엔 종탑도 있고, 종도 있었지만 너무 오래돼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새 종탑을 세운 건 그 때문이다. "종도 예전에는 줄을 매달아 아래서 당겨 울렸지만 요즘은 전기 장치로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정해진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울립니다."

새로 설치된 종 12개는 각각 소리 내는 음(音)이 달라 간단한 성가 연주도 가능하다. 새해 들어선 매일 오후 1~5시 정각 성가를 한 곡씩 연주한다.


종 설치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역사도 있다.

파카르사의 대표가 합덕성당을 찾아온 김에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의 종을 점검하다 발생한 일.

"프랑스 사장님이 갑자기 탄성을 지르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만든 종이라는 거죠. 50년 전 프랑스 신부님들 통해 종으로 맺었던 대전교구와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 겁니다."

다시 울려 퍼진 종소리에 대한 신자들 반응은 어떨까. 김 신부는 "저희 당진 분들이 좋다, 싫다 표현을 잘 안 하세요. 그런데 아직 싫다는 말씀이 안 들려오는 걸 보면 좋아하시는 것 같지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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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이 넘은 양조장 앞에 2015년 개원한 백련 양조문화원 ⓒ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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