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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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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피로사회 "불행도 삶의 일부"

by 한국의산천 2018. 1. 17.

행복이란?


돈,

행복 보장하지 않아…

생활수준 높아도 불행감 느껴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행복의 유일한 정답은 아냐

 

남의 떡은 그만 바라보고

삶에서 자기 주도권을 찾아야.


 

나태하지 말고 / 나약하지 말고 / 부지런히 달리자

The 높이

The 멀리

The 힘차게.....


행복하려 애쓰는 당신… 피곤하지 않나요?

최보윤 기자 입력 : 2018.01.15 03:02 
 

[행복피로사회] [1]

중산층 이동 사다리 무너지며 행복에 매달리는 사람들
'작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 가상 화폐 광풍에 의미 없어져
"돈을 행복이라 여기는 문화, 타인의 경제적 성공에 불행 느껴"


대한민국은 지금 행복 때문에 피곤하다.

지난 연말부터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작은 행복'을 찾으려 했는데,

신년 벽두부터 가상 화폐 광풍이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누가 몇 백억을 벌었네, 누구 때문에 100조원이 날아갔네 하는 판에 무슨 작은 행복이냐는 것이다.

오히려 행복을 좇으면 좇을수록 더 불행해진다는 '행복 피로감'이 한국 사회에 번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고모(32)씨는 소셜미디어에 '소확행'이란 해시태그를 더는 쓰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소확행'은 여우의 신 포도 같은 것이었어요.

나도 수십억씩 벌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실제 가상 화폐로 그렇게 벌었다는 사람을 보면 괜히 짜증 나고 우울하고….

사진 한 장 올리고 '소확행'이라고 쓴다 해서 행복이 인증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제 행복에 집착하지 않으려고요."


작은 사치, 일상의 행복, 작지만 확실한 행복….

어떻게든 행복을 인증받아야 하는 사회에서 행복에 대한 집착과 강요가 오히려 피로감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행복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상 화폐로 340억원을 벌었다.

도와드릴 만한 분 10명에게 1억원씩 드리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14일 현재 댓글이 1만개에 육박한다.

모두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렸다' '사기를 당했다' '이혼 소송 중이다' 등의 글과 함께 자신의 계좌번호를 올린 사람들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커녕, 한 방에 신세를 바꾸려는 사람들로 들끓는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박윤영(40)씨는

"너도나도 행복을 외치지만 젊은 세대는 가상 화폐 얘기만 하고 중년들은 집값 이야기만 한다"며

"결국 돈이 행복이란 것 같아 '행복'이란 단어를 말하기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SM C&C의 설문조사 도구 '틸리언 프로'로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전국 20~50대 남녀 1073명에게 물어보니,

'지난 1년간 행복한 척해본 적 있는가'란 질문에

전체 61.98%(665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9.86%)는

'지난 1년간 행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본 적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 한 달간 행복 지수를 묻는 질문에

'매일 불행하다'가 7.2%, '매일 행복하다'는 대답은 5.22%였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행복은 개인적 감정인데 우리나라에선 사회·경제적 성공을 행복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에 따라 남들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으면 불행하고,

남이 돈을 많이 벌면 내 불행에 가속도가 붙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으로 가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그 반작용으로 일어난 현상이 '행복 집착'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석학들은 "행복에 매달리는 것은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미국 심리학자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는 "행복에 대한 집착이 사회를 더 우울하게 한다"며

"행복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내용의 강연으로 작년 동영상 사이트 '테드'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외국 베스트셀러인 영국 심리연구가 데런 브라운의 '해피', 스위스 경제학자 겸 작가 롤프 도벨리의 '불행 피하기 기술', 미국 블로거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이 모두 그렇게 강조한다.


경북대 심리학과 김지호 교수는

"행복이 보여주는 것으로 변하고 사회 양극화가 행복 양극화로 치달으면서

집단주의 사회가 똑같은 행복을 달라고 요구하는 수준까지 왔다"며

"거시적인 차원에서 계층 이동 사다리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있어빌리티·탕진잼… 30대, 일회용품처럼 행복을 소비하다

정유진 기자 입력 : 2018.01.16 03:04


[행복피로사회] [2]

남에게 인정받아야 행복 느껴… '일단 쓰고 보자' 소비 방식 늘어
75년간 '행복' 연구한 하버드대 "좋은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

 

지난해 2030 세대 신조어 가운데

'있어빌리티(있어 보이는 능력·'있어 보인다'와 'ability'의 결합어)'와 '탕진잼(탕진하는 재미)'이 크게 유행했다.


'홧김에 생각지 않았던 일을 시작한 비용'이란 뜻의 '시발(始發) 비용'이란 말도 있는데, 해석이 그럴듯할 뿐 사실은 욕설 섞은 신조어다.

모두 행복은 멀지만 행복해 보이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유행어다.

지속성 없는 '일회용 행복'을 위해 돈과 시간을 소비하는 풍토를 드러낸다.

 

집단 우울증이 의심된다는 한국의 30대들은 “내 돈 내가 쓴다는데 누가 말리느냐”는 심리의 소비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일회용 행복을 찾아 전전하는 사이 소비의 주체는 사라지고 소비 행위만 남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런 소비 행태는 30대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 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작년 11월 전국 만 15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30대는 현재 삶의 만족도, 정신과 신체 건강, 경제 상태를 비롯한 거의 모든 항목에서 평균보다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미래에 대한 희망 점수 역시 10점 만점 중

개인(5.96점)·사회(4.86점)·국가(5.43점)·세계(4.83점) 등 모든 분야에서 전 세대 평균보다 낮았다.

희망제작소는 "30대는 집단 우울증이 의심될 만큼 모든 항목에서 만족도가 낮았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자현(30)씨는 "'내가 내 돈 벌어서 쓴다는데 누가 말릴 거야' 하는 일종의 반항적 심리가 있다"며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 위로 삼아 돈을 쓰지만 통장 잔액을 보면 다시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텅장(텅 빈 통장)'이란 말도 만들어냈다.

다른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비우는 삶이 좋다고 아무리 말들 해도

'너희는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라'고 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경북대 심리학과 김지호 교수는

"과거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며 행복해했다면

요즘엔 아이에게 비싼 유모차를 사주고 이를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행복을 느끼는 식으로 주객이 전도됐다"며

"남의 기준에 맞는 행복을 일회용 물품 구하듯 찾다 보니 피로도가 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쓸데없는 소비를 가리키는 개그맨 김생민의 유행어

'스튜핏' 역시 자신이 결정해 실행한 것을 남이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사회 분위기를 방증한다.


학자들은 이런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을 '자기 감시(self-monitoring)'가 지나치게 강한 것으로 해석한다.

한국 사회가 겉으로는 서구처럼 개인주의화한 것 같지만, 여전히 남들의 시선을 삶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는 1939년부터 2014년까지 장장 75년간 행복 연구를 수행했다.

하버드대 재학생 286명과 보스턴 빈민층 자녀 456명을 대상으로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관찰한 결과다.

하버드 성인개발연구소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가장 명확한 한 가지 사실은 좋은 인간관계가 건강과 행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요소보다 주변과 나누는 친밀감과 사랑이 행복의 필수 조건이란 것이다.


이미 1922년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일본의 한 호텔 벨보이에게 팁 대신 이렇게 쓴 메모를 건넸다.

"조용하고 소박한 삶이 끊임없이 불안에 얽매인 성공 추구보다 더 큰 기쁨을 준다."


"불행도 삶의 일부… 행복 강박증에서 벗어나라" 


[행복피로사회] [3·끝] 韓·美 행복 연구자 서은국·웨스타콧 교수 인터뷰

입력 : 2018.01.17 03:03


서은국 "돈, 행복 보장하지 않아… 생활수준 높아도 불행감 느껴"
웨스타콧 "단순하고 소박한 삶… 행복의 유일한 정답은 아냐"


서은국(왼쪽), 웨스타콧. 
 
행복해지고 싶어 분주히 뛰다보니 오히려 불행해졌다.

행복에 대한 강박이 피로감으로 변질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행복 전문가'들의 진단은 도발적이다.


"행복은 생존을 위한 지침서일 뿐 상장(賞狀)이 아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라.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행복피로사회'에 묵직한 펀치를 날렸다.

그는 생물학적·진화론적 관점으로 행복을 연구한 책 '행복의 기원'을 펴냈다. 


"단순하고 절약하는 삶에 대한 집착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는

미국 행복연구가이자 뉴욕 앨프리드대 철학과 교수인 엠리스 웨스타콧이다.

그는 '1달러로 만드는 하루의 행복'이란 강의와

저서 '단순한 삶의 철학'(원제 The Wisdom of Frugality·검소함의 지혜)에서 소박함에 대한 집착을 경고했다.

두 교수를 각각 인터뷰해 대담 형식으로 꾸몄다.


서은국(이하 서): 행복해야 한다는 명제 자체가 난센스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다.

행복은 도달했다고 받는 상장이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주는 지침서일 뿐이다.

비유하자면 행복감은 자동차 액셀 페달이고 불행감은 브레이크다.

이상만 좇아 브레이크를 떼면 어떻게 되겠는가. 통증을 느껴야 우리 인생에 뭔가 잘못됐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엠리스 웨스타콧(이하 웨): 행복은 주관적인 관념인데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려 드니까 복잡해진다.

왜 철학자들이 수천년 동안 머리를 싸맸는데도 누구는 '마음의 평화'라 하고 누구는 '쾌락'이라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겠는가.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이 행복이다.


서: 만족감과 쾌락을 나는 '행복 전구'라고 말한다.

사람은 모든 동물 중 가장 확실하게 행복 전구를 켜는 존재고, 새 차나 새 집을 사면 물론 행복 전구가 켜진다.

문제는 현대인들은 돈만이 행복을 보장하고 거기서 전구가 켜진다고 생각하고 전력투구하는 데 있다.


행복만 좇다보니 어느새 행복 강박에 시달리고 피로해진다.



전문가들은 삶의 균형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픽=송윤혜 기자
 
웨: '1달러의 행복' 강의를 만든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하루 1달러만 쓸 수 있는 상태라면 행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최소한의 소비로도 삶을 충만하게 할 수 있겠지만 최근 연구를 보면 소박함만이 정답은 아니다.

지출이 줄어 경제가 나빠지는 절약의 역설이 생길 수 있다. 생활수준이 함께 하락하는 걸 행복이라고 말할 순 없다.


서: 행복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 또 거기서 만들어지는 관계다.

유아독존이나 외곬도 행복의 관점에선 좋지 않다. 주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데

우리나라는 타인을 경쟁자로 보면서 불신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각종 연구를 보면 타인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 수준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웨: 전적으로 동의한다. 돈과 성공, 명예 따위는 가치 있는 삶의 직진신호가 아니다.

타인을 의식하면서 빚어지는 한국의 행복 박탈감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제안하고 싶다. 집이 홀라당 타서 재산을 모두 잃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불행할 것이다.

만약 화재가 났는데 재산은 지켰지만 가족을 잃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슬픔은 재산을 잃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인지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 결국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많다고 더 좋은 것도, 적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남의 떡은 그만 바라보고 삶에서 자기 주도권을 찾아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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