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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음악

추억의 캡틴큐 하이볼 마케팅 선구자 나폴레옹

by 한국의산천 2025. 10. 6.

추억의 캡틴큐… 원조 양주는 숙취가 없었다?
[아무튼, 주말]
[명욱의 酒키피디아] (1)
추억의 캡틴큐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앤소믈리에학과 교수
입력 2025.09.06. 00:36. 업데이트 2025.09.08. 09:53

‘캡틴큐’ 광고. 초기 표기는 ‘캪틴큐’였다. 1980년 출시 첫해 1000만병이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프리미엄 양주의 등장 이후 존재감이 사라졌고 2015년 단종됐다. /명욱 제공

한국 양주의 원조라고 할 만한 술은 무엇일까? ‘캡틴큐’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캡틴큐는 국내 생산 1호 양주는 아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대중적으로 성공한 양주로 꼽힌다. 

출시 첫해인 1980년 1000만병이 팔리며, 마치 요즘의 오픈런과 같은 반응을 일으켰다. 당시 가격은 3000원. 소주가 한 병에 2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가의 술이었다.

캡틴큐를 대학 MT 등에 들고 가면 지금의 ‘발렌타인 30년’을 사 온 듯한 대접을 받았다. 초기 표기는 ‘캪틴큐’. 캡틴(captain)의 일본식 발음인 ‘캬프텐(キャプテン)’을 한국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숙취가 없다”는 전설이 생기기도 했다. 술이 훌륭하다는 게 아니었다. “캡틴큐를 마시면 다음 날 일어나 숙취를 느낄 새도 없이, 다다음 날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된다”는 우스갯소리였다.

캡틴큐 로고에 등장하는 애꾸눈 인물은 누구일까? 해적 선장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복장이 다르다. 삼각모, 금빛 견장, 제복 형태 등이 영국 해군 장교의 모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해적이건 영국 해군 장교건, 둘 다 카리브해와 연관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캡틴큐를 위스키로 알고 있지만, 캡틴큐가 추구한 방향은 럼이었다.

럼은 대항해 시대 이후 유럽·아메리카·아프리카 사이 삼각무역의 산물이다. 유럽에서 무기를 아프리카로 보내고, 아프리카에서 잡은 노예들을 아메리카에 이송했다. 그 대가로 돌아온 것이 바로 설탕·면화·럼주였다. 이 중 럼은 원료를 카리브해에서 조달했고, 미국에서 제조됐다. 럼은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당밀을 희석해 효모로 발효한 뒤 증류한 술이다.

활발한 삼각무역으로 카리브해에 많은 재화가 오가자, 이를 노린 해적들이 엄청나게 등장했다. 이들로부터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 해군이 카리브해에 파견됐다. 지금은 미군 항공모함이 태평양·대서양을 누비지만, 200년 전 해군 강국은 영국이었다. 게다가 영국은 자메이카, 바하마 제도,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카리브해에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해적과 영국 해군이 싸우는 이야기 전개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반영한 설정이다. 럼주가 영국 해군의 술이었던 이유다.

미 해군의 술도 자국에서 대량 생산되던 럼이었다. 하지만 1808년 노예무역이 공식 폐지되면서 삼각무역 체계가 무너졌다. 더 이상은 럼으로 노예를 사고팔 수 없게 된 상황. 럼의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또 럼을 만들려면 원료인 사탕수수를 수입해야 했는데, 사탕수수 수입처는 영국의 식민지가 많았다.

미국은 다른 증류주로 눈을 돌렸다. 바로 옥수수가 주원료인 버번 위스키였다. 럼의 자리를 버번 위스키가 차지하게 된다. 영국은 럼 배급 전통을 유지했지만, 1970년대 폐지했다. 과거에는 알코올로 힘을 얻은 선원들에 의존해 배를 움직였지만, 점차 정교히 운항하는 기술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럼이 불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캡틴큐는 럼을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실제 럼 원액 비율은 매우 낮았다. 양주 원액 비율이 20%를 넘어가면 주세가 최대 318%까지 부과됐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에도 럼 원액이 소량 포함됐을 뿐이나, 나중에는 그마저도 아예 빠졌다. 그래서 ‘럼 스타일 소주’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고, 주종으로는 위스키·럼·증류주가 아닌 기타재제주로 분류됐다.

영국 해군의 상징성과 카리브 해적의 낭만을 모티브로 삼고 한국적 가성비를 기반으로 생산된 캡틴큐는 2015년 36년 역사를 마치고 단종됐다. ‘가짜 양주’ ‘리필 악용’ 등 부정적 이미지가 누적된 데다, 12·15년 숙성 위스키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등장하면서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진 결과였다. 향이나 색소로만 양주인 척하는 술은 더 이상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에는 국산 오크 숙성주들이 인기다. ‘김창수 위스키’와 ‘기원 위스키’ 등 국산 위스키와 쌀을 증류해 만든 소주를 오크통에 숙성해 ‘라이스 위스키’라 불리는 ‘수록’과 ‘마한오크’, 사과를 증류한 ‘추사’, 고구마로 만든 ‘화심소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한정판 등은 오픈런이나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캡틴큐는 여전히 중장년에게 추억으로 남아 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빈 병만 5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하이볼 마케팅 선구자 '나폴레옹'… 황제 이름 빌렸다 황제처럼 몰락했나
[아무튼, 주말]
[명욱의 酒키피디아] (2)
하이볼 마케팅 선구자 나폴레옹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앤소믈리에학과 교수
입력 2025.10.04. 00:39 / 업데이트 2025.10.05. 07:45

오늘날 술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칵테일은 단연 증류주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다. 그런데 50년 전 이미 하이볼을 제안한 술이 있었다. 바로 해태주조의 ‘나폴레옹’이다.

1976년 출시 당시 언론 광고는 “진저에일과 나폴레옹을 1대3으로 섞고, 얼음을 넣어 즐기라”는 레시피를 내세웠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제안이었다. 출시 시기로만 본다면 1980년 등장한 캡틴큐보다 앞섰으니, 나폴레옹은 하이볼 마케팅의 선구자인 셈이다.

‘나폴레옹’의 초기 제품명은 ‘나폴레온’이었다. 프랑스 황제 이름만 빌린 게 아니라 프랑스 대표 증류주 코냑을 지향했다. /명욱 제공

 

이 제품은 단순히 프랑스 황제의 이름만 빌린 게 아니었다. 프랑스 대표 증류주인 코냑을 지향했다. 코냑은 청포도로 만든 와인을 증류해 최소 2년 이상 오크 통에서 숙성한 알코올 도수 40% 이상의 포도 증류주다. 나폴레옹이란 명칭은 당시 코냑의 최고 등급을 의미했다. 6년 이상 숙성한 코냑을 XO(Extra Old)라 했고, 나폴레옹은 XO와 동급으로 취급됐다.

초기 제품명은 ‘나폴레온’이었다. 프랑스어 ‘Napoléon’이 N으로 끝나기도 했고 일본식 발음도 그에 가까웠다. 그러나 1986년 외래어표기법 개정으로 표준 표기가 ‘나폴레옹’으로 정리되면서 이 제품의 이름도 따라갔다.

다만 코냑과 황제 나폴레옹 1세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는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해 영국에 의해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됐고, 코냑을 즐겼다는 기록은 없다. 유배길에 코냑을 챙겼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후대 코냑 생산자들의 마케팅에 가깝다.

코냑이 황제와 연결된 건 그의 조카 나폴레옹 3세 덕분이다. 1860년 나폴레옹 3세는 영국과의 조약으로 와인과 코냑 수출길을 열었고, 1869년 코냑 업체 쿠르부아지에를 황실 공식 공급자로 지정했다. 이를 계기로 코냑은 황제의 술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해태는 이러한 이미지를 빌려 나폴레옹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프랑스 헤네시사에서 코냑 원액을 공급받았고, 1980년대 들어서는 약 20%를 국내산 청포도로 자체 증류해 오크 통 숙성을 거친 뒤 사용했다. 프랑스 기준처럼 2년 이상 숙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고급으로 인식됐다. 나머지 80%는 소주에 쓰이는 주정이 차지했다. 알코올 도수는 출시 초기 40%였으나 1980년대부터 35%로 낮아져 캡틴큐와 같아졌다.

출시 초기 언론은 이를 ‘나폴레옹 코냑’이라 부르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덧씌웠다. 그러나 코냑이라는 명칭 사용은 국제 규범에 맞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1936년 AOC(원산지 호칭 제한 제도)를 통해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된 포도 증류주만 코냑이라 부를 수 있도록 했고, 한국도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후 코냑 사용을 금지했다. 게다가 알코올 35도는 코냑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이라는 등급 역시 변화를 겪었다. 2018년 프랑스는 XO 기준을 기존 6년에서 10년 숙성으로 강화했고, 14년 숙성의 XXO(Extra Extra Old) 등급을 신설했다. 더 이상 나폴레옹이 코냑의 최고 등급을 의미하지 않게 된 것이다. 희소성을 높여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자 우리 업계가 참고할 만한 사례다.

대중 양주 나폴레옹의 현실은 황제의 말년처럼 순탄치 않았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로 해태가 흔들리며 브랜드는 국순당에 인수됐다. 리뉴얼 제품이 나오긴 했지만 이미 소비자 기호는 고급 위스키와 새로운 증류주로 옮겨 가고 있었다. 결국 나폴레옹은 캡틴큐와 비슷한 시기인 2017년 전후로 사실상 단종됐다. 대신 오미자 와인을 증류한 ‘고운달’, 사과 와인을 증류한 ‘추사’ 등 원액 100% 증류주가 인기를 끌며 나폴레옹의 뒤를 잇고 있다.

비록 시장에서는 사라졌지만, 나폴레옹은 캡틴큐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양주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시대를 앞서 하이볼을 마케팅한 점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그 카피를 기억한다. “고급 원액 20%, 해태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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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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